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노조 직선제
지도부 뽑으며 ‘우리조직’ 느껴
지도부-조합원 결합력 높여…관심·참여 늘어나는 계기
시행초기 ‘노조별 몰표’ 현상도…여건확보·제도개선 필요
최근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임원선거가 조합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직선제로 치러지면서 직선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민주노총은 이미 이갑용 집행부가 ‘조직혁신’을 위한 핵심공약으로 직선제를 제기했다가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지금도 직선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부결되고, 일부에서는 채택되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현장조합원들의 의견은 어떨까.
지도부를 조합원이 직접 뽑아야 한다는 데에 현장에서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단위노조를 넘어 지역본부나 산별조직 임원에 대한 직선 경험이 많지 않은 까닭에 처음 해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우려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직선제의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가장 먼저 ‘현장결합력’이 꼽히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경희의료원지부 이순석 사무국장은 “우리 조직의 경우 산별노조를 세운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조합원들이 ‘산별노조’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으며, 직선제 역시 남의 일로 느끼는 게 대부분”이라면서도 “그러나 중간간부 선까지는 이번 직선을 계기로 산별노조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대전충남지역본부장 선거에 직접 참여한 과기노조 생명공학연구소지부 유혜란씨는 “직접 참여했다는 점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대우기전노조 유재만 수석부위원장 역시 “예전에는 지역본부장이라 해도 조합원들이 잘 모르고, 또 그러다보니 지역본부 사업에 대한 관심도 부족했는데,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들이 직접 유세도 하고, 출근시간에 유인물도 나눠주니 지역본부 사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김행범 현대중공업노조 총무차장 역시 “당연히 지도부는 조합원이 직접 선택해야 하고, 그런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했다.
이번 직선에 높은 참가율을 보인 대전충남본부의 박종범 사무차장은 “선거과정에 조합원의 직접적인 관심과 참여가 이루어져서 지역본부 사업과 현장의 결합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처음이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이순석 사무국장은 “조합원들이 후보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투표해야 하는 점”을 지적했고, 유혜란씨는 “홍보가 부족했던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김행범 총무차장은 “후보들이 사업장 안에 들어가서 직접 선거운동을 한 경우에는 조합원의 반응도 좋고 투표율도 높았지만, 노사관계가 좋지 않은 사업장은 홍보나 선거운동을 제대로 못했고 당연히 투표율도 낮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선거가 과열되는 바람에 후유증을 남기기도 했다. 유재만 수석부위원장은 “대구본부의 경우 세 팀이 나오다보니 후보간 갈등을 빚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위원장의 성향이 조합원 전체의 표에 그대로 반영되기도 하고, 노조 집행부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해서 결국 선거후유증도 크고 부정투표 시비까지 벌어졌다”고 지적한 뒤 “처음 하다보니 이러저러한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지만 직선제는 민주노조가 가져야 할 원칙인만큼 규약정비 등을 통해 이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직선제와 관련 오랜 진통을 겪어온 사무금융노련의 김창희 한국후지쯔노조 위원장은 “조직적 몰표가 나오거나 돈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직선제의 폐해가 있을 수 있지만, 연맹 지도부에 관심을 갖게 되고, 알게 된다는 측면에서 문제점을 보완하고 폐해를 극복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도기계노조 경주지부의 신시연 사무국장은 “직선제라는 것은 조합원 전체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인데, 이제까지 직선을 치른 지역본부의 투표결과를 보면 참가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게 사실”이라는 지적과 함께 “선거가 과열되거나 선거관리가 제대로 안되면서 불신이 쌓이기도 하고, 조직이 분열되기도 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런 한계를 극복하면서 오히려 조직내 통합력을 높여내고 단결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본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98년 민주노총 차원에서 직선제논의가 벌어졌을 때 부산지역도 ‘직선제’에는 동의하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단위노조 의무금이 중앙으로 바로 올라가고 지역차원에서는 납부현황을 파악할 수 없어 투표권을 어디까지 줘야 하는가를 비롯해 중앙에서 직선을 하지 않는 한 지역본부만으로는 힘들다고 뜻을 모은 바 있다”며 전조직 차원의 자연스러운 직선제 전환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황미 leehm@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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