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가자! 5월총파업(3) D-54
<당신은 행복을 찾았는가>
노동자, IMF는 계속되고 있다
명목임금 올랐어도 물가 등에 비춰 ‘뒷걸음질’…고용구조도 악화
‘신자유주의 정책’에 초국적자본 지배력 커져 ‘희생’ 더 강요할 듯
한국정부가 IMF에 경제주권을 헌납한 지난 2년 동안 노동자들 대다수는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임금과 일자리를 빼앗겼다. 2년이 지난 지금 기업의 수익성이 늘고 각종 경제지표가 IMF 탈출을 보여주고 있으나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은 회복될 낌새를 보이지 않는다. 회복은커녕 소득 분배의 불평등과 고용구조의 악화, 노동시간의 확대가 지속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어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과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며, 그 차익은 고스란히 재벌기업과 초국적자본이 챙겨갈 것으로 보인다.
IMF 경제위기 2년 동안 한국 노동자들은 우선 임금과 일자리를 잃었다.
실질임금이 아직도 IMF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지 못하며, 경제성장률까지 고려하면 노동자들은 매우 큰 상대적 임금감소를 겪었다. 명목임금은 2년간 7.5% 올랐으나 같은 기간 물가는 8.4% 올랐고, 경제성장률은 3.6% 수준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5%에 가까운 임금손실을 입은 것이다.
98∼99년 2년 동안 공기업에서 3만2천2백57명이 퇴출되는 등 공공부문에서만 모두 6만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5개 퇴출은행과 7개 조건부승인 은행에서도 3만9천명이 길거리로 나앉았다. 노동자들의 건센 반대에도 이들 12개 은행에서 인원을 32%나 줄인 것이다.
한때 8%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이 최근 4%대로 안정되고 있어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어찌 보면 상당히 회복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거 비정규직으로 전락했고, 고용구조는 이같이 계속 악화될 것으로 보여 노동자들이 제 일자리를 되찾기는 어렵게 됐다. 지난 2년 동안 77만명의 정규직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반면 정규직의 40∼80%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60만명이 늘었다. 이들은 초과근로수당, 퇴직금, 월차와 연차, 생리휴가 등 법정임금이나 휴가를 잃어버린 인생이 됐다. 사회적 보호의 마지막 수단인 사회보험 가입률도 매우 낮아 국민연금, 의료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의 안전지대에서 밀려났다.
정규직을 자른 뒤 그 절반 수준의 임금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한 탓에 인건비는 대폭 줄고 기업의 수익성은 크게 올랐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4.2% 흑자를 내 95년 호황기로 돌아갔다.
한편 경기가 회복면서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늘어난 노동시간이다. 10인 이상 전산업 노동자의 주당 노동시간은 89년 49.2시간으로 40시간대로 접어든 뒤 45.9시간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에는 평균 47.7시간으로 급속히 늘었다. 이같은 장시간노동으로 노동자들은 목숨과 건강을 잃고 있다. IMF 원년이던 98년의 과로사 비율이 전년도보다 4.18%나 늘었으며, 재해자 2명 가운데 1명 꼴로 장해가 남아 그 심각성은 더욱 커졌다.
이처럼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잃고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원인이 초국적자본과 소수 재벌의 이해에 기초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치명적으로 잃은 것은 ‘국부’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은행, 공기업, 민간기업들은 초국적자본의 직접지배 아래 놓이게 됐다. 노동자와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어마어마하게 쏟아부어 정상화시킨 서울, 제일은행이 외국자본에 넘어갔고 외환, 한미, 신한 등 대부분의 은행이 초국적자본과의 합작은행으로 변했으며 국민, 주택은행의 경우도 외국인 지분이 40∼50%에 이르고 있다. 생명보험사 등 제2금융권도 구조조정-외자유치 명목으로 공적자금을 투여해 정상화한 뒤 초국적자본에 넘기고 있다.
일반 기업에 대한 초국적자본의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삼성전자, 포철의 외국인 지분비율이 40∼50%에 이르고 맥주, 광고, 유통업계가 초국적자본의 지배 아래 들어갔으며 한화, 한라그룹 계열사들이 인수합병되고 있다.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등 최우량 공기업의 지분도 조금씩 넘어가고 있으며, 대우자동차 또한 정부와 사용자쪽은 해외매각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고 있다.
더욱이 외자유치와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여 노동자들은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전망이다. 공기업은 2000년 이후에도 9천여명의 인원을 추가로 줄일 예정이며 생명보험사, 리스회사, 상호신용금고 등에서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외자 또한 경제사정이 안 좋으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는 점에서 국내경제를 무너뜨림은 물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정경은 joungke@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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