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 집

죽음을 부르는 전쟁상인들

벌써 3월의 마지막 주다.

시간은 참으로 빨리도 흘러 ‘과연 그 날이 오냐?’라고 했던 21세기도 벌써 3달여가 흘러갔다. 벌써 몇 차례의 결혼식에 다녀왔는지 세기 힘들 정도로 2000년의 봄은 희망의 혹은 새로운 출발의 토대가 되기에 충분한 그런 계절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한 것 같다. 21세기의 초반부터 군가산점제 문제, 미군기지촌 여성들의 잇따른 죽음, 코엔 미 국방부장관의 방한, 최근의 서해 5도 지역을 둘러싼 법적 공방 등등으로 눈이 다 휙휙 돌아갈 지경이다. 최근 참세상 플라자에 불붙은 논쟁에서 볼 수 있듯이 운동진영의 대응도 갈피를 못 잡고 미비한 수준에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딱 이것으로 일어난 사건이다.”고 얘기할 수 없는 그런 문제들을 어떤 담론이 전유 혹은 “이것이 본질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램인데…

이번 평화연대 19호의 특집은 ‘세계화와 군수무역’이라는 주제를 잡아보았다. 이 글은 지난 2월 말 진행되었던 군수무역 워크샵(군수무역 대책모임. 평화인권연대, 국제민주연대 주최)에서 발표되었던 것을 발췌하여 실은 것이다. 혹시 완본을 받아 보시길 원하시는 독자들께서는 평화인권연대로 연락 주시기 바란다.

군수무역의 문제는 아직 한국에서는 커다란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도 군사기밀이라는 미명하에 이 부분 자체가 제대로 드러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안보라는 꺼떡하면 들이대는 이 물건은 군사기밀을 합리화시켜 주는 좋은 처방이다. 이 국가안보라는 놈의 문제는 군수무역 감시운동을 방해하는 것의 차원을 넘어서 미국의 패권에 저항하는 모든 운동 의제들에게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이데올로기들을 뛰어넘을 때다. 굳게 믿고 있던 신념(?)을 일순간에 깨기란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이제는 국가안보의 수준을 넘어 사회의 다양한 부문에서 국민들의 안보가 보장되는 포괄적이고 좀 더 대안적인 안보개념으로의 확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래! 다시 보는 거야…. ▣

무기시장개척에 나선 ‘죽음의 상인들’

■ 글 / 손상열 (평화인권연대 상임활동가)

‘죽음의 상인들’의 위력은 여전히 대단하다. 냉전은 종식되었지만, 전쟁을 사고 파는 국제무기거래가 냉전시기와는 다른 모습으로 또다시 부활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스톡콜롬 국제 평화연구소(SIPRI)의 99년 연감에 따르면, 탈냉전에 따라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던 세계무기거래가 95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증가추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한다.(그림 1참고) 특히 주목해야 할 사항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무기거래인데, 88년 당시 세계 무기수입총량의 31%를 점유하던 아시아 지역의 무기수입이 97년에 이르러서는 세계무기수입총량의 거의 절반(49%)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중 중국, 남한, 대만은 세계주요무기수입국의 10위권 안에 랭크되어 있다.

시장개척

이런 상황이 왜 발생하는 것일까? 군사전문가들은 95년이래 활성화되고 있는 세계무기거래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주요 군수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전략을 지목하고 있다. 냉전종식이후 주요 무기수출국들이 국방예산을 축소시킴에 따라, 줄어든 국내 무기판매량을 보충하기

위해 주요 군수기업들이 해외시장개척에 나서게 됐다는 이야기이다. 미국을 예로 들자면, 85년부터 97년 사이에 국방비지출이 38%가량 감소하게 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주요 군수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 또한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 84년의 경우 15.3%에 불과하던 미국의 제 3세계 무기판매가 92년에는 57%로 93년에는 76%로 급증하게 된다. 이같은 군수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엔 주요 무기수출국 정부 또한 한 몫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95년 2월 ‘미국의 재래식 무기이전정책’을 통해 ‘국내 군수산업의 육성 및 생산기반보호’를 천명한 바 있으며, 군수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을 돕기 위한 무기전시회의 예산으로 96년에는 266만 달러, 97년에는 249만 달러, 98년에는 200만 달러 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냉전시기 미국과 더불어 최대 무기수출국이었던 러시아 또한 달러를 벌어들인 수단으로서 무기거래를 적극활용하고 있다. 지난 96년 지노비 파크 러시아 방산장관은 “옛 소련시절 무기수출대국의 위치를 되찾기 위해 2000년까지 연간무기수출 규모를 1백억달러까지 끌어올린 방침”이라고 밝혔으며, 러시아 군수산업을 위해 “세금인하를 포함한 각종 지원정책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새로운 무기시장

주요 군수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전략에 따라 아시아지역이 새로운 무기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시아 지역이 새로운 무기시장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지난 몇 년간 이 지역이 보인 급속한 경제성장에서 기인하고 있다. 즉,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이제 막 군 현대화에 나서고 있는 아시아 각 나라들이 현대식 전력을 구비하기 위해 노력

하고 있으며, 이것이 아시아지역의 무기수입을 증가시키는 주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시아의 많은 정부관료들은 “전체예산 중 군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경제성장률에 비해 저폭으로 상승할 뿐”이라면서 무기구매를 옹호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지역의 군사적 불안정 또한 무기거래를 활성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TMD 배치계획은 그 자체로 일본, 대만, 한국의 무기도입에 불을 붙이고 있으며, TMD 배치계획을 중대한 군사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 북한의 무기구매 또한 활성화시키고 있다. 사회주의권 해체와 나토팽창에 따라 동유럽지역 또한 주요한 무기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유럽국가들의 나토가입이 새로운 무기시장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국은 이미 91년부터 동유럽국가들에 대한 군사지원에 나서고 있다. 91년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폴란드에 대한 군사지원을 시작으로 92년에는 알바니아, 불가리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로 군사지원을 확대했으며, 93년에는 벨루러시, 카자흐스탄, 루마니아까지 군사지원을 늘려, 이제는 동유럽 전지역을 군사지원 대상국에 포함시켰다. 동유럽지역에 대한 군사지원에 나선 미국의 속셈은 간단하다. 한편으로 나토팽창을 위한 군사적 기반을 마련하고, 다른 한편으론 동유럽 나라들에게 미국제 무기의 맛을 들인 다음, 무기를 팔아먹겠다는 심산이다.

낮은 임금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군수기업들

탈냉전기 군수기업들의 회생전략은 단지 해외판매 확대에만 그치지 않는다. 치열한 무기시장 쟁탈전에서 살아남고 좀더 강력한 군수기업이 되기 위해 주요 군수기업들은 초국가적인 협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물 론 군수기업들간의 초국가적 협력이나 무기산업의 국제화는 지난 45년이래 지속되어온 현상이다. 하지만, 탈냉전기의 양상은 이전 시기와 비교했을 때 사뭇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군사연구가 스테파니는 무기산업의 국제화과정을 3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즉, 60년대말 까지는 주로 해외무역팽창형태로 무기산업의 국제화가 진행되었다면(1기), 70년대 이후에는 닉슨독트린의 영향으로 해외생산시설투자가 급격히 성장하였으며(2기), 국제화과정의 3기인 현재에는 기업간 협정과 인수가 활발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평화운동가인 스티븐 스테이플스는 이런 상황을 세계화와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과거엔 개별국가가 그 나라 경제를 통제했고, 군수산업들은 대부분 국가경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군수산업은 개별국가의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되었고, 정부의 법적 규제와 재정적 지원을 받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세계화는 정부 및 군부와 결탁한 기업들간에 새로운 관계를 창조해냈다. 단일 세게경제로의 움직임은 거대 군수기업들을 등장시켰으

며, 이제 그들의 부와 힘은 개별국가들을 능가하며, 그들의 이윤은 국가경계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보잉, 제너널 모터스, 록히드 마틴,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 같은 군수기업들은 한때 개별국가적 기반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초국적 기업이며, 더 놓은 정부보조금과 세

금특혜, 저임금, 열악한 노동조건을 찾아 세계를 어슬렁 거리고 있다. 또 좀 더 강력한 초국적 기업이 되기 위해 다른 기업들과의 합병에도 혈안이 되어 있다”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