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ion2 : 대안미디어 ·문화
사이버 정치 : 디지털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정도영 / 대안미디어·문화운동 모임 R.exe
아날로그 금융은 이제 끝났다.’ 라는 모 광고 카피에서 보듯이 이제 아날로그 시대는 지나간 과거에 불과하다. ‘디지털 세상을 꿈꾼다’ 라는 말 또한 이제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휴대전화, PC를 통해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의 원리는 새로운 형식의 미디어를 만들어 내면서, 우리의 일상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 왔다. 이 같은 변화는 작게 개인의 생활방식뿐만 아니라 크게는 사회의 구조와 가치까지 뒤집어 버렸다. 이러한 이유에서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은 단순히 ‘미디어의 혁명’만으로 얘기 될 수 없을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은 미디어의 양적 확대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미디어의 구조자체를 변화시켰다. 일방적 전달 형태인 TV, 라디오 신문 등의 전통적인 매체들은 조금씩 사라지고 컴퓨터, 휴대전화 같은 상호작용의 양방향적 대화채널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로써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불과했던 미디어는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하나의 사회적 혁명으로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이 사회적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없다는 사실은 커뮤니케이션 과학을 곤란에 빠뜨렸다. 결국 이러한 변화에 대한 많은 연구와 이론 찾기를 통해 ‘사회는 커뮤니케이션의 내용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되는 미디어에 의해 결정된다.’는 기술주의적 논리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오늘날 변화의 중심에는 기술이 있으며, 기술로부터 모든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술이 만들어 내는 사회와 그 사회적 결과를 설명해야 한다. 오늘날의 기술은 과거의 그것과는 다르다. 후자가 기계중심으로 인간의 외적 능력을 확장시켰던 반면 전자의 핵심인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는 인간의 내적 능력을 확장시킴으로써 또 다른 사회변화를 야기 시키고 있다. 특히 상호작용성과 탈 집중화를 매개로, 사회의 중심은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에 의해 ‘구조에서 개인으로’, ‘중심에서 주변으로’ 이전되며, 그 결과 사회는 구조적 질서를 해체하고 탈 중심적이고, 탈 구조화된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 ‘기술과 사회의’, ‘구조와 개인의’ 전복적 관계를 분석하는데 있어 가상공간은 사회구조의 변화를 적절히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다분히 기술적이고 상상의 개념에 불과했던 이 개념은 오늘날에 와서는 컴퓨터 테크놀로지를 매개로 사회적인 만남과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공간, 미디어가 형성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를 가리킨다. 고도의 상호작용성을 보장하는 사이버네틱 환경은 송신자와 수신자 모두 함께 참여하여 텍스트를 만들도록 함으로써 구조에 갇혀 있던 근대적 수용자를 텍스트로부터 해방시켰다. 즉 텍스트(구조)가 개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텍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또 사이버네틱 환경은 텍스트의 생산을 둘러싼 생산 조건 자체를 없애 버리기 때문에 텍스트의 생산과정에 이용자가 아무런 조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듦으로써 근대의 오래된 구조적 질서를 상실 시켜나간다. 결국 미디어를 매개로 현실과 가상의 이중적 경계가 사라지고 오히려 가상이 현실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 그에 따라 현실의 규범과 양식이 변화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우리가 가상공간에 접근하고자 하는 최초의 단위이자 문명의 기원은 비트이다.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는 빛의 흐름과 신호의 강약으로 이루어진 아날로그 세계이다. 이와 달리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형성된 가상공간은 디지털 세계이다. 가상공간에서 표현되는 이진법의 부호를 비트라고 하는데 비트란 곧 실재계의 물질을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는 최소의 정보단위이다. 현실계의 모든 것이 구조화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에 반해 비트라는 탈물질화된 기호 형태로 전환된 가상공간에서의 물질은 단형의 형질로 존재한다. 그는 그 자신일 뿐 어느 특정한 중심에 속한 것도 어느 구조에 결박되어 있지도 않다. 즉, 비트란 구조의 질서와 체계로부터 단절된 탈 구조화된 세계이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것은 결국은 이렇게 물질이 비트로 전환되는데서 오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비트는 네트 속에서 가상공간을 형성한다. 네트는 비트의 행동과 활동 범위를 확정하는 가상 공간의 영토로서 현실계의 밖에 존재하는 가상의 사회이다. 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인터넷은 모든 네트워크를 망라해 전세계의 물리적 거리를 없애고 있으며 근대적인 국가의 질서와 법의 체계로부터도 벗어나 그들만의 율법체계를 작동시키고 있다. 가상공간에서의 비트들의 활동은 ‘물질로부터 비트로’, ‘구조로부터 개인으로’, ‘근대로부터 탈근대로’ 문명을 전환시키고 있다. 이렇게 현실계로부터 벗어나 있는 가상공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핵심적인 사회적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인터넷의 급속한 성장과 발전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사회의 모든 정보는 네트를 따라 교환되고 소비되고 있다. 그에 따라 가상공간은 현실계의 원리를 뛰어넘어 현실계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현실계의 원리를 대신해 ‘비트의 문명, 네트의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다. 미디어의 확장은 사회의 공간을 육체의 한계를 벗어나 전사회적으로 사회적 공간을 확장시킨다. 이와 같은 공간의 확장은 단순히 육체가 없는 공간으로 확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징체계자체의 교란을 야기한다. 그에 따라 공간 내에서 근대의 권력의 형태, 제도와 규범, 법과 질서, 정상과 일탈, 사회적 금기와 억제에 대한 규율자체를 없애고 새로운 탈근대의 문명을 대치시킨다. 사이버네틱 환경의 출현은 근대의 낡은 구조를 해체한다. 일방적이고 중심적인 아날로그형 미디어는 기표에 기의를 부여하는 근대의 사회적 장치로서 역할을 하였지만 상호작용성과 탈중심성을 특징으로 하는 사이버네틱 환경은 그러한 구조의 기반을 제거함으로써 새로운 탈 근대 문명을 창출시키고 이러한 차이로 인해 사회적 형태는 변화된다. 디지털 세계가 아날로그 세계를 대치함에 따라 근대적 사회는 해체되고 있고, 근대적 주체를 생산하던 사회적 규범과 도덕적 가치 또한 점차 상실되고 있다. 이제 디지털의 시대, 즉 가상공간의 시대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사회적 공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 본 글은 라도삼(언론학 박사)님의 비트의 문명, 네트의 사회를 발췌,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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