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유권자들, 중국 위협 무시하다
[가디언(Guardian)] 3/19
어제(18일) 타이완 유권자들은 천수이볜(친독립파 후보로 베이징은 거부의사를 밝혔다)의 당선이 중국 본토의 침략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그를 총통으로 선출했다.
지난 50년 이상 타이완을 지배해왔고 20년간 투쟁을 벌여온 천수이볜을 한 때 투옥하기도 했었던 국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완패했다.
민진당 소속의 천수이볜 후보는 선거결과 39.3%의 지지율을 획득해 안정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이번 선거에 참여한 한 노동자는 “그는 빈민 출신이어서 우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 같은 것은 개의치 않는다. 베이징이 하는 말은 모두 헛소리다”
라고 말했다.
18일 저녁 민진당 당사에서 당선을 환호하는 수천 개의 깃발이 나부끼는 가운데, 천수이볜은 “타이완 국민들은 어둠과 공포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신성한 한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타이완의 독립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그는 본토와의 직접적인 무역관계를 가져나가겠다고 약속하며, 더불어 베이징의 지도자들에게 타이완 방문을 제안했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중국으로써는 매우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 민주적인 개혁과 인권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력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천수이볜의 언질을 그다지 반기지 않을 것이다. 공산당 지도부는 선거 전날 한 베이징 신문을 통해 천수이
볜 후보가 ‘국민들의 삶을 볼모로 도박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최후의 순간까지 그를 압박했다.미 국방장관 윌리엄 코헨은 ‘협박적인 발언이나 위협을 자제할 것’을 중국 정부에 요구하며 타이완과 중국 모두에게 ‘서로 간의 격한 비난을 삼가하고 자신들의 차이를 평화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뒤 천수이볜은 코헨의 주장대로 중국에게 화해의 제스츄어를 계속 보냈다.
‘만약 중국 정부가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나를 만나는 것이 좀 꺼려진다면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라도 나는 기꺼히 만날 생각이다’
분석가들은 장쪄민 주석과 공산당 지도부들이 천수이볜의 취임식이 있을 5월 20일까지는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천수이볜 당선자는 내각 구성의 권한을 가지고는 있지만 의석의 다수는 국민당이 가지고 있다. 정치적 격변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민진당 대표 린이슝은 18일 저녁에 있었던 연설에서 ‘깨끗한 산과 맑은 물’을 가꾸는 포용적인 신사회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 대한 이런 장미빛 전망은 본토인 중국과 공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다. 친베이징 신문인 홍콩의「웬 웨이 포」18일자는 ‘천수이볜 후보의 승리는 무력을 통해 타이완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본토의「사이언스 타임
즈(Science Times)」도 ‘타이완의 독립이 전쟁을 의미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천수이볜이 타이완 국민들의 행복을 놓고 도박을 벌이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번 선거 참여율은 1996년 선거와 비교해 거의 10% 이상 증가한 80%에 이르렀으며, 이와 같은 높은 투표율은 중국의 협박에 대한 타이완 국민들의 반감과 무시의 정서를 잘 드러내는 것이다.
천수이볜은 아침 일찍 타이베이시 북부, 반얀나무가 늘어선 조용한 길가에 위치하고 있는 국립 초등학교에서 투표를 했다. 그는 투표소 밖에서 유권자들과 나란히 서서 순얏센의 거대한 동상을 바라보았다.
순얏센은 1911년 혁명을 이끌었으며 ‘중국 국민당’을 창설했다. 천이 지금 그 권력을 전복시킨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 남편과 동반 유세를 펼쳤던 천의 아내 우수전은 창백하고 긴장한 것처럼 보였지만 표정은 단호했다. 그녀는 15년 전 트럭에 치여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그 당시 천은 타이난 선거에 출마해서 국민당에 도전하고 있었다.
그는 학교 밖으로 나와 아무런 행사도 갖지 않은 채 거리를 따라 걸으며, 함박 웃음을 짓고 환호하며 자신들의 아이를 보여주는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와 우리 사이에는 거리가 없다’고 길가의 한 모퉁이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린씨가 말했다. ‘그는 부패하지 않았으며 거대한 파벌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베이징은 또한 투표 전날, 타이베이 도심에서 가졌던 대규모 집회 당시에 발표된 천수이볜의 선언으로 불안해하고 있다. 천수이볜은 30만 명의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 ‘여러분 모두가 일어섰다. 타이완이 일어섰다’고 말했다. ‘중국이 일어섰다’라는 선언은
치앙카이셱에서의 패배 이후 마오가 사용했던 바로 그 문장 그대로이다. 지금 마오의 후계자들인 중국의 지배층은 타이완 해협을 건너 경쟁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두려워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수이볜은 계속해서 베이징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려하고 있다. 그는 공약을 정교화하는 과정에서 ‘오해를 푸는’ 작업에 즉각적으로 착수할 수 있는 ‘특별위원회’를 당의 전력을 다해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에게 ‘좋은 의도를 가진 화해, 적극적인 협력, 그리고 영원한 평화는 양안의 국민들과 정부 모두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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