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애틀에서 워싱턴으로

‘신자유주의 반대’ 국제연대 거센 물결

지난 1월11일 워싱턴DC의 한 대학 강의실에 60여명의 활동가가 모여들었다. ‘지구적 정의를 위한 결집’이라는 기조 아래 워싱턴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행동을 계획한 것이다. 4월16-17일 열릴 IMF와 세계은행의 상반기 연차총회에 맞춰 진행되는 이번 행동은 작년 11월말 시애틀에서 있었던 세계무역기구(WTO) 반대행동에 이어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저항하는 세계 민중의 분노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모아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제 워싱턴이 제2의 시애틀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시애틀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WTO 등 신자유주의적 국제금융질서에 대해 기층대중으로부터 직접 표출된 강력한 반발이었다. 노동자들을 비롯, 실업자, 농민 등 소위 세계화로부터 배제된 많은 이들이 시위에 참가해 WTO 반대의 목소리를 높혔고, 그 목소리는 시애틀을 넘어 전세계에서 동시에 울려 퍼졌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맞서는 광범위한 저항이 강렬한 국제적 연대투쟁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유명한 비정부기구들간의 관성적인 일과성 대항 회의를 넘어서 아래로부터 제기되는 거부와 변혁의 열망을 담아내고 지속적인 저항의 흐름을 창출해내는 것이야말로 시애틀에서 새롭게 부각된 것이었으며, 이번 워싱턴 행동에서 다시금 시도되는 것이다.

일단 그 겉모습은 시애틀 때와 비슷해 보인다. 이번 워싱턴 행동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단체는 시애틀 시위에서도 자유무역 반대, WTO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특히 미국노총(AFL-CIO)의 경우 시애틀 때와 마찬가지로 기층 조합원들의 거센 참여 압력을 받았다. 무한이윤추구를 위해 기업이 주도하는 지구화와 일자리를 위협하는 구조조정정책을 명백히 반대하고, 노동자의 권리와 환경보호, 민주주의 증진과 빈곤감소 등을 우선하는 새로운 지구적 경제질서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주빌리2000 미국 네트워크’가 주도하는 외채탕감 캠페인(9일)에 미국노총도 함께 했으며, 백악관 바로 뒤에서 16일 열릴 집회에는 미국노총과 철강노조(USWA)를 비롯, 정부고용인노조, 전기·통신노조 등도 함께해 IMF와 세계은행에 대한 항의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12일 노총 집회와 철강노조의 13일 촛불시위 등은 중국에 대한 영구적 정상교역관계 부여 반대가 주내용이어서 일각의 우려를 낳고 있다. 즉 이들의 보호주의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비판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에는 제3세계 나라들의 외채 부담과 커져만 가는 지구적 불평등에 대한 항의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빈약한 사회복지마저 축소하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며, 환경을 파괴하는 IMF와 세계은행의 구조조정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다. 14일의 ‘저항의 세계화!’ 토론회에서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이래 일상화된 멕시코의 노동착취공장이나 중남미의 기업화된 대농장의 노동착취를 고발한다.

워싱턴의 4월은 이미 작년 11월 시작되어버린 듯하다. 아니 어쩌면 초국적자본의 이익만을 우선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분노가 세계 곳곳에서 들끓기 시작할 때 이미 워싱턴의 4월은 결정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세계화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 자본주의 질서는 이제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는 세계 민중의 광범위한 동의가 일고 있다는 게 시애틀 이후 우리가 확인한 가장 소중한 성과였다. 우리의 저항이 자본만큼이나 초국적일 수 있으며 또한 초국적이어야 한다는 명제는 워싱턴에서 다시 확인될 것이다.

김 석(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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