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승현씨의 ‘노동시간’ 이야기>
나는 ’20시간 맞교대’다
‘여가시간’은 잠자는 게 최고다
돈도 좋지만 여유있게 살고싶다
천승현(26)씨는 ’20시간 맞교대’로 일한다. 지금 일하는 경기도 군포 중앙정밀방전에 입사한 지는 1년쯤 됐는데, 올해부터 맡은 일이 바뀌면서 근무시간이 그렇게 조정됐다.
월요일 오후6시 출근해서 다음날 새벽4시 퇴근, 그리고 수요일과 금요일 아침 9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새벽 4시에 퇴근한다. 일요일을 쉰 다음 다시 월요일이 되면 오전9시 출근해서 오후6시 퇴근, 화요일, 목요일은 오전9시 출근해서 다음날 새벽4시에 퇴근하며 토요일과 일요일 잇따라 오전9시 출근 오후6시 퇴근이다.
월요일 오후에 출근하는 주는 44시간쯤, 월요일 오전에 출근하는 주는 58시간쯤 일한다. 평균으로 따지면 51시간정도. 천씨가 다니는 회사처럼 금형을 다루는 사업장에서는 대개 이런 근무형태를 띠고 있다.
“일하지 않을 때 여가를 어떻게 보내냐”고 묻자 천씨는 어이없이 웃는다. “잠자는 게 최고”란다. 천씨는 새벽4시 퇴근하면 집에 들어와 일단 밥을 먹고 잔다. 오후에도 계속 자거나, 때로는 TV, 비디오, 천씨가 좋아하는 만화를 보다가 다시 잠이 든다. 오후나 일이 없는 날엔 같이 일하는 동료나 친구들과 술도 한잔하고 당구를 치기도 하지만 요즘은 예전처럼 술을 마실 수 없다. 천씨는 “술 먹은 다음날은 피곤해서 일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요즘은 술을 거의 안 마신다”고 한다. 일에 얽매이다 보니 ‘여행’은 꿈도 못 꾼다. 격주로 주말에 연달아 일하기 때문에 가까운 곳이라도 놀러가려면 한 달에 두 번, 쉬는 주말에야 가능하다. 주로 친구들이나 처가가 있는 인천 쪽으로 나간다.
올 가을 결혼식을 올리는 천씨는 아내가 될 이지순(25)씨와 일찌감치 살림을 합쳤다. 이씨는 “근무형태가 바뀐 뒤에는 커피중독에 코피도 자주 흘리고, 더 마른 것 같다”며 안타까워한다. 이들 신혼부부는 이틀에 한번쯤 얼굴을 본다. 무역회사에서 사무와 경리일을 보고 있는 이씨에 따르면 “나는 아침에 출근해서 오후에 퇴근하는데, 이 사람은 내가 집에 있을 때 잠만 자고, 쉬는 날도 다음날 철야해야 된다며 일찍 자니까 출근할 때나 얼굴을 본다”는 것이다.
이씨는 남편이 회사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못내 불만이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이건 완전히 몸이 망가지는 길”이라는 것이다. 친정아버지가 과로로 쓰러진 적이 있다는 이씨는 “가정으로 보면 이 사람이 가장인데, 돈보다 건강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며 “지금은 신혼이라 상관없지만 아기라도 낳게 되면 최소한 식구끼리 같이 밥먹고, 같이 자야 하는데, 나중에 아이랑 놀 시간도 없다면 심각한 일”이라고 걱정이다.
“실업자를 없애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면 좋은 면이 많다고 들었다”는 천씨는 “지금 일에 불만은 없지만 난 솔직히 일하는 시간을 줄여서 여유 있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이황미 leehm@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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