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현장(4)-대우자동차노조의 일터 사수

“내가 박살나고 무너진다 해도…꼭 지킨다”

회사쪽 방해공작 뚫고 ‘해외매각 반대-공기업화’ 의지 확산

지역 핵심현안으로 떠올라…가족은 물론 총선후보도 나서

“총파업 투쟁으로 해외매각 박살내자.”

“공기업화 쟁취하고 고용안정 쟁취하자.”

3월31일 오전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사통팔달 조립4거리가 눈에 들어오자 조합원들의 당찬 구호가 귓가를 울렸다. 3월말-4월초 자동차노조의 선봉투쟁을 알리는 첫 함성이었다. 집회장 옆으로 늘어선 소위원 철야농성천막에는 해외매각문제의 끝을 보고야 말겠다는 결의가 배어났다. 소위원들에 앞서 추영호 위원장은 조립4거리 앞쪽에, 부서별 대의원들은 정문을 비롯한 4개문에 텐트를 치고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노조는 29일 민주당사앞 집회, 30일 과천 정부청사앞 집회 등 1주일째 부분파업과 항의투쟁을 계속해오고 있었다.

주야 동시출근 전면파업 1일차 사내집회였지만 참석자들은 어제 과천 정부종합청사앞 집회때보다 많이 늘지 않았다. 노조의 전면파업에 대해 회사쪽은 31일부터 조업을 중단하고 일부 직·조장을 통해 돈을 뿌리는 등 노조 힘빼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회사쪽이 집회참석자들에게 경고장을 보냈고, 집회에 참석하는 조합원에 대해서는 연·월차를 까지만 퇴근하거나 현장에 남아 있는 조합원에 대해서는 까지 않는다 회사방침이 알려져 현장이 다소 위축돼 있다.” 한애택 교선실장의 설명이었다. 참석한 8백여명의 조합원들은 회사엄포에 흔들리지 않는 ‘기본동력’이라는 얘기다. 한 실장은 “현대, 기아도 대정부투쟁에서 졌는데 우리가 이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많았지만 평상시 집회장에 안보이던 조합원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어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후1시. 부평역까지 시가행진이 시작됐다. 풍물패에 이어 1주일째 철야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소위원들이 앞장섰다. 1백50여명의 소위원들은 매일아침 6시30분에 일어나 부평공장 4개 문을 돌며 출근투쟁을 벌여오고 있었다. 투쟁에서는 선봉대로, 행진에서는 질서유지대로 자임해온 소위원들은 최근 그 숫자가 점점 불어나고 있어 투쟁의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었다. 유만형 조립1부 소위원은 “내가 박살나고 무너진다 해도 해외매각만은 꼭 막아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한 뒤 “정주호 사장이 회생노력은 하지 않은 채 해외매각만이 회사살리기라는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는데 어떻게 따라갈 수 있나”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우리가 먼저 일어나지 않고 연대투쟁을 바라기 힘들다는 것을 안다”며 “그렇기 때문에 4월6일 총파업에 앞서 대우차가 먼저 전면파업에 들어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매각 막아내고 인천경제 되살리자.”

대우차에 대한 인천시민의 관심은 남달랐다. 한 시민은 노조선전물을 받아든 손을 한껏 치켜올리기도 했고, 또 다른 시민은 문선대를 태운 대형트럭에서 흘러나오는 ‘늙은 노동자의 노래’를 따라부르기도 했다.

오후3시 부평역. ‘대우자동차 해외매각저지와 공기업화 쟁취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시작됐다. 참석조합원들이 1천5백여명으로 늘어나면서 집회분위기는 고조되기 시작했다. 대회장 옆에서는 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대우자동차 조합원 가족 20여명이 피켓팅을 벌였다. ‘생존권 박탈하는 놈들 아줌마의 매운맛을 보여주자!’는 구호로부터 ‘아빠 힘내세요. 우리도 함께 할께요’라는 한별이의 바램까지 가족들의 마음도 하나가 됐다.

“해외매각되면 고용불안이 생기고 생계가 위협당하지 않겠어요. 애기아빠 고생하는데 힘내라고 나왔죠.” 대우자동차노조 조합원을 남편으로 둔 정순희씨의 말이다.

단병호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오늘부터 시작되는 이 투쟁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해나갈 거대한 투쟁”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현정부와 썩어빠진 보수정치권을 심판하고 김대중 정권의 해외매각방침을 철회시키자”고 강조했다. 연대사에 나선 청년진보당 백인성(부평을) 후보도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1천3백만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생존권을 걸머진 투쟁”이라며 “결사투쟁의 각오로 나서자”고 역설했다. 백인성 후보는 지난 3월27일 대우자동차 정문앞에 총파업 선대본 사무실을 설치한 뒤 연대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추영호 위원장은 “대우자동차가 양키놈들에게 넘어간다면 인천부평지역은 외국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라며 “애국운동이자 독립운동인 이번 싸움을 힘차게 벌여나가자”며 열변을 토했다. 조합원들은 4월1일 민중대회 참가를 다짐하며 ‘파업가’로 부평역 집회를 마무리지었다.

한편 회사쪽은 연대투쟁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31일 민주노동당과 인천사회진보연대 등이 정문앞에 농성천막을 치려 했지만 노사협력팀 관리자와 경비 등 50여명이 폭력을 동원해 이를 막았다. 이 과정에서 회사쪽은 민주노동당 김창한(인천서·강화갑) 후보를 마구 폭행했다.

노조는 4월3일 중앙투쟁위 회의를 열어 4월3~4일 위원장이 직접 취약부서에 가서 파상파업을 주도하는 한편 이후 투쟁방침에 대한 전권을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총선 관련 유세장투쟁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중앙언론이 대우자동차 해외매각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조합원들의 참여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인식 조립1부 조합원은 “회사쪽의 방해공작으로 조합원들의 참여가 어렵지만 98년 현대차 정리해고투쟁과 비교해 투쟁동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더 많은 조합원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철 leecc@kctu.org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