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5월 총파업⑦ D-26
<떠오르는 노동시간 단축>
‘주5일근무제’ 가능성 커졌다
여전히 ‘세계 최장시간노동’ 드러나면서 여론 비등
‘주5일수업’·’공무원격주휴무’ 공론화도 크게 한몫
올해로 110주년을 맞는 세계노동절은 잘 알려진 대로 노동시간 단축투쟁에서 비롯됐다. 1890년 전세계 노동자들이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치며 첫 메이데이를 치른 것은 그보다 3년전인 1886년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8시간노동제’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인 5월1일(메이데이)을 기념한 것이었다. 우리나라 역시 1923년 일제 식민지 시절 조선노동총연맹 주도로 2천여명의 노동자가 노동시간 단축, 임금인상, 실업방지 등을 주장하며 최초의 메이데이 행사를 가졌다. 이처럼 노동절에는 노동시간 단축투쟁의 역사가 아로새겨 있는 셈이다. 민주노총이 이 세계노동절 110주년을 맞는 올해 주5일근무제를 요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때를 같이해 민주노총이 5월31일 총파업의 주요요구로 내건 노동시간 단축문제가 뜨거운 사회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세계최고 수준의 장시간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사실이 최근 밝혀짐으로써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주5일근무제 실시’의 설득력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총이 ILO가 해마다 발간하는 노동통계연감을 분석해 지난 4월24일 발표한 ‘노동시간 국제비교’ 정책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0인 이상 제조업 노동자의 주당 노동시간은 50.0시간(전산업-47.9시간)으로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가 중 일곱 번째로 긴 것으로 밝혀졌다. 또 우리나라가 가입해 있는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에서는 노동시간이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노동과 세계> 제101호).
이 발표가 나간 뒤 방송과 신문 등 주요언론은 일제히 이를 보도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노동시간 단축 문제가 전사회적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데도 실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구체적 논의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4월28일 이헌재 재경부장관과 최선정 노동부장관 등 정부대표, 김창성 한국경총 회장과 이광남 한국노총 위원장직무대행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본위원회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합의하고, 특위 구성방법과 일정 등 세부사안은 나중에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가 아닌 노정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두라는 주장이다. 1기 노사정위원회가 ‘1998년 상반기에 노동시간단축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데 이어 6월5일 노정간에 ‘2000년부터 주40시간노동제를 도입하기 위해 논의한다’고 합의해 놓고도 3년이 지난 오늘까지 아무 진전도 없다는 점에 비춰 노사정위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정부가 초등학교 주5일수업제 도입과 공무원 토요격주휴무제 추진계획을 잇달아 발표한 것과 관련, 민주노총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 집에 아이 혼자 있게 돼 절름발이 주5일수업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는 부모의 주5일근무제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무원 토요격주휴무제 역시 “주44시간을 유지하는 변형근로 방식이 아니라 실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하며 토요휴무제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부처별로 따로 추진할 게 아니라 법정노동시간을 주40시간으로 단축해 주5일근무-주5일수업 시대를 동시에 여는 종합대책이 마련돼야 하며 대통령 직속으로 노동시간 단축 노사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난 총선 때 한나라당이 주5일근무제 정착을 공약으로 내놓았고,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역시 “노동시간 단축과 휴일·휴가제도 개선을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꾸준히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해 온만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황미 leehm@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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