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영상(13)
김명준/노동자뉴스제작단 대표
이제 새 술은 새 부대에
지난 4월8일 목동에 있는 방송회관에서는 합법화된 퍼블릭엑세스 구조와 관련된 방송위원회의 시행규칙을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작은 간담회가 열렸다. KBS, 그리고 필자와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측인 방송진흥위원회가 참여한 이 간담회가 벌어진 짧은 시간 동안 토론과 합의 및 논쟁을 이어가면서 한가지 느낀 점은 정말 새 부대를 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간단한 진리였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이 영상매체 창작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엄청난 수의 채널이 탄생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가 민주적 미디어 환경을 만드는데 걸맞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거쳐가야 할 여정은 너무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기득권을 지닌 국가권력과 자본, 그리고 주류 방송국들에게도 골치 아픈 상황임에 틀림없다. 미디어를 통제할 방법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고, 어떻게 이윤을 만들어낼지도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수십년 동안 유지돼온 독점적 구조에 익숙해있는 방송국들은 변화에 대한 저항과 변신 사이를 끝없이 방황한다. 또한 독자적인 미디어를 가져본 경험이 많지 않은, 하지만 점차 커가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진보운동으로서도 비슷한 딜레마는 존재한다.
최근 몇일 사이에 벌어진 상황은 그 현실을 반증한다. 퍼블릭엑세스 구조를 확정하기 위한 논의는 아직도 진행중이지만 논의에 개입하고 전망을 제시하는 진보운동의 조직적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선거기간 동안 벌어지고 있는 각종 투쟁과 탄압 상황이 속속 인터넷의 동화상으로 서비스되고 있지만 진행중인 운동과 그것이 얼마나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아쉬울 따름이다. 분명 이전과는 다른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막상 새로운 것들은 가능성으로만 남아있다. 도대체 무엇이 비어있는 것일까?
해답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변화는 늘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고, 우리가 우리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놓은 조직체계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거꾸로 우리 활동의 발전을 가로막는 질곡이 되기 일쑤다. 퍼블릭엑세스에 대한 노조운동의 대응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새로운 미디어 분야는 지금의 노조조직체계 또는 노조운동 내부에 축적된 조직역량으로는 그 대응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운동의 전략을 새롭게 짜들어가야 한다. 역량이 없다면 어떻게 만들어갈 것이며, 그 조직적 대응의 주체는 어디가 중심이 돼야 할지 등이 그것이다. 되지도 않는 언론플레이에 힘을 쓰거나 구태의연한 올드 미디어 전략을 붙들고 있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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