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민주노총 3대요구 다시 보기
민주노총이 끝내 총파업에 들어간다. 제시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올해초 현장조합원의 의견을 집약한 뒤 대의원대회에서 ‘3대요구’를 확정한 바 있다. 이어 이를 정부에 보내 교섭을 제의했다. 그러나 거듭된 요구에도 정부는 노사정위를 내세워 끝내 이를 거부했다. 거부할 경우 5월말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고했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꿈쩍도 안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사이 민주노총의 3대요구는 꾸준히 공감대를 넓혀 일부는 사회적 요구로 자리잡고 있다. 총파업을 코앞에 둔 지금 2000년 노동자의 요구가 어떻게 됐는지 다시 한 번 짚어본다.
<주5일근무제>
‘어떻게 실시할 것인가’만 남아
사회적 공감대 충분…정부 정책의지가 열쇠
주5일근무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로 자리잡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의 조사결과 응답자의 77.8%가 주5일근무제 도입에 찬성했고, 77.5%가 ‘노동시간을 단축하더라도 임금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노총이 지난 9일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 ‘5일노동(www.5days.nodong.org)’에는 지지서명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노총이 매주 수요일 서울 여의도와 명동 등 전국에서 벌이고 있는 거리투표에서도 압도적 다수가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이는 민주노총이 꾸준히 펼쳐온 홍보활동의 결과로 풀이된다.
이처럼 주5일근무제가 사회적 설득력을 얻어가자 여론전에서 밀린 정부와 재계 일부는 “실시 자체는 찬성한다”면서도 ‘시기상조다’, ‘임금삭감이나 휴일축소가 동반돼야 한다’, ‘노사자율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시여부’에서 구체적인 ‘실시방안’으로 쟁점이 옮아가고 있는 셈이다.
정부-자본의 주장 가운데 ‘시기상조론’은 이미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시간을 줄이면 임금을 깎아야 한다’는 논리 또한 주44시간제를 도입했던 지난 89년의 예나 노동시간 단축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별 설득력이 없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휴일·휴가를 축소해야 한다’거나 ‘노사협약을 통해 자율적으로 하자’는 주장 또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애써 무시한 발상이다.
지난 16일 ‘주5일근무제의 쟁점과 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기획실장은 정부와 자본의 이같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한 뒤 “현재 교섭형태와 노조 조직형태를 볼 때 우리나라는 정부가 주도해 입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제도시행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도 5월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주5일근무제는 노사정위에서 논의하라”고 못박았다. 이에 발맞춰 공무원 토요격주근무제를 추진하던 기획예산처와 행정자치부는 “노사정위의 노동시간단축 논의 결과를 보겠다”는 유보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주5일수업제를 실시하겠다던 교육부 역시 “노사정위 등 관련부처와 보조를 맞추는 게 우선”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부당노동행위가 빈발하고 노사간에 불신이 큰 경우 노사정합의를 통한 노동시간단축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실제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98년 ‘노동시간 단축’을 비롯 부당노동행위 근절 등 꽤 많은 합의사항을 만들어냈지만, 그 가운데 실천된 것이라고는 ‘정리해고’ 뿐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른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가 열쇠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이황미 leehm@kctu.org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