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한 한국자본은?
못된 버릇 밖에서도 ‘악명’
형편없는 노동조건에 노동탄압은 기본
체벌·구타·욕설…상식밖 인권유린까지
국내에 진출한 외국자본의 폐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에 진출한 한국자본은 어떨까.
인도네시아에 있는 한국계 의류업체 동경무역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지난 3월부터 자국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한국자본은 인도네시아 국회로 소환됐으나 처음에는 응하지 않았고, 두 번째는 “언어소통에 문제가 있어 분쟁이 일어났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동경은 지난해 6월 노동자들이 고용안정과 산업안전 등 복지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하자 노조원 1백26명 모두를 해고했다. 9월말 노동재판소가 전원복직을 판결했으나 회사쪽은 이를 지키지 않았고, 이에 분개한 노동자들이 10월말 한국대사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모든 사실에 눈감고 있는 자국 국회 앞까지 갔던 것이다.
멀리 중남미에 있는 나라 온두라스에 진출한 한국계 의류업체 유양은 지난 3월 새로 당선된 노조위원장을 이틀만에 해고했다. 노동자들이 복직을 요구하며 이틀 동안 파업을 벌이자 결국 복직시켰다.
90년대부터 한국 기업들은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으로 진출한 뒤 현지 노동자에 대한 저임금, 잔업강요, 노조탄압, 인권유린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한국에서 다국적기업 감시활동을 활발히 펼쳐온 국제민주연대에 따르면 현지 노동자들은 특히 체벌, 몸수색, 구타와 욕설, 심지어 화장실 출입까지 제한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무릎 꿇리는가 하면 월 2백시간의 장시간노동을 시키고도 시간외수당을 주지 않아 말썽을 일으켰다. 베트남의 한 한국계 기업은 현지 노동자들에게 ‘업무중 대화금지’까지 강요했다. 94년 1월 인도네시아에 있는 한 한국계 의류업체는 여성노동자를 때려 기절시켜 언론에 보도됐으며, 97년 8월 한 신발업체는 여성노동자를 신발로 때린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지난 93∼94년 많은 한국계 기업에서 노동쟁의가 터졌으며, 지난 97년에도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 베트남에서도 지난 95년부터 97년까지 노동쟁의가 일어난 외자기업 중 한국이 1위를 달리고 있다. 이같이 한국기업의 인권유린 사례가 여러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한국에 대한 인식까지 나빠지자 지금은 성희롱이나 폭력은 많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노무관리는 고압적이고 권위적이어서 작업장에서 고함지르거나 폭언을 일삼으며 자로 책상을 친다고 한다. 지난해 노동부는 해외진출기업에 대해 노무관리 지침까지 내놨으나 현실에서 개선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차미경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해 “해외에서 한국기업의 노동탄압이 줄기는커녕 늘고 있는데는 기업주들이 노동법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실효성 없는 권고에 그칠 게 아니라 확실히 제재할 수 있는 기업윤리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경은 joungke@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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