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산별노조 가는 길
사업장지부 아닌 지역지부 지향
전례 없는 일…비정규·미조직 조직화로 ‘계급적 단결’ 모색
사업장별 적립금 처리·본조 ‘의무금’ 등 기업별노조 한계도
경주금속노조의 출범은 올 11월 금속산업노조 창립을 앞두고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대의원대회에서 구성된 산별노조준비위(위원장 문성현 연맹위원장)를 중심으로 창립준비사업이 한창인 가운데 들려온 희소식이기 때문이다.
경주금속노조 출범은 무엇보다 지역차원의 산별적 실천이 구체적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맹은 지난 1월22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10월 소속노조 조직형태 변경결의-11월 산별노조 창립’이라는 산별노조 건설방침을 확정한 바 있다. 이를 앞두고 위로부터의 산별노조 건설노력이 현장 혹은 지역단위의 준비과정과 만나기 시작한 것이다. 연맹 대구경북본부 박용규 교선부장은 이와 관련해 “경주금속노조의 출범은 금속산별노조 건설의 초석을 놓은 역사적 쾌거”라며 “조합원들에게 약속을 지키고 10월 금속산별노조 건설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작은 차이를 뛰어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찬반투표를 통해 조합원들의 뜻을 모으고 가능한 노조별로 통합에 나서는 등 지역차원의 실질적인 산별노조 준비에 신호탄이 오른 것이다. 경주금속노조는 실제로 지역 차원에서 금속산별노조 경주지부를 준비한다는 지향을 담고 있다.
경주금속노조의 사례는 이미 출범한 민주노총 내 다른 산별노조 건설과정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89년 출범부터 전국단일노조-지역지부 체계를 세운 전교조 말고는 다른 산별노조의 경우 단위사업장노조가 지부로 전환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음으로 통합노조를 기반으로 집단교섭·공동투쟁을 벌여냄으로써 지역의 실질적인 지도집행력을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조합원총회에서 확정된 공동임금요구안을 내걸고 집단교섭·공동투쟁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조합원들 가슴속에 산별노조가 자연스럽게 뿌리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경주금속노조로 집중된 재정과 인력을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 조직사업에 투입함으로써 산별노조 이름에 걸맞는 계급적 단결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노조차원의 정치세력화와 지역정치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주지역에는 1백80여개의 자동차 부품업체가 있다. 이 가운데 1백70여 곳은 노조가 없는 영세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한편으로 경주금속노조의 건설과정은 아직도 기업별 노조의 장벽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절감케 했다. 창립대의원대회에서 통합이전 단위노조 임원진의 임기 문제를 임단투가 끝난 뒤 다시 논의키로 했고, 노조별 적립금을 집중하는 문제도 결론을 못 냈다. 또한 본조 의무금은 5천원을 걷기로 했으며, 통합의 과도기라는 점 때문에 분회집행체계를 유지키로 했다.
이러한 우여곡절과 한계가 통합노조 출범의 의미를 깎아내리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채워나갈 게 많음을 보여준다. 최호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내부논쟁과 진통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었지만 우리가 경험한 성공, 실패는 2천년 산별노조가 보다 힘있고 위력적으로 건설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