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유령노조” 좋아하다 “유령재벌” 된다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던 삼성그룹 산하 (주)에스원 노동자 5명이 29일 저녁 모두 행방불명돼 납치의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29일 저녁 8시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나 향후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정우, 이정수, 전명기, 최태주, 윤여경 등 5명은 지난 24일 오전 10시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공공연맹. 위원장 김연환) 회의실에서 삼성 에스원 노동조합(위원장 이정우)창립대회를 열고 같은날 오후 4시 50분경 서울 중구청에 노조 설립을 신고했으나 중구청은 이미 20분전에 강남구청에 에스원 노조설립신고서가 제출됐다는 사실을 이들에게 통보했다. 노조설립을 눈치챈 회사측이 기술팀 윤석화 과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유령노조를 설립한 것.

삼성은 24일 오후 8시 퇴근한 직원까지 불러들여 전직원을 비상 소집해 노조설립 간부들의 소재파악에 나서는 한편 지부 FAX코드를 뽑아 다른 사원의 참여를 차단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노조설립 주체들과 가족들을 회유했고, 대표이사 표창까지 받았던 이정수 부위원장이 과거 공금을 횡령했다는 허위사실까지 유포했다.

이 같은 삼성의 술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삼성은 87년 삼성중공업 1,2,3 공장에서 노조설립의 기미가 보이자 간부들의 납치해 유령노조를 만든 전력부터 가깝게는 작년 12월 19일 삼성전관(현 SDI)에서 노조설립을 하려던 일본인 2명을 포함, 10여명을 강제 납치 감금한 일이 있었다. 삼성전관 노조설립 시도는 5명이 해고당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서약서를 쓴 후에야 회사에 복직을 할 수 있었다.

현재 공공연맹에서도 에스원 노조원들과 연락이 두절되자 대책을 마련중에 있다. 공공연맹 이상훈 조직2부장도 “납치로 생각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성환 삼성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 위원장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삼성은 계속 같은 수법으로 노조설립을 방해하고 있다”며 “에스원 노조의 경우도 자신들에게 연락이 안 될 경우 납치로 간주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덧붙여 “총파업 때문에 민주노총이 바쁘겠지만 삼성의 작태에 계속적으로 안일하게 대응하면 안된다”며 “삼성그룹은 단위사업장에 조그마한 노조만 생겨도 전 사원이 달려들어 저지한다. 우리도 전 노동계가 나서서 삼성과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섭jks@kdlp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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