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적극 대응 나선 민주노총
“통일 위해선 본질문제 회피 말아야”
‘집단이기주의’ 내세운 이념공세·탄압에 미리 쐐기도
민주노총이 전민족적 관심사로 떠오른 남북 정상회담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워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민주노총의 방침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정상회담이 분단체제를 해소하고 통일기반을 조성하며, 남북민중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찾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군비축소와 평화협정 채결을 핵심으로 하는 네 가지 회담의제를 제기하고, 이를 양쪽이 받아들이도록 힘쓴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남북관계와 민족의 통일이 노동자의 삶을 크게 좌우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분단 이후 처음 열리는 최고 당국자간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번 회담은 분단체제에서 비롯되는 고통을 풀고, 통일을 진전시키는 중대한 전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산가족과 경제교류 등 ‘손쉬운 문제’ 뿐만 아니라 통일로 가는 본질적 문제도 함께 다뤄야 한다는 게 민주노총의 시각이다.
이규재 통일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쉬운 것부터 하자’는 논리는 언뜻 그럴 듯하지만 정치·군사 등 본질적 문제를 회피할 경우 ‘평화공존 속의 분단고착화’로 이어져 통일은 머나먼 일이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남북의 정상이 네 가지 의제를 다루면서 긴장을 완화하고 줄어든 군사비로 민중의 삶의 질을 개선토록 하고(평화군축), 통일기반을 조성하는데 실제로 기여해야 하며(통일 걸림돌 제거), 자유로운 교류와 협력을 보장하고 자유로운 통일논의가 가능토록 하고(민족대단결 세부방안), 외자도입·남북교류 과정에서 노동자의 생활수준과 근로조건을 높이도록 노력(신자유주의 반대와 민중 생존권 수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민주노총이 목청을 돋구고 나선 배경에는 이번 정상회담이 정략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실제로 이번 회담은 4.13총선 직전에 합의사실이 발표돼 선거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집권여당이 선거전략 차원에서 발표시기를 저울질했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4월24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여야영수회담을 갖고 ‘범국민적, 초당적 회담지지와 집단이기주의적 불법행위 엄단’에 합의함으로써 정략적 이용 의도를 내비친 바 있다. 이는 국내 정치현안을 일부 양보하는 대가로 보수정치권을 끌어들인 다음 진보적 통일운동세력과 민중의 생존권 요구를 억누르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대우자동차와 일진소재산업 파업현장에 경찰병력을 투입해 노동자를 구속하고, 한 때 민주노총의 집회시위를 불허하는 등 좀더 직접적인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는 결국 민주노총을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방해하는 세력’으로 몰아 총파업투쟁을 국민적으로 고립시킨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노총은 현재 정상회담 국면과 상관없이 예정대로 총파업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정부와 자본이 총파업을 ‘민족의 숙원을 해결할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민주노총이 의제를 중심으로 정상회담에 대해 나름의 의사를 밝힌 것은 정부-자본의 이같은 의도를 미리 차단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즉 민주노총이 ‘민족적 과제에는 눈을 감고 제몫찾기에만 눈먼 집단’이 아니라 오히려 민족의 화해와 대단결, 자주평화통일은 물론 남북 민중의 삶까지 고려한 진지한 대안을 지닌 세력임을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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