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왜 총파업에 나섰는가

정부는 ‘3대 노동현안’을 해결하라!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들어갔다. 총파업은 개별기업의 노사갈등에서 비롯되는 일반적 파업과는 달리 전체노동자의 이해가 걸린 사회적 현안 때문에 일어난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나선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벌이는 것은 한 마디로 정부가 민주노총의 거듭된 교섭요청을 끝내 외면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올해 1월부터 노동자와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안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아보자고 정부에 제안해왔다. 정부는 이에 대해 “모든 것은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말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노사정위원회는 정부와 사용자쪽에 유리한 합의사항은 곧장 이행된 반면 노동자에게 유리한 내용은 대책 없이 방치되거나 아예 실종된 게 대부분이다.(관련기사 참조) 민주노총이 정부와의 직접 교섭을 제의하고 나선 것은 이렇듯 노사정위원회가 현실적 존재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끝내 이를 거부함에 따라 민주노총이 애초 해결하고자 했던 사회적 현안문제 또한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그렇다면 시민생활에 불편을 끼치고, 일부의 우려 섞인 비판여론을 무릅쓰면서까지 총파업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현안문제는 무엇일까.

2000년엔 주5일근무를!

이미 국민적 요구로…’딴지’거는 재계·무책임한 정부가 문제

현재 주당 44시간인 법정노동시간을 40시간으로 줄여 주5일근무제를 실시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후진국들보다 긴 세계 7위의 장시간노동에 시달린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나라체면을 구긴데다 과로사, 산업재해로 만신창이인 삶의 질 개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눔으로써 IMF 이후 사회문제로 떠오른 대량실업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즉 주5일근무제를 도입해 국민생활의 질을 높이고, 실업문제도 해결하자는 것이 민주노총 요구의 핵심이다.

이는 사실 시대적 요구일 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이 찬성하고 있어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문제는 사용자단체와 정부의 태도다.

재계는 현재 ‘시기상조’라거나 ‘경제회복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를 들어 한사코 주5일근무를 반대하고 있다. 최근엔 여론의 대세를 의식했는지 ‘노동시간이 긴 것은 노동자들이 돈에 눈이 어두워 휴일·휴가도 안쓰고, 연장근로를 많이 하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들고 나왔다. 그래서 연장근로수당을 폐지 또는 삭감하거나 휴일·휴가를 다 쓰도록 해야 노동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한국 노동자들은 사용자들이 반강제로 시키는 연장근로를 거역하기 힘든 실정이고, 기본급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안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잔업에, 야근에, 특근에 내몰리는 것이다. 이를 너무나 잘 아는 사용자단체가 엉뚱한 주장을 펴는 것은 어떻게든 주5일근무제를 막아보자는 궁색한 태도이자, 근로기준법을 개악하려는 사전포석이다. 심지어 ‘우리나라가 선진국보다 휴일·휴가가 많다’는 거짓말까지 동원하고 있다. 선진국 대부분이 연간 3주-7주에 이르는 여름(겨울)휴가를 보장하고 있음을 온국민이 아는 판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 아닐 수 없다.

재계는 또 ‘법정노동시간을 줄일 게 아니라 협약을 통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자’는 그럴듯한 논리를 펴기도 하다. 그러나 대기업을 비롯해 그런대로 대등한 노사관계가 이루어지는 회사는 그렇다 치고, 노조도 없고 정작 중노동에 시달리는 중소영세기업에서는 어디 꿈이나 꿀 수 있는 얘긴가. 법정노동시간 단축은 이같은 현실도 감안된 것이다.

‘일을 적게 하면 그만큼 생산성이 떨어질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쉴만큼 쉬고 가뿐한 몸과 마음으로 일할 때 능률이 더 오름을 누구나 경험으로 안다. 실제로 바닥장식재 생산업체인 한국오리베스트는 올해 3월 주5일근무제를 도입한 뒤 노동생산성이 크게 높아져 사용자쪽도 만족을 표하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문제해결의 칼자루를 쥔 정부는 지난 26일 노동부장관의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났듯 아직까지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미 신뢰를 잃은 지 오래인 노사정위원회에 모든 것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위원회와 상관없이 정부가 주5일근무제 실시방침과 추진계획을 내놓는 것만이 문제를 푸는 길이다.

자동차 해외매각 중단

국민 약 2/3가 반대…정부 ‘국민대책기구’구성해 머리 맞대야

정부·채권단이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우·쌍용차 해외매각을 밀어부치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가 지난 4월7일 국민 7백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대우·쌍용자동차의 해외매각에 대해 64%가 반대했는데 이는 찬성의견 30.7%보다 2배정도 많은 것이다. 또한 대우·쌍용자동차의 해외매각이 고용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59%가 동의한 반면 동의하지 않는 의견은 37.1%에 그쳤다. 해외자본이 대우·쌍용자동차를 인수한다면 국내자동차산업은 몰락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50.5%가 동의했고 44.2%가 동의하지 않았다.

이보다 앞선 2월29일 전문 여론조사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가 5대 도시에 거주자 5백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조사 역시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응답자의 67.2%가 해외매각에 반대한다고 답했고 26.5%만이 해외매각에 찬성했다. 응답자의 68.2%가 대우차의 한시적 공기업화에 찬성한다고 답한 반면 반대는 26.8%에 그쳤다.

이같은 국민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채권단은 ‘해외매각만이 살 길’이며 기업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외면해왔다. 게다가 정부는 겉으로는 해외매각방침이 결정된 바 없다고 얘기하면서도 최근까지 국민여론을 ‘해외매각’쪽으로 호도하기 위해 갖가지 언론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노조가 제기한 정부, 채권단, 회사, 노조 등으로 이뤄진 국민대책기구 구성에 대해서는 ‘안돼’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현대, 기아, 대우, 쌍용 등 완성차 4사노조는 지난 4월6일부터 14일까지 자동차산업을 살리고, 1백70만 종사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공동파업에 벌였다. 이에 영향을 받은 듯 대우·쌍용차에 눈독을 들여온 GM은 고용보장·기술이전, 한국상표 유지 등을 약속했고, 포드는 대우·쌍용차를 인수하면 첨단 환경친화엔진과 충돌 때의 차체보호 디자인 등을 제공할 것이라는 둥 추파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해외매각이 아니라 경영권을 지키는 것이 한국 자동차산업을 살리는 최선의 길이다. 정부가 ‘국민대책기구 구성’에 나서 한국자동차산업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협동조합 강제통합 중단

이건 ‘개혁’이 아니다, ‘축산업 죽이기’ 일뿐

축산업 몰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내년으로 예정된 축산물 수입 완전개방에 맞서 축산전문조직 강화로 축산업을 지켜야 할 시점에 축협 등 협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통합 강행은 축산업을 죽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농업과 축산업은 영농방법이 다른데도 통합을 강행해 가뜩이나 구제역 파동으로 폐업지경에 이른 축산농가를 ‘축산업 몰락’의 길로 내몰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축산업 몰락을 무릅쓰면서까지 협동조합을 통합하려는 것은 협동조합을 농민이 자주적으로 만든 조직이라는 상식과 달리 산하 농정기구쯤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축협이 정부출자금 단 한 푼 없이 100% 축산농민이 출자한 순수민간단체임에도 정부의 업무감독권을 강화하고, 협동조합원이 아닌 정부가 회장을 불신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결국 간섭과 통제가 목적임을 통합법은 드러내고 있다.

이는 또 다른 관치금융을 예고하고 있으며, 은행사업 중심의 경영구조를 지속하는 한편 유통·판매사업을 외면함으로써 축산농가를 배제하는 협동조합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통합법은 또 지난해 8월 국회 법사위 심의조차 거치지 않은 법안을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정해 본회의에서 변칙 처리해 절차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협동조합은 품목별로 전문화, 세분화되어 있다. 따라서 협동조합 통합은 국제적 추세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한편 한길리서치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77%의 국민이 통합농협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으며, 16대 국회의원 당선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80%가 현 통합농협법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정부가 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축협노조는 오는 6월 개원국회에서 통합농협법 유보와 전면 재논의, 통합중앙회내 축협 독립법인 인정 등을 요구하며 민주노총 5월 총파업에 합류했다. 민주노총도 축산업과 30만 축산농가, 그리고 축협노조를 지키기 위해 힘을 쏟을 방침이다.

조세개혁·사회보장 예산 GDP 10% 확보

정부 저소득층 보호대책 알맹이 빠져…세제개혁·군비축소로 재원 마련하자

IMF는 충격 그 자체였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지적처럼 기업이 몰락하고 봉급쟁이가 대거 회사에서 밀려나고 자영업자가 쓰러지는 엄청난 시련이었다.

그러나 그 고통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용노동자나 영세 저임금 노동자 등 주로 저소득층에게 집중됐다. IMF 이후 거리로 마구 쏟아져 나온 실업자 중 대다수가 이들이었고, 이들의 뼈를 깎는 고통 끝에 경기회복을 맞았으나 기아선상을 넘나든 이들의 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이른바 ’20대80 사회’로 치닫는 한편 저소득층의 생활수준은 79년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정부도 이러한 사태를 맞아 오는 10월 기초생활보장법 시행, 최저임금제 9월부터 전 사업장으로 확대 등 그럴듯한 계획을 줄줄이 발표하고 있지만 알맹이가 빠져 있어 저소득층의 생활개선에 별 구실을 못할 것으로 지적 받고 있다. 지난 4월8일 발표한 최저임금제의 경우 적용대상 노동자가 1.9% 안팎의 미미한 수준에 이르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오히려 수급자가 이전 보다 훨씬 줄어드는데 따른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출범 당시부터 저소득층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거꾸로 된 조세개혁과 부패 재벌재산 환수, 군비축소 등을 통해 사회보장 예산 확대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올해 중요한 사업으로 조세개혁과 사회보장예산 확대를 밝혔고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 관련법 제·개정 △비정규직 및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 전면 실시 △사회보장 예산 GDP 10% 확보와 이를 통한 무상교육·무상의료·저소득층 노후생활 보장, 기초생활 및 실업예산·교육재정·4대 사회보험에 대한 국가부담 예산 확충 △인간다운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최저임금제 실시 △조세개혁과 자영자 소득파악 등을 제기했다.

특히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맞아 1천만 이산가족의 한을 풀고 경제협력을 활성화해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어야 한다는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민족이 서로에게 총을 겨눈 군사대결체제를 해소하지 않고선 통일로 가는 길은 좀처럼 열리지 않을 것이다.

남한은 한 해 예산의 10%가 훨씬 넘는 막대한 예산을 국방비에, 북한도 엄청난 재원을 국방비로 쏟아 붓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국가예산의 대부분을 국방비로 지출하다보니 사회보장제도 확충이나 교육개혁 등은 뒷전으로 밀리고, 경제 종속은 깊어져 외국자본에 쉽게 휘둘려 IMF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군비축소와 세제개혁을 통해 마련된 재원은 저소득층의 살길을 여는데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북한의 경제를 회생시키고 냉전구조를 해체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차별철폐

같은 일 하는데 임금은 적고, 언제 쫓겨날지 몰라

하루 짜리 일용직, 3개월 짜리 계약직, 6개월 짜리 임시직, 1년 짜리 판촉아르바이트, 2년짜리 파견직…

비정규직은 서럽다. 임금 적게 주고 오래 일 시켜도 두 말 할 수 없다. 상여금은 물론 퇴직금도 없다. 4대 사회보험도 안된다. 그런데도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밥줄을 쥔 사용자가 정규직 보다 값싼 비정규직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억울해도 부리는 대로 일할 수밖에 없다.

이들을 괴롭히는 건 무엇보다 낮은 임금이다.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고도 임금은 정규직의 40% 수준이다. 국공립대인 서울대에서 청소업무를 담당하는 미화원과 수위업무를 보는 방호원들은 단지 파견직이라는 이유로 몇 년째 임금을 삭감당했다.

서울대로부터 관리와 작업지시를 받지만 용역업체 ‘대호’에 속해 있어 같은 일을 하는 학교 정식직원들과 비교할 수 없는 낮은 임금을 받아왔다. 여성미화원의 경우 용역으로 전환된 첫해인 96년 5월 임금이 47만원이었다. 97년에는 45만원으로 깎였다. 올해는 40만원. 초저임금이었다. 서울대 당국이 ‘최저낙찰제’를 실시해온 탓이 크다. 낮은 입찰액은 고스란히 낮은 임금으로 전가되었다.

참을 수 없었던 이들은 올 4월 ‘서울대 시설관리노조’를 만들었고, 현재 ‘청소·방호업무의 직영화’를 요구하며 서울대 당국을 상대로 쉽지만은 않은 투쟁을 하고 있다.

정부의 이른바 ‘노동유연화정책’ 낳은 실업대란의 틈바구니에서 이렇게 해서라도 살아온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비정규직 확산은 당사자들은 물론 전체 봉급쟁이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98년 입법된 ‘근로자파견’ 시한이 오는 7월1일 끝나 지금까지 파견노동자를 고용한 사용자는 그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처지가 됐으나 한나라당 등을 앞세워 정규직 전환을 기피하고 파견 기한 연장을 꾀하고 있다.

정부라고 다를 게 없다. 공공부문 9천명 인원 감축 등 비정규직 확산의 실질적인 배경인 구조조정을 여전히 추진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각종 차별철폐와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2000년 주요사업으로 설정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총파업을 해서라도 정부와 사용자에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강력하게 촉구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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