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가자! 5월총파업(1) D-69

완연해지는 봄기운 속에 ‘IMF고통’을 보상받으려는 노동자들의 의지에도 물이 오르고 있다. “오랜 희생의 대가를 이번엔 받아내자”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 두 자릿수 임금인상과 각종 복지의 회복, 그리고 ‘주5일 근무제’ 등 제도개선에 대한 기대도 높다. 그러나 늘 그랬듯 올해도 ‘맨입’으로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정부·자본쪽의 움직임이 벌써 심상찮다. 한판 큰 싸움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를 예상한 민주노총은 이미 5월31일 총파업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노동과 세계>는 이에 따라 상반기투쟁을 둘러싼 조건과 내세울 요구, 준비상황 등을 짚어본다. 이 기획은 총파업이 펼쳐질 때까지 계속된다. 편집자.

<상반기투쟁을 둘러싼 기상도>

노동자 가는 길에 ‘지뢰’ 투성이

자본-정부, 생산성 내세워 “임금억제” 쌍나팔

총선에서 여당 패해도 ‘구조조정’은 지속될 듯

생존권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상반기투쟁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그 상대편에 선 정부·자본쪽의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반기투쟁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각종 현안들이 둘 사이의 역관계에 어떻게 작용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을 중심전략을 삼고 있는 민주노조진영으로선 어느 때보다 정세의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노동시간단축, 구조조정중단과 IMF 피해원상회복(임금인상 등),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보장제도 구축 등 3대요구를 내건 민주노총 상반기 투쟁을 둘러싼 정세는 어떠한가.

우선 4월초 자동차 완성4사, 농축협노조 등의 구조조정 저지투쟁부터 살펴보자. ‘경제안정 기반의 정착’, ‘구조개혁 완수’를 경제정책의 기본틀로 삼고 있는 정부로서는 4월 총선국면에서 악재를 피해나가면서 총선 후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을 진척시킬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의 강도는 총선결과에 따라 다소 달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일반적 예상처럼 집권당이 패배하더라도 정계개편 주도권에 영향을 미칠 뿐, 구조조정이 완화될 가능성을 별로 없을 것이다. 따라서 총선 전 구조조정 저지투쟁에서 노동자들이 기세를 장악하지 못하면 총선 뒤 투쟁여건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IMF피해 원상회복’으로 표현되는 임금인상요구에 대한 김대중정권의 대응은 어떤가. IMF 2년간 최대의 피해자가 노동자고, 이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됨에 따라 현정권 역시 표면적으로는 임금안정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점에서 2000년 임금인상투쟁은 유리한 조건에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대중정권은 임금인상에 대해 한계를 드러냄은 물론 매우 기만적인 술책을 구사하고 있다. 노동부는 ‘기업의 생산성 범위 안에서 임금이 인상되도록 하며, 기업성과에 따른 성과배분제의 확산을 유도한다’는 정책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본쪽이 임금인상에 생산성이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임금억제의 방편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는 터에 정부가 자본의 입장을 거들고 있는 것이다. 실질임금 인상억제에 대한 노동자의 불만을 피해나가기 위해 김대중정권은 영국 전총리인 대처식의 ‘대중자본주의’ 환상을 유포하고 있는 듯하다. 기존의 성과급제와 같이 경쟁적 임금제도의 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 우리사주제도, 스톡옵션 등이 그것이다.

김대중 정권의 이러한 정책은 벤처기업열풍, 지식산업화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정부는 2010년의 한국경제를 제조업 중심에서 지식기반산업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그 타당성과 가능성은 둘째 치고, 이는 지식근로자와 일반근로자의 극심한 소득격차를 용인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구조조정·정리해고에 따른 실업자 양산위기를 ‘벤처열풍’을 조성해 무마하듯이, 지식산업분야의 스톡옵션으로 소득증대의 환상을 유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는 더욱

커지는 소득격차다.

한편 민주노총의 노동시간단축 요구에 대한 노동부의 입장은 노사정위원회에서 전향적으로 풀어 나간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임금문제가 연계돼 있다. 정리해고제 도입으로 고용안정을 내주고, 이제 다시 노동시간단축으로 자칫 임금까지 내줘야 하는 위험이 김대중정권의 정책방향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더욱 심각해진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철폐, 최저임금의 현실화, 이를 위한 사회보장예산 증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생산적 복지’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예산의 30-40%가 사회보장비용인 선진자본국에서도 복지비용 삭감이 저항을 받고 있는 판에 그 비율이 5% 미만인 한국에서 국가적 복지비용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시장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사실 4대 사회보험제도는 엄밀히 말해 국가 차원의 사회보장제도라 보기 어렵다. 여기에다 ‘생산적 복지’를 덧씌우는 것은 복지정책의 후퇴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요구하고 있는 사회보장 요구 역시 김대중정권의 정책방향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김태연 (민주노총 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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