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교섭, 법제화 위한 정부 노력이 열쇠”

산별교섭 정책토론회, 노조-연구자 ‘한목소리’

조직확대·기득권양보 등 노조준비도 제기돼

우리나라 노동조합이 기업별체제에서 산업별체제로 넘어 가고 있으나 보건의료노조의 경우처럼 교섭형태는 그에 미치지 못해 마찰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소속의 대학노조, 보건의료노조, 전교조와 한국노총의 금융노조, 한교조 등 5개 산별노조로 구성된 ‘산별중앙교섭공동대책위’가 지난 5월10일 프레스센타에서 ‘한국사회에서 산업별교섭의 전망과 가능성 모색’이라는 정책토론회를 열어 주목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첫 번째 기조발제에 나선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별노조 건설운동에 따라 교섭제도의 개혁이 필요하고, 2002년부터는 전임자임금문제, 기업별 복수노조와 같은 새로운 사안이 발생하기 때문에 산별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노사정의 합의와 협조행동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가 지역·업종단위의 노사 또는 노사정협의회를 정례화하도록 주도권을 발휘하고 사용자단체도 명실상부한 지역·업종단체의 연맹으로 탈바꿈할 것”을 제안했다.

두 번째 기조발제를 한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국장은 “정부가 법제화 노력을 기울여 산별중앙교섭이 성사되고 제도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산별교섭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운동 내부 주체의 문제”라며 △산별적 연대의식 확보 △공동요구 준비 △조직확대 △기업별 노조의 기득권을 양보하는 조직적 결단 △산별교섭쟁취를 위한 전국총파업 등을 준비과제로 꼽았다.

자본쪽을 대변한 김영배 경총 상무이사는 이와 관련해 “중앙교섭을 인정할 경우 합법적인 총파업이 가능해질 거라는 사용자들의 오해가 있다”며 “노사관계가 협력적 방향으로 추구돼야 산별교섭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2년 복수노조시대가 되면 한 노조만 있는 사업장을 골라 패턴교섭을 시도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부분은 대화를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진준민 노동부 노동조합과장은 “산별교섭체계가 기업별교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효과적이라는데 공감한다”면서도 “노사정위에서 2000년 논의과제로 채택됐다”며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노사정위로 미뤘다.

한편 김현준 전교조 부위원장은 “한국에서 최초로 전국적 산별교섭을 벌이고 있지만 교육부의 교원노조에 대한 잘못된 시각, 교섭의제 축소 등 시대에 뒤떨어진 반노조주의적 행태로 단체교섭이 열달째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먼저 교육관료들의 오만한 관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윤길 대학노조 정책국장도 “사용자단체에 대한 규제, 개입, 허가, 승인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정부가 사용자단체에 대한 법적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논리는 이율배반”이라고 지적하고 “투쟁이냐, 교섭이냐에 대한 선택의 공은 정부와 사용자에게 넘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정책토론회 총평을 통해 “사실상 공공부문의 사용자이면서 최대 사용자인 정부 스스로 공동교섭 또는 집단교섭을 정착시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 소장은 산별교섭과 관련 “일방적인 주장이나 당위성을 넘어 교섭비용 등의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노사 모두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철 leecc@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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