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가자! 5월총파업(2) D-61

경제상황진단

초국적자본의 공세는 계속된다

외환과잉·원화강세로 수출빨간불…’개방화’에 투기자본 천국으로

빈부격차·임금·고용사정 악화전망…”싸우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잔잔한 호수에 떠 있는 배 위에서 벌어진 노동과 자본의 대립관계를 산업자본주의라 한다면, 오늘날 금융자본주의의 노자관계는 폭풍과 파도가 넘실대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일엽편주에 비교할 수 있다. 금융자본의 노동력 착취를 채찍질하는 것은 역시 정보통신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인터넷과 디지털 혁명이다. 초국적금융자본에 의한 세계통합과 착취강화는 규제폐지, 개방화, 민영화, 유연화의 깃발을 앞세운 채 전지구를 포위하고 있다. 그 배후에는 미국 월가의 금융자본, 4만개의 초국적자본, 군산학복합체, 각종 국제기구(IMF, IBRD, WTO, OECD 등)는 물론이고 사회주의 체제 몰락 이후 강화돼온 미국의 패권이 도사리고 있다.

김대중정부는 세계화, 개방화의 전도사를 자처하면서 기업, 금융, 공공, 노동 등 4대부문의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있다. 외환보유고를 8백억불 이상으로 늘리며 경제회복의 성과를 자랑하는 이면에는 금융시장의 전면적 개방, 공기업의 민영화, 기간산업의 해외매각 등 미국과 초국적자본이 주도하는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버티고 있다.

2년전의 외환고갈과 원화하락(1달러=2,000원)에서 외환과잉과 원화상승(1달러=1,100원)의 국면을 맞아, 70%를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는 이제 무역수지에 빨간불이 켜지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엔화약세, 원화강세로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경합 중인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등의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그런 만큼 구조조정 압력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요즘 선거쟁점으로 여야간에 ‘국부유출논쟁’이 한창이다. 그러나 이 논쟁, 즉 직접투자와 해외매각 논쟁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IMF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었던 투기성 단기자금의 급격한 이동이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비중은 20%인 3백13조 규모다. 올해 들어 3개월 동안 이미 56.4억 달러가 유입됐는데, 이는 작년 한해 유입액 51억불을 넘어선 것이다. 금융시장 전면개방과 함께 단기투기자금에 대한 규제는 전혀 없다. 우리나라는 힘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정글법칙이 관철되는 자본의 투기장이 되고 있으며, 이에

국제 투기자본과 국내 재벌간의 대립과 이합집산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총체적으로 보면 초국적자본과 국내자본의 대립과 투쟁에 물자를 제공하는 것은 노동자들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임금은 52.1%(97년)에서 45.7%(98년)로, 기업내부가치 대비 임금은 47.3%(97년)에서 36.7%(99년)로 노동소득분배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2.9%(95년)에서 9.6%(99년 상반기)로 줄었다. 작년말 결산상장사 5백78개사 중 대우그룹과 일부관리 종목을 뺀 4백84개사 실적을 보면 제조업의 경우 매출액은 전년대비 9.8% 증가한 4백15.8조원이고 당기순익은 14.5조원에 이른다(98년-9.7조원 손해). 이는 저금리, 환율안정에도 원인이 있지만 계속된 구조조정에 따른 노동자들의 희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사회전반의 빈부격차는 ’20대80사회’가 말해주듯이 상위 20%계층은 IMF 이전과 비교해 소득이 9.5% 늘어난 반면, 하위 20%계층은 17.9%나 줄어들었다. 소득불균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3204로 79년(0.3057) 이후 21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정보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혁명은 신제국주의라고 불리는 미국의 패권적 세계지배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기업은 수익 한 푼 못내면서도 높은 주가를 나타내 거품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 밴처기업 또한 마찬가지다. 실업률저하와 완전고용 접근 등 미국의 장기호황은 인터넷혁명의 신경제 때문이 아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질서, 미국내 흑인, 남미계 등 차별적 노동시장이 주요원인이다. 경기순환이 사라지리라 단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그럼에도 기존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종에서 정보통신산업으로의 급격한 이동은 엄청난 부작용을 낳게 된다. 즉, 저기술기업과 영세기업은 도산하고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게 된다. 나아가 고기술-고학력 노동자와는 임금격차가 벌어지고, 연공적 임금체계가 무너지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노동계급의 분열을 부추긴다.

금융시장의 바다에 디지털 혁명의 폭풍이 불고 있다. 초국적자본의 무제한적인 싹쓸이 그물망이 어족의 씨를 말리고 있다. 자본간의 빈부격차는 말할 것도 없고 노동과 자본간의 격차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노동자간의 차별을 조장하며 확대시킨다. 빈부격차의 시대를 거슬러, 노동자가 노조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투쟁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