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이 죽은지 3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대구지역 섬유노동자, 주70시간 이상 살인적 장시간 노동

‘섬유노동자 다 죽는데 섬유 대축제가 웬말이냐’ ‘불법2교대 철폐하고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지난 25일 대구시와 섬유산업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섬유 대축제 경축식 행사장 앞에서 투쟁하던 섬유노동자들의 요구다.

대구시와 섬유업계 사용자들은 밀라노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섬유산업을 고부가가치화시켜 대구를 섬유, 패션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정부는 6천8백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생산성을 높이고 제품을 고부가가치화 시켜야 하는 섬유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전국의 노동자들이 주 40시간 노동제, 주 5일제 근무를 요구하고, 이미 노동시간 단축이 대세를 이루고 있음에도 대구지역 섬유업계 특히, 염색산업에 종사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씩 주야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주 70시간 이상씩 일을 하면서도 일요휴무는 월 2회밖에 되지 않으므로 주 72시간에서 많으면 84시간까지 일을 하게 되는 그야말로 살인적인 노동조건에 신음하고 있다.

가족간의 단란한 저녁시간이나 주말은 아예 기대할 수 없고, 혹 집안의 경조사가 있어 하루 월차를 내면 다음날을 틀림없이 곱배기로 일을 해야 한다. 오로지 공장에서 일하고 밥 먹고, 잠만 잘 수 있다. 야근 들어가는 날이면 낮에 잠을 제대로 못 자 온몸이 푹푹 쑤신다. 뿐만 아니라 이런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기본급은 대단히 낮고 야근·특근수당, 연·월차수당이 제대로 책정돼 있지 않은 포괄임금제. 포괄임금제는 근로계약을 할 때 미리 매달 얼마를 받겠다고 정하는 것인데, 혹 하루 월차를 내면 하루 빠진 날 임금, 그 주의 주휴수당, 월차수당 모두 합쳐 사흘치 임금이 월급여에서 빠지게 된다. 정말 70∼80년대나 있을 법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는 것이 섬유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이같은 극도로 열악한 섬유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키 위해 대구지역섬유산업노동조합(준)과 민주노동당 대구지부를 비롯한 노동단체가 대구 서구지역 섬유사업장의 노동시간을 조사해 무려 1백8개나 되는 사업장을 근로시간 위반으로 노동청에 고발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근로시간을 준수하고 3교대를 하고 싶어도 ‘일할 사람이 없다’라는 핑계만 대고 있다. 법정 근로시간이 지켜진다면 왜 사람이 없겠는가? 임금을 비롯한 근로조건이 개선되고 복지혜택이 늘어난다면 왜 섬유공장에 일할 사람이 없겠는가?

벌써 30여년 전 전태일 열사가 몸과 영혼을 불사르며 외쳤던 함성이 있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여전히 섬유노동자들은 근로시간을 지키라고 외치고 있다. 이 외침은 사용자들이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고 섬유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작업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계속 될 것이다.

(김광미대구 현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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