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영상 (마지막회)

김명준/노동자뉴스제작단 대표

기술발전, 그 양날의 칼

새천년을 맞아 ‘노동자TV의 미래’에서 시작해 이 꼭지를 채워온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다. 우여곡절 끝에 합법화된 퍼블릭엑세스는 4월말에 발표될 시행규칙의 내용에 따라 그 미래상이 결정될 전망이고, 1주일 전 워싱턴에서 벌어진 세계은행과 IMF에 대한 반대시위 현장에서는 시애틀과 마찬가지로 독립 미디어 센터가 진보적 목소리를 조직해냈다. 선거는 끝났고, 코스닥은 나스닥과 함께 휘청거리고 있으며, 포항제철은 대법원 판결을 앞둔 삼미특수강 노동자들의 투쟁에 불을 당기듯 (삼미노동자들을 지지하는)안티포스코 홈페이지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서로 별다른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들 사건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어는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다. 급속한 기술발전은 전세계를 시공간을 뛰어넘는 단일한 지구촌으로 만들어가고 있으며,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 기술의 발전은 진정 수많은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동시에 그것은 엄청난 피와 땀을 대가로 요구하는 끔직한 것이어서, IMF의 구제금융 덕택에 아프리카는 이미 초토화되고 있다. 정보화의 엄청난 불균형은 빈국으로 하여금 그 틈을 메우려는 노력을 아예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신자유주의로 표현되는 이 모든 착취와 억압의 구조들이 그 스스로 능률적으로 돌아가고 있

는 것도 물론 아니다. 미국을 이끌고 있는 인터넷 벤처는 체제를 떠받치고 동시에 위협하는 양날의 칼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으며, IMF와 세계은행에 대한 반대투쟁은 이미 미국의 안방을 뒤흔들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체제는 언제나 그 극복의 수단을 다양한 차원에서 제공한다.

현장의 분노가 그 극복의 출발점이라면, 그것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은, 그리고 그 분노를 조직하고 공유하게 해주는 수단은 디지털기술이 가져다준 지극히 자본주의적 산물인 미디어들이다. 애당초 새로운 독점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한 이 미디어들은 비록 그렇기 때문에 상업화의 유혹에 항상 시달릴 수밖에 없지만, 거꾸로 진보진영의 활동을 강화하고 밑으로부터의 민주주의를 확대시키는 유력한 수단이 될 가능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우리의 독자적인 미디어 구조를 가질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 새로운 가능성, 곧 변화를 어떻게 파악하고 어떻게 자신을 그에 걸맞게 변화시키는가에 있다. 더 이상 자본주의의 가짜 변화와 유행에 속지 말고, 진짜 현실적인 변화를 주목하며, 스스로를 강화하는 새로운 미디어운동의 세계를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건설해나가자. 더 이상 우리의 운명과 세상의 혁신을 공상적인 기술진보주의자들이나 자본의 족쇄에 얽매인 벤처 자본가나 정신을 못 차리는 관료 따위에 맡겨두지 말자. <끝>

* 진보적 미디어운동에 관심 있는 분들은 노동자뉴스제작단 연구분과에서 격주간으로 발행하는 웹사이트 ‘프리즘'(http://prism.jinbo.net)을 방문하거나 메일(kimlnp@jinbo.net)을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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