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교섭, ‘힘’ 내보여야 성사된다

정부, 노사정위 내세워 한사코 거부…’쟁점화 차단’ 속셈도

5월총파업 실질적으로 준비하며 강력한 투쟁으로 압박해야

민주노총은 지난 1월 대의원대회에서 결의된 방침에 따라 3대요구를 내걸고 대정부교섭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교섭과 투쟁은 요구를 관철하고 조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 점에서 5월 총파업을 배수진으로 한 투쟁과 교섭은 3대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교섭상대는 제시된 요구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과 조건을 지녀야 한다. 민주노총은 현재 단위노조나 연맹 차원의 요구를 넘어 정부를 상대로 하고 있다. 우리의 대정부 3대요구는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확정된 주5일근무제(주40시간 노동제), IMF피해 원상회복과 구조조정 중단, 그리고 사외보장예산 GDP 10%수준 확보이다. 여기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철폐를 슬로건에서 주요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같은 요구는 누구나 알다시피 개별 사용자나 사용자단체가 해결할 수 없는 전사회적 법·제도의 개선의 문제이며, 당연히 정부를 상대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대정부교섭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벌써 암초에 부딪혀 있다. 민주노총은 국무총리에게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 대정부 직접교섭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노사정위원회가 이같은 요구를 수렴하고 논의할 단위”라며 단순한 면담이 아닌 ‘교섭’에는 절대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실질적인 대화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노사정위 활동중단을 선언했던 한국노총이 최근 노사정위에 복귀해 직장의보와 지역의보의 통합을 실질적으로 유보하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민주노총의 행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노동부는 한 술 더 떠 민주노총이 3대요구를 놓고 해당부처 장관과 교섭·면담을 추진하는 것조차 ‘노사정위를 교란시킨다’며 방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와 사용자, 한국노총이

모두 민주노총의 대정부 직접교섭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사정위는 실업자 초기업단위노조 가입보장 등 기왕의 합의사항도 지키지 못했고, 공공부문과 금융부문의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들러리 노릇밖에 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거부하고 노-정 직접교섭을 촉구하는 것은 노사정위의 이같은 한계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상황에서 대정부교섭은 앞으로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사실 노사관계의 주요변수는 역관계다. 정부가 직접교섭을 거부하고 노사정위를 고집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아직 우리의 힘을 얕보고 있다는 증거다. 결국 점잖은 교섭촉구나 항의방문 정도로는 정부를 움직일 수 없고, 사회적 힘을 동원한 압박과 투쟁만이 정부를 교섭장으로 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5월말 총파업을 일사분란하게 조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실질적이고 위력적인 총파업을 준비해나가야 한다. 또한 지금과 같은 공식적이고 의례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집회, 항의방문, 점거농성 등 다양한 교섭촉구투쟁을 힘있게 벌여야 한다. 저들을 교섭과 대화조차 거부하는 세력으로 분명하게 낙인찍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우리가 5월 총파업을 위력적으로 펼치려면 IMF 기간 동안 억눌렸던 노동자와 민중의 요구가 사회적으로 쟁점화되고 우리요구가 정당성을 얻어야 한다. 정부가 기를 쓰고 직접교섭을 틀어막으려 하는 이유는 3대요구가 사회쟁점화하는 것을 막고, 민주노총의 5월 총파업이 조직된 노동자 일부만의 집단이기주의로 묵살하고 탄압하려는 것이다.

때문에 각 부처 장관 면담, 국회와 정당을 상대로 한 사업 등 대정부 직접교섭을 실질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민주노총의 요구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민중단체,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토론회, 공청회를 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요구를 쟁점화해야 한다. 나아가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제도적 대안, 노동시간단축, IMF 이후 현재까지의 빈곤문제 등을 쟁점화하고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해나감으로써 사회연론을 환기시켜 나가야 한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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