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가 뭐길래
차라리 팥으로 메주를 쑤라
정부,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합의사항 계속 뒤집어
“그것이 뭐든 노사정위에서…”
법정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주5일근무제 도입, 사회보장예산 GDP 10%이상 확보 등 민주노총의 요구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대답이다. 대통령이 한마디했으니 나머지야 무슨 얘기가 더 필요할까. 실제로 최선정 노동부장관은 지난 5월3일 민주노총 지도부의 “대통령 자문기구로 아무런 집행력이 없는 노사정위를 비상설화하고, 주요 현안에 대해 양대노총과 정부가 직접 대화를 통해 풀자”는 제안에 대해 “노사정위에 들어와서 논의하자”며 흘러간 노래를 다시 틀었다.
정부는 이처럼 노동자들이 제기하는 모든 현안을 오로지 노사정위에서 다루자고 말해왔다. 노사정위가 발족한 지난 98년 1월 뒤 한결같은 태도다. 98년 5월 총파업과 이듬해인 99년 총파업 때는 물론 지난해 12월 민주노총이 노동시간 단축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등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일 때도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이 남기고 간 말 역시 “노사정위에서 다루자”는 것이다.
마치 노사정위를 무슨 만병통치약쯤으로 여기는 태도다. 그러나 노사정위는 노동현안을 책임 있게 합의하고 이행할 최소한의 믿음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노사정위가 ‘사회적 합의기구’라 보기도, 정부가 이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1998년 1기 노사정위는 합의사항 가운데 정리해고 도입 등 정부와 사용자에게 유리한 제도는 합의가 무섭게 국회에서 통과시켜 대한민국을 실업지옥으로 만들었다. 반면 전교조 합법화는 1년여를 끌다 이갑용 민주노총 전 위원장이 국회 앞에서 수십일 동안 한겨울 단식투쟁을 벌이고 난 뒤에야 마지못해 국회를 통과했다. 실업자의 노조가입 문제는 또 어떤가. 법무부가 불순세력 활동 가능성 운운하며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써서 이를 주저앉혔다. 나아가 의료보험 통합에 대해 3기 노사정위 경제사회소위원회가 조직분리에 합의해 사실상 의보통합을 번복했다. 현재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주5일근무제 도입 문제만 하더라도 이미 3년전에 합의된 내용이다. 같은 해 상반기 중 노동시간단축위원회를 구성키로 했고, 이어 6월5일 노정합의에서는 2000년부터 주40시간 노동제를 도입하기 위해 논의한다고 했음에도 감감무소식이다. 이같은 저간의 사정은 노사정위가 사회적 합의기구일 수 없고,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들어갈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이미 합의된 사항은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당장 추진할 수 있는 것들이다. 노동시간 단축만 하더라도 이미 노사의 견해는 오래 전에 확인됐기 때문에 정부의 실천만 남은 상태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같은 사안은 정부의 정책의지로 이뤄진 게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이해당사자가 어렵게 합의를 본 사항마저 지키지 않는 정부가 바로 그 노사정위만을 되뇌이는 건 설득력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정경은 joungke@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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