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책방
□ 이윤기, 『나비 넥타이』(민음사,1998)
항심(恒心)의 중요성을 말하는 새옹(塞翁)의 조언
이주영 / 평화인권연대 회원
『나비 넥타이』 개별 작품들은 ‘항심'(恒心)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향하고 있다. ‘항심’은 늘 중심을 오로지하여 변하지 않는 마음을 말하는데, 인간이 ‘항심’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은 기회를 엿보아 사특하게 움직이는 교사(巧詐)한 마음인 ‘기심'(機心)때문이다.
그의 소설에서 ‘항심’은 다양하게 제시된다.
우선적으로 그것은 개인적인 성품이나 기질과 관련되는데, 땅에 대한 익숙함과 믿음을 지닌 ‘노수 할머니’, 제자들의 몸과 마음의 항상성을 회복시켜주는 현자 ‘일모 선생’, 천박한 수전노, 구제불능의 외눈박이이지만 검소하고 질박하게 사는 이치를 ‘항심’으로 유지하고 있는 ‘하사장’,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창조해가는 예술가 ‘강지우’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 [떠난 자리]나 [낯익은 봄]에서 그것은 고향이나 혈족에 대한 ‘항심’으로 나타난다.
셋째, 그것은 남녀간의 사랑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나비 넥타이]의 ‘노수’와 ‘노민이’나 [뱃놀이]의 ‘연지’와 ‘그’는 서로를 끝없이 그리워하고 저리게 가슴앓이하던 세월을 보내야 했지만, 결국에는 상대방이 내 정신의 열쇠, 내 몸의 열쇠임을 깨닫게 됨으로써 둘 사이의 ‘항심’을 일치시킨다.
한편 [구멍]은 깨져버린 한 부부 사이의 ‘구멍’에 대해 문제 제기
하면서, 그 ‘구멍’이 ‘항심’의 회복을 통해 메워질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때 회복되어야 할 ‘항심’은 성혼서약의 맹세에서 찾을 수 있다.
“성할 때나 아플 때나, 넉넉할 때나 가난할 때나, 올라갈 때나 내려올 때나 […] 나는 그대를 중심으로 맞아들이고 그대를 천복(天福)으로 좇는다, 그대가 나에게 줄 재물도 아니요, 그대가 나에게 줄 사회적 지위도 아닌 오직 그대만 좇으리다.”
결국 이윤기는 독자에게 하나의 ‘코너 스툴’ 혹은 ‘일모 선생의 과수원’을 마련하고 있는데, 그곳은 ‘항심’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그의 진면목은 조언을 할 수 있는 얘기꾼 혹은 자연의 이치, 세상의 이치, 사람 사는 이치를 잘 아는 ‘새옹’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그의 조언은 때때로 하나의 문제에 대한 제안이 아니라 직설적인 대답으로 들린다. 그것은 대부분의 소설에서 ‘항심’과 ‘기심’의 팽팽한 대결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조언이란 결국 어떤 의문에 대한 대답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지금 막 펼쳐지려는 어떤 얘기의 연속과 관련되는 하나의 제안이라 할 때, 그의 소설적 주제가 독자에게 좀더 설득력 있는 조언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변모가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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