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특집(끝)- 단병호 위원장이 조합원께 드리는 글

민주노동당의 승리가 곧 노동자의 승리입니다

오늘도 현장에서 땀 흘리고 계신 여러분께 존경의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IMF 이후 초국적자본과 기득권세력 위주의 정책으로 뼈를 깎는 고통에 시달려오신데 대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조합원의 일자리와 생존권을 지키려 애써오신 간부 동지들의 헌신과 노고에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존경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 여러분!

오늘은 좀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다름 아닌 선거 얘기입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16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그동안의 일방적 희생을 보상받아야 하는 임단협과 구조조정에 맞서 다시 생존권을 지켜야 하는 중요한 투쟁을 앞두고 새삼 선거얘기를 꺼내는 걸 의아해하실 동지가 계실 줄 압니다. 물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5월31일 총파업을 정점으로 삼은 상반기투쟁입니다. 문제는 이번 총선이 상반기투쟁과 동떨어진 그 무엇이 아니라 그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란 사실입니다. 16대 국회의원을 뽑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결과에 따라 우리의 투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96-97년 겨울총파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지지여론을 등에 업을 때 우리는 더욱 힘있게 투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5월 총파업 준비기간에 실시되는 이번 총선을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공간으로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은 이미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주5일근무제, IMF피해 원상회복, 조세개혁 등 3대요구를 설정하고 이를 쟁점화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 나선 우리 후보들도 이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총선과 5월투쟁이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민주노총은 물론 주권자로서 동지 여러분이 행사하는 정치적 선택을 존중합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나아가 산하 연맹과 노조에서 내세운 후보들도 모두 민주노동당으로 출마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보수일색의 우리나라 정치풍토에서 많은 이가 당선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든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후보들은 충분한 재정적 뒷받침도 없는 가운데 어렵게 나섰습니다. 선거공간에서 우리의 요구를 직접 알리고, 노동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사회상을 제시하기 위함입니다.

그동안 우리 노동자가 얼마나 어렵게 살아왔습니까. 특히 IMF가 터진 뒤로는 임금삭감 아니면 동결, 정리해고로 가정경제가 파탄나고, 언제 쫓겨날지 모를 불안감과 황폐해진 인간관계에 고통받아왔습니다. 그래도 다들 어렵거니 생각하면서 꾹꾹 눌러 참아왔습니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고통을 떠맡은 사람 따로, 배를 불린 놈 따로였던 것입니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진 대로 상위재벌은 더욱 몸집을 불렸고, 일부 정치인과 고위관료들은 직무상의 정보로 주식투자해 떼돈을 벌었습니다.

특히 이번 선거에 나선 보수정치인들을 보십시오. 국정을 잘 돌보라고 국회에 보내놨더니 의정활동은 늘 뒷전이었습니다. 개혁입법은 그만두고 고작 노동법 개악, 정리해고 도입 등 노동자 죽여 기득권을 옹호하기에 바빴습니다. 나아가 명분 없는 당리당략, 이전투구로 세월을 허비하더니 뒷구멍으로는 병역비리에 세금포탈을 일삼았음이 드러났습니다. 이제 와서는 저 지긋지긋한 지역감정을 자극해 파렴치하게 표를 구걸하고 있습니다.

동지 여러분!

이번에는 결코 지역감정에 휘둘려선 안됩니다. 저들 보수정치권이 이번 총선에서 다시 신임을 얻게 되면 저들의 지난 과오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당연히 부정부패도, 노동자 죽이기도 정당화되는 것입니다. 반면 우리 노동자가 피를 토하며 주장했던 고통전담과 희생 따위는 땅속에 묻히고 말 것입니다. 의기양양해진 저들은 다시 우리 노동자에게 더 큰 희생과 고통을 강요할 게 뻔합니다. 벌써부터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그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빚어지지 않도록 우리는 보수정치권을 준엄하게 심판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 후보들은 이 점에서 보수정치권을 심판하기 위해 내세운 노동자의 선봉대입니다. 이들이 좋은 결과를 내는 게 바로 보수정치권 심판입니다. 가급적 많은 사람이 당선되는 게 좋겠지만, 설령 당선 가능성이 낮더라도 최대한 지지를 끌어모아 보수정치권의 간담을 서늘케 할 정도의 득표를 올려야 합니다. 그래야 예전처럼 노동자를 업신여기지 못합니다. 우리 후보의 당선이 힘들다고 하여 만약 ‘될 사람’을 찍는다면 그 표는 결국 우리 목을 겨누는 칼날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존경하는 동지 여러분!

선거도 투쟁입니다. 우리의 정치적 선택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제시한 실천지침에 따라 민주노동당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합시다. 그것이 바로 당면한 상반기투쟁을 승리로 이끌어 우리의 미래를 다지는 길입니다. 감사합니다.

2000년 4월 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단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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