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임신노동자의 모성

“더 힘든 곳에 배치해 유산끼 있게되면 업무상재해”

회사가 임신한 노동자를 노동강도가 센 곳으로 배치해 유산징후가 나타났다면?

부산 동아대의료원 신경외과에서 일하던 간호사 손아무개씨는 임신 15주째이던 지난해 11월29일 중환자실로 발령 받았다. 손씨는 이에 대해 임신사실을 알리고 출산 전까지 전환배치를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병원쪽은 “중환자실 인원이 모자라 어쩔 수 없다”며 이를 묵살했다. 결국 손씨는 중환자실로 옮긴 지 5일만에 유산 초기증세인 다량출혈로 입원하게 됐고, 절대안정 2주와 추가진단 2주를 받았다. 손씨는 이에 따라 병가 신청을 내려 했으나 병원쪽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마저 거부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위원장 차수련)는 이와 관련해 지난 1월5일 ‘임신한 여성노동자가 더 힘들어진 업무 때문에 유산징후 진단을 받았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지’ 노동부에 질의했다. 부산지방노동청은 이에 대해 지난 2월16일자로 ‘임산부의 배치전환 요구가 없었음에도 정신적 긴장이 요구되고 근무경험이 없는 부서에 배치한 것은 경이한 근로에 배치전환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사립학교교직원염금관리공단은 노조가 낸 요양신청서에 대해 지난 3월8일 ‘직무요양승인결정서’를 보내 유산징후를 업무상 재해로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주영미 민주노총 산업안전부장은 이와 관련해 “임산부의 유산이 처음 산재로 인정돼 그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됐던 유산을 사회적 모성보호의 과제로 인식하게 됐다”면서 “말로만

모성보호를 외쳐왔던 제도나 관행을 고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민주노총은 임신한 여성노동자에 대한 모성보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 3월28일 병원, 상업, 전교조 등 여성노동자들이 많은 산별연맹 관계자들과 함께 실태조사와 대책수립을 논의했다.

정경은 joungke@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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