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정세읽기

여론·정세, 결코 불리하지 않다

‘얼마나 완강히 싸우느냐’에 성패 달려

결국 주사위는 던져졌다. 민주노총이 31일 총파업을 결행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모두의 관심은 활시위를 떠난 총파업이 어떻게 펼쳐질지, 정세와 주변상황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번 총파업이 여러 면에서 매우 중요한 투쟁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민주노총은 올초 대의원대회에서 “5월총파업의 성과를 하반기 정기국회를 겨냥한 대대적인 제도개혁투쟁으로 연결함으로써 신자유주의 정책중단과 고용안정, 사회개혁을 이룬다”는 전략을 세운 바 있다. 이에 비춰 이번 총파업은 IMF를 거치며 노동자를 옥좨온 생존권의 위기를 벗고 삶의 질 향상으로 나가는 중대한 갈림길인 셈이다. 또한 주5일근무제, 구조조정 중단, 조세개혁과 사회보장 확충 등의 투쟁요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총파업은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에 따라 정부에 이들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교섭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모든 것은 노사정위에서 다루자”는 태도로 일관했다. 얼마전에는 “노사정위 복귀가 어렵다면 노동시간단축 특위에라도 참석해 논의하자”며 민주노총과 교섭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단병호 위원장과 가진 최근의 연쇄회동에서도 노동부를 비롯한 관계장관들 또한 같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15일 민주노총이 요청한 대통령 면담요청에 대해 새천년민주당은 24일 예의 노사정위를 들먹이며 이를 뿌리쳤다. 아직은 민주노총에게 ‘내줄 것’이 없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는 결국 총파업 이전에 대정부교섭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뜻한다.

정부가 내보인 이같은 태도의 이면에는 이번 총파업의 위력을 얕잡아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즉 ‘어디 한 번 해봐라. 그래봤다 별거 있겠느냐’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총파업의 ‘파괴력’은 그리 호락호락한 게 아니다. 물론 파업의 규모에서는 일반적 기대치를 밑도는 게 사실이지만 사회적 파급력에서는 결코 만만치 않다. 자동차를 비롯한 상당수의 민간대기업이 포진하고 있는 데다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공기업노조가 파업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유의 항공파업과 금융파업을 선언한 대한항공조종사노조와 축협노조, 병원과 KBS노조의 파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에 따라 정부와 자본은 총파업 동력을 최대한 억누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사업장별로 노조요구에 근접한 임단협안을 내놓아 개별타결을 유도함으로써 ‘힘빼기작전’을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파업이 애초부터 임단투와 사업장현안을 바탕으로 한 ‘공동파업’의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서 사실 투쟁력 분산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실제로 총파업이 임박하면서 적잖은 사용자들이 노조요구에 가까운 안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와 자본은 이어 총파업에 들어간 뒤에는 대대적인 여론공세를 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여론공세의 ‘약발’이 그리 세지는 않을 것 같다.

우선 민주노총이 첫 번째 요구로 제기한 주5일근무제가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이같은 분위기가 총파업에도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경총을 비롯한 자본진영이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 최근 ‘시기상조론’, ‘경제파멸론’과 휴일·휴가 소진·변형근로제 등으로 ‘딴지’를 걸고 나온 것도 이같은 상황전개에 대한 초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맞불작전’인 셈이지만 대세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자본이 꾀할 수 있는 여론공세는 크게 두 가지. 우선 최근의 경기불안을 들먹이며 ‘경제가 어려운데 총파업이 왠말이냐’는 공격이 예상된다. 실제로 경제사정이 조금 나빠지고 있어 이는 어느 정도 먹힐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권내부에서 조차 정부 경제팀의 정책실패를 꾸짖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설득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이와 함께 예상할 수 있는 게 남북정상회담을 빌미로 한 공세다. 그러나 최근 총리임명 문제로 정국이 경색된데다 방북수행원 문제로 잡음이 일면서 정상회담의 활용가치는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민족적 대사를 그르치는 세력’이라는 공세도 그만큼 힘을 잃을 게 뻔하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총파업의 명분이나 국민적 공감대가 높아 여론을 걱정한 게재가 아니라는 지적이 높다. 오히려 얼마나 완강하게 싸울 수 있느냐가 총파업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 들어 정부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있고, 지자체 보궐선거와 정상회담이 끝난 뒤 금융구조조정과 공기업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총파업을 정점으로 하는 상반기투쟁이 싸움의 끝이 아님을 말해준다. 하반기에 들어서면 어차피 법개정을 비롯한 제도개선으로 넘어가야 하고, 자본쪽에 의한 노동법개악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최대한의 위력적 총파업으로 이같은 움직임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