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이트 ‘소리바다’(www.soribada.com)는 이름대로 음악
이 넘치는 ‘소리의 바다’이다. 지난 5월18일부터 서비스를 시작
한 이 사이트는 최근 네티즌한테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사이트
가운데 하나다. 개시 이틀 만인 20일에는 동시에 600여명의 네티
즌들이 접속해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누구나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최신곡을 ‘내
려받아’ 들을 수 있다. 다른 사용자들의 음악파일까지 공유할 수
있다. 더욱이 곡이 담긴 앨범도 검색할 수 있고 동영상까지 주고
받을 수 있다. 소리의 바다라기보다 천국에 가깝다. 이 때문에 몇
몇 네티즌들은 최초의 MP3(음악파일)공유 네트워크인 미국의 냅스
터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서슴없이 내린다.
옛 규범으로 어떻게 인터넷을 다스리나
하지만 이 사이트의 제작자이자 프로그래머인 양일환(31), 양정환
(27) 형제는 어쩌면 법적인 분쟁에 휘말리게 될지 모른다. 연예인
제작자협회와 한국음반협회가 저작권 침해여부를 법적으로 검토하
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제작자협회 백강 이사는 “안 그래도 열악한 환경에서 음반
을 기획하고 제작하는데 소리바다 같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쉽
게 음악을 내려받아 들을 수 있다면 누가 음반을 사겠느냐”면서
“아직은 시간을 두고 봐야 하지만, 회원사들의 요청이 있고 불
법이 확인되면 소송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리바다가
실제 분쟁에 들어가면, 이 사건은 이른바 ‘한국판 숀 패닝 사건
’에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숀 패닝 사건’은 미국에서 얼마 전 숀 패닝(19)이란 청년이 수
십만곡의 MP3 음악파일을 자유롭게 주고받을수 있는 프로그램인
냅스터를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냅스터가 인터넷상에 뜨자 음악
파일을 공짜로 내려받으려는 젊은이들이 이 사이트에 분주하게 드
나들었다. 그러자 미국음반산업협회가 마침내 숀 패닝을 법원에
MP3의 무단유통을 이유로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네티즌들
은 “옛 규범으로 이 사안을 바라볼 수 없다”며 냅스터를 대대적
으로 변호하고 나섰다. 이 사건은 한동안 미국사회에 인터넷 지적
재산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으
며 아직까지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소리바다는 현행 저작권 법망을 비켜갈 수도 있다. 소리바
다 운영자가 무단으로 음악파일을 유통시키는 게 아니라, 사용자
들이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
한 국내 저작권법상 사용자들이 개별적으로 저작물을 복제하는 건
면책이 된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최경수 박사는 “미국 냅스
터사의 소송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
나 음악파일 공유 프로그램에 저작권법 위반 책임을 묻기에는 법
제가 미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 기술이 발전하면서 국내에서도 인터넷 지적재산권 분쟁이
본격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적재산권은 일정기간 독점
적인 지위를 보장함으로써 개인의 창의성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로
과학·문학 등 모든 지적창작 활동에 적용된다. 특허, 실용신안
, 의장, 상표권은 물론 저작권까지 여기에 포함된다. 아직 법적
분쟁까지 가지 않은 소리바다와는 달리 이미 법적 분쟁으로 치달
은 사례가 나올 정도로 이런 인터넷 지적재산권 분쟁은 갈수록 확
산되는 추세다.
최근 인터넷 업계에서 화제를 모은 ‘후이즈 사건’이 바로 이같
은 경우. 지난해 12월 도메인 전문업체 후이즈는 인터넷프로자시
티, 싸다콤, 디플러스아이 등 4개 업체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고소했다. 이유는 이들 업체들이 후이즈사의 홈페이지에 실린 검
색엔진 등 콘텐츠를 무단 도용했다는 것이다. 54억8천만원에 이른
소송이었다. 이들 가운데 디플러스아이는 최근 한 일간지 광고면
에 “영업상 손실을 입힌 점을 사과드립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실었다. 이런 지적재산권 분쟁은 올해 들어 벌써 10여건이 훌쩍
넘어갈 정도로 인터넷 업계의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들어 특히 쟁점이 되고 있는 분야는 ‘비즈니스모델 특허’
분야이다. 이 분야는 사업아이디어는 물론 컴퓨터, 통신, 인터넷
기술등 정보시스템을 결합한 신종특허로 아이디어 자체를 특허
대상으로 삼고 있다. 물리적인 기술, 공정, 장치, 발명 등을 대상
으로 했던 기존 특허에서 생각할 수 없는 인터넷이란 가상공간에
서 형성되는 새로운 특허형태이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 대부
분의 나라는 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우리나라도
점차 이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
배타적 독점권은 지적 발전의 장애?
미국의 경우에는 비즈니스모델 특허를 둘러싸고 이미 각종 분쟁이
일어났다. 세계적인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경우가 그렇다. 아마
존은 지난해 경쟁사인 반스앤드노블을 ‘원클릭’ 특허기술을 침
해했다는 이유를 들어 고소했다. 이 소송에서 아마존은 승소했다
. 미국 법원이 비즈니스모델 특허를 인정한 셈이다. 미국에는 최
근 이런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 3월, 인터넷 업계를 뜨겁게 달군 삼성전자의 ‘인
터넷원격교육방법·장치’ 특허권 분쟁사례가 있었다. 진보적 정
보통신운동단체인 진보네트워크가 이 장치에 대해 특허청에 무효
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진보네트워크 인터넷사업팀장 오병일(31)
씨는 “삼성이 취득한 특허는 컴퓨터의 기본적인 기능인데다 방법
역시 사람들의 약속이므로 특허로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청구이유를 설명했다. 이미 많은 업체에서 상용하고 있는 일반적
인 원격교육방식이란 얘기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최근 “진
보네트워크는 이해당사자가 아니어서 무효심판 청구주체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특허청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이 특허권이 삼성전자에 있는 이상, 상당수 업체들은 이 방식을
이용한 사업을 포기하거나, 특허사용료를 내고 이용해야 한다.
진보네트워크의 제기는 인터넷 지적재산권 분쟁의 또 하나의 모습
이다. 즉 비즈니스모델 특허 등 인터넷상에서 배타적 독점권을 지
나치게 인정할 때 지적 발전의 장애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
여준다.
일부 네티즌들의 카피레프트 운동은 바로 이같은 관점에서 지적재
산권 자체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저작권이란 카피라이
트를 빗대어 만든 이 조어는 우리말로 굳이 풀자면 비저작권, 반
저작권 등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단순한 정보공개 차
원을 넘어 적극적인 정보공유를 주창한다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모델 특허에 대해서는 인터넷 업계 안에서도 원성이 터져
나오는 중이다. 특허 자체가 중소사업자보다는 기득권을 갖는 대
기업들에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비즈니스모델 특허
는 출원상태에서도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와 또다른 인터넷 업체인 디지털 밸리의
사례가 한 예가 될 것이다. 인터넷 다자간 경매방식을 두고 디지
털 밸리쪽이먼저 특허 출원을 해놓았는데, 인터파크쪽에서 그 기
술을 계속 사용했다. 아이디어를 교환할 정도로 사이좋았던 두 업
체는 결국 얼굴을 붉히며 다투게 됐다.
인터넷 지적재산권 최대 쟁점사항의 하나인 비즈니스모델 특허에
관련한 특허청의 입장은 어떤가? 한마디로 “크게 우려할 게 없
다”는 쪽이다. 디지털시대 기술 발전은 시간문제인데다 얼마든지
변형 확장이 가능하므로 기술형식을 달리 개발해서 따로 특허 취
득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무심한’ 특허청, 다가오는 위기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비즈니스모델 특허는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이윤창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업마다 이를 선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만도 출원량이 하루가 달리
증가하고 있다. 98년 50여건이던 것이 99년에는 500여건으로 늘
어났고, 2000년 들어서는 1/4분기 석달간 1200건이 이미 출원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무의식적으로 외국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많은 국내 전자상거래업체들은 자칫하면 외
국업체들에 대형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실제, 이런 움직임은 곳곳
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국의 영상소프트웨어 단체인 국제지적재산
권연맹은 지난 5월24일 한국의 지적재산권 보호실태에 대한 감시
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한국을 지난해 관찰대상국에서 한 단계 높
여 우선관찰대상국에 포함시켜 달라고 미국 무역대표부에 건의했
다. 게다가 미국의 일부 인터넷 업체들은 국내 컨설팅 업체들에
법적 대응방법 문의를 해오고 있다.
바로 이같은 상황이 문제다. 특허청의 안이한 인식과 무대책이 계
속되다가는 큰 봉변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각 비즈니스 업체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
식전환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특히 기업가나 경제
연구부서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일차적으로 이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국내 비즈니스 업체들의 지적
재산권에 대한 관심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코스닥 주가
추락은 이들에게 초조감을 줘 더욱더 관심을 갖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이에 대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
기된다. 일찍부터 이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이상희 의원(한나라
당)은 지난해 열린 ‘21세기 지식국가 발전을 위한 지적재산라운
드 대응방안’에 관한 정책토론회에서 “범국가적 차원에서 특허
분쟁을 겨냥한 개선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또 관련 법체계 정비도 좀더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
고 강조한다. 현재 인터넷 관련법은 지적재산권과 소트프웨어프로
그램보호법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이 두 법은 법조문 자체가 추
상적이어서 분쟁으로 이뤄질 경우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한번 분쟁에 휩싸이면 판결까지 길게 3년을 기다려
야 한다. 한마디로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인
터넷 특허분쟁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루빨리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
다. 하지만 이런 현실론적 입장에 비해 좀더 근본적으로 인터넷
지적재산권을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서경대 법학과 김도현 교수는“인터넷 지적재산권 개념을 근본적
으로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미 인터
넷 저작권 문제는 법이나 집행 의지로 해결할 단계를 넘어섰다.
나날이 신기술이 개발돼 퍼지는 인터넷에서 소프트웨어 등에 50년
간 저작권을 부여하는 것은 영원히 독점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 나라마다 각종 관련법을 시행하거나 준비하고 있지만 디지털시
대의 기술 발전 속도는 법제 속도를 뛰어넘는다는 이야기다.
인터넷에서 지적재산권이라는 사적 소유를 강화하는 흐름은 국제
협약을 거치며 점점 더 거세게 흐르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를 반
대하는 흐름 역시 다자간 네트워크라는 인터넷의 고유형식을 통해
수량을 넓혀가는 중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인터넷 사용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힘’의 논리 속에서도새로운 시도를
<문화과학> 홍성태 편집위원의 말을 들어보자. “여전히 많은 프
로그래머들이 제2의 빌 게이츠를 꿈꾸며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달
리고 있다. 지식이 곧 돈인 시대가 된 것이다. 인터넷은 이를 제
어할 수도 있고, 부채질할 수도있다. 정보 공유의 정신과 공짜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것은 다르다. 하지만 저마다의 한계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소중하다고 본다. 리눅스 같은 비상업
적 운영체제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체계의
대안으로 인정받게 되는 일은 인터넷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닌가
.”
디지털시대의 지적재산권 문제는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힘의 논
리에 지배될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터넷의
파워는 창의력과 기술력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다수의 사용자들
을 누가 더 좋은 기술과 환경으로 창출하는가라는 점이다. 당분간
인터넷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독점과 공유의 싸움은 멀고 험한 길
을 거쳐야 할 듯하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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