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총파업 ⑧ D-19
안 풀리는 대정부교섭
총파업 힘으로 끌어당겨야
쉽게 응하지 않으리라는 것 이미 예견
바닥 드러낸 노사정위는 대안 못 돼
임금삭감 없이 법정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국민의 77.8%가 찬성하는 등 주5일근무 도입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처럼 민주노총의 3대요구 가운데 하나인 노동시간 단축이 전사회적 의제로 떠오르고 있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뻣뻣한 태도를 굽히지 않은 채 민주노총의 직접교섭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김대중대통령은 지난 5월2일 ‘노사협력 유공자들’과 점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일부에서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정부를 상대로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성사되기 어렵다”며 거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직접교섭의 대상인 총리실은 물론 민주노총과 면담에 응한 노동부장관과 보건복지부장관 역시 ‘노사정위원회에 들어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민주노총 지도부의 방침은 확고하다.
단병호 위원장은 “여러가지 한계를 갖고 있고, 오히려 문제를 만들어온 노사정위에서 논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뒤 “그런 이유 때문에 지난 99년 2월 대의원대회에서 우리는 만장일치로 노사정위 탈퇴를 결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단 위원장은 “현재 우리가 요구하는 공식적 교섭이 성사될 거라 전망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우리가 얼마나 철저하게 투쟁을 준비하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호 사무총장 역시 “현실적으로 대정부 직접교섭이 성사될 가능성은 적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우리가 직접교섭을 주장하는 이유는 우리의 요구사항과 직접교섭의 정당성을 성실히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 총장은 “우리의 요구는 노동자 전체를 위한 것일뿐더러 상당부분 정치·사회적인 요구이기 때문에 결국 법을 만들거나 개정해야만 구체화될 수 있는 것들”이라며 “책임 있는 정부와 노동자를 대표하는 민주노총이 직접 교섭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라고 대정부교섭 요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장은 이와 함께 “직접교섭을 성사시키는 길은 결국 민주노총의 힘을 만들고 있는 조합원들이 단결하는 것 뿐”임을 강조했다. “우리의 주장이 여론화되고 있는 이유는 요구가 정당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로 총파업의 힘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총파업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추진하는 것만이 교섭을 성사시키는 방법”임을 거듭 강조했다.
산별연맹 지도부의 생각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금속산업연맹(위원장 문성현)은 최선을 다해 총파업을 준비하고 실행한다면 교섭의 여지는 있다는 판단 아래 5월31일에 온 힘을 모아가고 있다. 금속산업연맹 이홍우 수석부위원장은 “그 동안 노사정위원회가 저질렀던 행태들을 돌이켜 본다면 현재의 노사정위원회 역시 노동자를 옥죄기 위한 전위부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경우든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것은 기만일 뿐이고, 정부가 의지를 확인시켜주려 한다면 노정관계에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따라서 지금은 노정 직접교섭 성사 여부를 따질 때가 아니라, 노정간에 직접 교섭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공연맹(위원장 김연환)은 일찍이 대정부교섭을 촉구해왔다. 이승원 공공연맹 사무처장은 “우리연맹 산하 사업장 대부분은 바로 정부가 사용자”라며 “실제 공공부문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노정간 교섭으로 결정하는 것은 정부쪽에 더욱 교섭틀”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명분 때문에 말도 안되는 논리로 이를 피하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공공연맹은 정부가 계속 교섭을 거부할 경우 5월말 투쟁과 함께 법원에 정부를 상대로 사용자 지위확인 소송을 내는 것도 검토중이다.
보건의료노조 한양대의료원지부 전희래 교육부장은 “민주노총이 투쟁전선을 치지 않으면 정부가 교섭에 응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며 “실제 강력한 투쟁을 통해 정부가 오히려 어쩔 수 없이 교섭을 제안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병호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정부가 응하지 않고 있어 현장 조합원들이 대정부교섭 성사를 어렵게 보고 우려할 수 있는데, 이는 당연하다”면서 “그러나 이미 쉽게 받지 않으리라는 검토 속에 시작한 투쟁인만큼 교섭 성사를 위한 주체적 노력에 조합원들이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황미 leehm@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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