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너나없이 현실과 동떨어지고 불공정한 선거법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정치신인과 무소속 출마자들의 국회진출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이 되고있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93조1항의 불합리성에 대한 지적은 한결같았다.
◇ 원외와 무소속에 대한 차별=공직선거법 93조1항은 선거 180일 전부터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 법 111조는 현역의원의 `특권’을 인정해`명목여하를 불문하고’ 무제한적으로 의정보고회를 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원희룡(서울 양천갑) 한나라당 당선자는 “현역 의원은 다과까지 곁들인사랑방좌담회나 의정보고회를 허용하면서 원외나 무소속은 플래카드에 이름조차밝힐 수 없도록 한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현역인 이상수(서울 중랑갑) 민주당 의원도 “이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 선거법 개정때는 반드시 고쳐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임종석(서울 성동) 민주당 당선자가 지난달 9일 이 법의 위헌여부를 가려달라는헌법소원을 낸 뒤 무소속 후보들의 헌법소원이 잇달았다.
◇ 지구당 중심 선거운동의 문제점=현행 선거법은 선거운동을 철저히지구당 조직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다.
동별로 3명씩 둘 수 있는 유급선거운동원과 시·군·구의원 등 지구당 조직원이외의 자원봉사자는 제대로 선거운동을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탓이다.
심지어 자원봉사자는 완성된 홍보물조차 돌릴 수 없다.
이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한글자씩 표기된 푯말을 들고 여럿이 줄지어 조합된문구를 만드는 방식으로 편법운동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글자 한자는 완성된 홍보물이 아니므로 법망을 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관악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성식 한나라당 후보는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해통·반 연락책을 두지 않았었다”며 “순수 자원봉사자 중심의 선거운동이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헌(서울 서대문갑) 한나라당 당선자도 “자금과 조직이 없는 정치초년생에게 지구당 중심의 선거운동은 천문학적인 돈 선거를 요구한다”고문제점을 지적했다.
◇ 과도한 선거운동 규제=현행 선거법은 가능한 선거운동의 방법을제시하고 그 이외의 방법으로는 선거운동을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관리규칙에는 간판과 현수막의 길이와 너비, 사진을 부착할 수 있는장소와 숫자 등 온갖 자질구레한 조항이 수백가지나 된다.
이 탓에 위법 선거운동을 단속해야 할 경찰들조차 법 조항을 모르는 경우가많다.
임종석 후보의 기획팀장을 맡았던 김종천씨는 “창의적이고 선진적인 선거운동기법을 활용하는 데 선거법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선거비용에 대한 철저한실사를 통해 위법선거운동을 막되 선거운동 방법에 대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규정위반에 대한 과태료가 1건당 10만원 정도에 불과한 데다 과태료 비용은선거비용 실사에서도 제외돼 후보들이 과태료 부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점도문제점으로 꼽힌다.
◇ 막판 흑색선전과 비방에 무방비한 선거법=이번 선거에서도 투표 2~3일전 전국 곳곳에서 흑색선전물 살포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단속기관에서 제대로 적발해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서울 광진갑에서 당선된 김영춘 한나라당 당선자는 “중앙당에서 문제가 있는논평을 발표하면 중앙선관위에서 직권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처럼, 지역선관위에도 대폭적인 제재권한과 책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합동유세에서 모략성 발언이 오가는데도 법적 규제가 없다는이유로 선관위가 이를 방치하는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말했다.
서울 동부지역에 출마한 한 후보는 “선관위에서도 단속인원 부족 등을 이유로웬만하면 그냥 넘어가자는 분위기”라며 “선거풍토 개선을 위해 이 문제에대해서만은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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