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금 싸우는 노조들
정녕 21세기라 말할 수 있을까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에는 투쟁이 있다
노동자 생존에 눈감고 탄압 명분도 갖가지
사용자는 언제든지 노조를 부정할 권리가 있는가. 노동자를 권총으로 위협하고 폭행하는 경찰은 어느 나라 경찰인가. ‘민주노총은 강성이라 안 된다’는 게 해고사유가 될 있나. 우리나라 노동현장에는 과연 법과 합리적인 절차가 있는가.
지금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런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을 곱씹으며 거리로, 천막속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노조인정, 노조탄압·부당노동행위 척결, 임단협 원상회복 등 생존권 사수를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싸우고 있는 노조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노조를 인정하라”
동명기술공단
운송하역노조(위원장 김종인) 동명기술공단지부(지부장 강신용)는 체불임금이 6백50%에 이르고 진급도 누적돼있어 지난 12월24일 노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회사는 말로는 노조를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교섭에 무성의한 자세로 일관하는 등 실제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노조는 지난 4월26일 조정이 깨진 뒤 27~28일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5월2일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회사쪽은 곧바로 부분 직장폐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샤니영업직
샤니영업직노조(위원장 차주선)는 회사쪽에 노조인정을 촉구하며 설립과 동시에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지난 1월19일 성남시청에서 설립신고증을 받은 뒤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시작했으나 회사는 2월7일 영업직에게는 사실상 정리해고인 지입제 전환을 통보했다. 이에 노조는 4월3일 전면파업에 들어가 지금까지 천막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성실교섭과 정리해고 철회, 노조전임자와 노조사무실 인정, 정책수립시 노조참여, 부당해고자 전원 복직, 파업 뒤 불법행위 즉시 중단이 노조의 요구다. 파업 이후 교섭은 진행되고 있으나 회사쪽은 “노조사무실도 전임자도 줄 수 없고 해고자는 법대로 하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노바티스아그로 코리아
노바티스아그로코리아(대표이사 장 룩 스칼라페)도 합법적인 노조를 무시하고 탄압을 일삼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10월6일 노조(위원장 이진태)가 설립된 뒤 회사는 서울 본사영업팀에 근무하던 이 위원장을 안동지점으로 발령낸 것을 시작으로 노조집행부 4명에 대해 부당한 전보발령을 일삼았다.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며 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회사쪽에 맞서 노조는 2차 파업에 들어갔다.
신선대, 우암
한편 지난해 12월9일 민주노조 깃발을 올린 운송하역노조 신선대, 우암지부의 경우 부산 지방법원 판결에 따라 교섭을 요청했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올해 2월27일 파업에 돌입했다. 70여일째 계속되고 있는 신선대, 우암 부두사태는 ‘합법적인 교섭개시’라는 단순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항운노조의 억지 및 불법적인 폭력, 정부당국의 수수방관으로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임단협 원상회복
임창문화사
서울지역인쇄노조 임창분회(분회장 강원섭)는 IMF를 빌미로 삭감된 임금을 원상회복할 것을 촉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경우다. 서울 용산에 있는 인쇄소인 임창문화사는 IMF가 닥치자 일방적으로 임금 30%와 상여금 4백% 전액을 삭감했다. 노동자들은 IMF 2년간 하루 24시간 기계를 돌렸으나 회사쪽은 올초 3% 임금인상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24일 노조를 결성해 대응키로 했고 5차례 걸친 교섭에 이어 지난 4월24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한국게이츠
지난 2월 노조를 결성한 한국게이츠노조(위원장 권구록)는 △단협체결 △성과급 2백% 지급 △전임자 수 확대 △노무이사 퇴진 등을 요구하며 14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회사쪽은 교섭중에도 외국에서 생산물량을 들여오는 등 노조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대한중석초경
이스라엘 회사인 이스카사에 매각된 대한중석초경노조(위원장 김득수)도 한달 넘 게 천막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회사쪽의 분열공작에 맞서고 있다. 회사쪽은 99년과 올해 임금인상안을 일방적으로 제시한 뒤 조합원들의 서명을 받아 임금인상을 확정하려 했다. 노조는 지난 4월12일 임시총회를 열어 과반수의 반대로 분열공작을 꺾은 뒤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고려도시개발
생활쓰레기, 하수찌꺼기 등을 매립지로 운반하는 업체인 고려도시개발 노동자들의 파업이 한 달을 넘기고 있다. 운송하역노조 고려도시개발지부(지부장 강신용)는 지난 12월16일 결성됐다. 처음에는 회사쪽도 사무실까지 내주는 등 노조를 인정했으나 신선대와 우암지부 투쟁이 벌어지자 ‘민주노총은 강성이라 안된다’며 노조간부 6명을 해고하는 등 탄압을 시작했다.
노조는 체불임금과 지난 IMF를 빌미로 지난 98년 일방적으로 삭감된 임금 10% 등을 요구하며 3월18일부터 태업에 들어갔다. 그러자 회사가 3월21일께 차량열쇠를 비조합원에게만 지급했고, 이에 노조는 자연파업에 들어갔다.
노조탄압 이제 그만
의정부 환경미화원
경기도노조(위원장 김헌정) 소속 의정부지역 환경미화원들은 부당한 배치전환과 정년단축 철회, 임금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며 지난 3월26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의정부시청쪽이 교섭에 응하지 않아 노조는 매일 시청 앞에서 집회와 농성을 벌이며 성실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이번 파업과 관련해 의정부경찰서는 의정부시청이 대체근로를 투입하려는 것을 막던 조합원을 대거 연행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권총으로 위협하고, 경찰서 화장실에서 폭행까지 휘둘러 말썽을 빚기도 했다.
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노조(위원장 이용진)가 천막농성 한달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회관쪽과 지난 5월4일 실무교섭을 갖고 다시 본교섭을 열기로 했다. 지난해 9월6일 결성된 노조는 회관쪽의 일방적 구조조정과 인사횡포에 맞서 △연봉계약제 철폐 △해고자 복직 △공연문화발전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해왔으나 회사쪽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3월15일부터 파업을 벌이다 4월11일부터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으로 갔다고…
신일교통
울산에 있는 신일교통노조(위원장 한규종)는 올 1월 상급단체를 민주택시연맹으로 바꿨다. 그러자 회사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총회무효와 위원장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다. 이에 노조는 역시 부당노동행위에 맞서 싸우고 있는 중앙택시노조와 함께 2월19일부터 언양터미널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회사는 농성에 참여한 조합원 중 5명을 해고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있다. 한편 함께 농성하던 중앙택시노조가 5월8일 타결됨에 따라 신일교통 현안도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진소재산업
3월초 결성된 일진소재산업노조(위원장 이민수)는 임단협 투쟁과정에서 간부 천막농성과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회사쪽이 조합원 탈퇴작업을 계속하는 등 무노조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회사쪽은 지난 5월3일 갑자기 경찰력이 투입돼 노조간부들을 연행하자 뒤늦게 직장폐쇄를 강변하는 등 경찰력을 앞세운 노조탄압을 일삼았다.
세아튜빙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이용훈 세아튜빙노조 위원장의 천막농성이 1백20일을 넘기고 있는 가운데 회사쪽은 노조의 교섭권위임문제를 계속 제기하며 사실상 임단협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4월24일 노동청 항의방문을 벌이는 등 회사쪽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규탄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성신공업
지난 4월6일 부분파업을 벌였던 성신공업노조(위원장 김응관)는 노조집행부의 부당해고 철회와 임단협의 원만한 타결을 요구하며 텐트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동방제약
동방제약노조(위원장 조용섭)는 △노조탄압 중단 △부당하게 인사발령된 조합원 원직복직 △4대보험 즉각 실시 등을 요구하며 지난 3월2일부터 전면파업을 벌이는 등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회사쪽은 일방적으로 정리해고를 통보하는 등 근로기준법조차 어기고 있다.
모진 세월, 희망에 의지해
장기투쟁노조
보건의료노조 군산개정병원지부(지부장 김은혜)는 1년 반 가까이 병원정상화투쟁을 벌이고 있다. 부실한 병원을 싼값에 인수한 이상용 이사장은 지난 99년 1월 취임 당시에도 체불임금을 시기별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금까지도 개원일시와 체불임금 문제 등을 병원쪽에 일임하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어 사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병원의 조속한 정상화와 19개월치 임금체불 해결, 이사장 구속 등을 요구하며 5월8일 현재 천막농성 1백27일째를 맞고 있으며 매주 화요일 군산 노동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맨하탄호텔
맨하탄호텔노조(위원장 임성수)는 지난 87년 설립돼 휴면상태였다가 지난해 5월4일 임시총회를 열어 새 집행부를 구성했다. 그러나 회사쪽은 교섭불응과 노조간부 해고 등 부당노동행위로 일관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위장폐업을 한 뒤 불법 대체근로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미 각종 법정수당은 물론 봉사료를 착복해 방송과 신문지상에 고발된 적도 있다. 노조쪽은 이에 악덕기업주 구속·처벌, 위장폐업 철회, 부당해고자 원직 복직, 봉사료 등 체불임금 지급 등을 촉구하며 투쟁 중이다. 회사쪽의 업무방해신청이 받아들여져 노조는 지난 달 하순부터 봉고차에서 농성을 전개했다. 노조는 또한 지난 4월 중순 국세청에 회사쪽의 탈세의혹을 제기해 고발했으며 남부지법은 5월8일 체불임금 1억8천여만원 가압류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회사쪽은 “노조간부 5명이 그만두면 영업재개하겠다”는 말로 버티고 있다.
동부생명
동부생명노조의 투쟁은 전형적으로 악덕재벌의 전근대적인 노사관에서 비롯된 부당노동행위 때문이다. 동부그룹은 IMF 이후 모든 계열사에 상습적이고 불법적으로 임금삭감에 들어갔으며 이미 전국생명보험노조 동부생명지부(지부장 박성기)가 미지급상여금 반환소송을 제기해 지난 1월 패소했다. 이와 함께 그룹 핵심계열사인 동부생명은 조규선 초대노조위원장 해고, 노조원 폭행 등 극심한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 이에 대해 노조는 불법행위자 김준기 회장 사법처리와 특별감독관리 사업장으로 지정해 향후 3년간 최소 1년에 두 차례씩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AMK
회사쪽이 7월까지 제3자매각 혹은 파산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AMK노조(위원장 조은경)는 오전에는 사내집회, 오후에는 청주시내 집회를 벌이고 있다. 노조는 12개월치의 위로금 지급을 요구하며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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