지난 7일 저녁 울산상공회의소에서는 민주노동당 울산지역 총선출마 희망자들에 대한 후보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울산시지부 소속 당원 150여명은 4명의 후보들에게 지역의 현안, 노동문제, 과거경력 등에 대해 꼼꼼하게 질문을 던지며 후보를 `검증’했다. 공청회는 8일 저녁에도 한차례 더 열렸다. 공청회가 열리기 전 울산지부 소속 당원 1100여명에게는 후보들의 경력과 주장이 담긴 팸플릿이 발송됐다.
이러한 생소한 모습은 민주노동당이 실천하고 있는 `상향식 공천’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민주노동당은 중앙당에서 밀실 공천하는 기성 정당과 달리 총선 후보자를 지역 당원들의 직접투표를 통해 선출하기 때문이다. 기성 정당의 경우 당헌집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당내 민주주의’를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동당의 총선출마자들은 유권자들의 검증을 받기 전에 당원들의 예비검증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16개 지역구의 후보를 선출했다. 20일께까지 15개 정도의 지역구 후보를 더 선출할 예정이다. 지역구후보뿐 아니라 비례대표후보도 12일 열릴 대의원대회의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기성 정당들의 밀실공천, 돈공천 시비가 끊이지 않는 한국의 정치현실 속에서 민주노동당의 이런 후보선출은 신선하고 돋보인다. 상향식 공천은 민주노동당의 `정치실험’ 가운데 단지 한 예일뿐이다. 이념과 정책면에서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내세우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당의 운영과 형식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제도권 정당들이 앞다투어 주장하고 있는 `여성 할당제’도 이미 실천에 옮긴 상태다.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 위원 103명 중 34명이 여성이다. 각 지역에서 당원총회를 열어 중앙위원을 선출할 때 `무조건’ 여성을 30% 포함시키도록 제도화한 결과다. 현재 각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의원 선출과 비례대표 선출에도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당 운영비, 선거자금의 조달방식도 다른 정당과 다르다. 대기업의 후원과 국고보조금 등 당비 이외의 재정이 전체 운영비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기성정당과 달리 민주노동당은 철저하게 당원들의 당비로 운영된다. 매월 일정액 이상을 내는 당원만이 각종 투표권을 갖는다. 다른 정당들처럼 `이름만 걸쳐놓은’ 당원은 거의 없다. 현재 당원은 1만2000여명 정도, 매월 들어오는 당비는 8000여만원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전화후원(700-7008)도 다달이 늘어 지난달에는 1100통의 후원전화가 걸려왔다.
당비는 중앙당과 각 지구당이 반으로 나눠 사용한다. 지난 2일 대의원대회에서는 총선과정에서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중앙위원 100만원, 대의원 10만원, 일반 당원 3만원씩 총선자금을 내기로 결의했다. 후보를 내지 않는 지구당도 동참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민주노동당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금천의 최규엽 후보는 지난달 20일 후보선출 투표때 법정 선거비용의 70%선인 5400만원만 선거비용으로 쓰겠다고 선언했다. 대전 유성의 이성우 후보도 모금 선거비용 가운데 10%를 지역의 고아원 등 소외계층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권영길 대표는 7일 총선경남시민연대에 자신의 선거비용에 대해 회계감사를 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인터넷 홈페이지에 매일 지출내역을 공개하기로 했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우리 당의 선거운동원들은 `돈으로 움직이는’ 다른 당의 선거운동원과는 다르다”며 “이런 당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성 덕분에 다른 정당 후보라면 생각할 수 없는 적은 비용으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