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지녔지만 내 몸은 지금 있는 그대로 아름답습니다. 장애 때문에 불편하기는 해도 말입니다.”
제3회 여성 장애인 전국대회에 참가한 시각·청각 장애, 지체장애를 가진 200여명의 여성 장애인과 가족들은 이렇게 외쳤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상임대표 이예자 서울시의원)이 지난 3~4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연 이번 대회는, `깨자! 나가자! 세상 속으로’라는 주제에서 보듯 여성장애인들이 “나를 찾고 나를 드러내기”를 다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세계보건기구가 추정하는 장애인구 비율 10%를 기준으로 하면 여성 장애인이 200만명쯤으로 추정되는데도, 아직도 많은 여성 장애인들이 스스로 `그늘’에 물러서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첫날 밤 문화한마당은 여성과 장애라는 이중의 `벽’에 가슴앓이를 해온 이들을 위로하고 힘을 북돋는 자리였다.
94년 결성된 `빗장을 여는 사람들’의 회원 3명이 먼저 나섰다. 두 다리를 못쓰는 이영숙(47)씨가 비장애인인 남편에게 서운했던 기억을 꺼내며 당당히 바람을 말하자, 참가자들은 마음 문을 열기 시작했다. 휠체어에 기댄 이들이 지난날의 굴곡많은 삶을 털어놓은 뒤 흥겨운 민요를 부르자 갈채가 쏟아졌다.
“우리라고 왜 결혼하고 애 낳고 싶지 안컸나.” “그래 말입니더.” “인생은 꿈꾸고 실천하는 자의 것이라고 안했나. 그리 해보자.”
부산여성장애인연대 장향숙 회장 등 회원들이 꾸민 창작극 <처녀들의 저녁식사 2>로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연기는 어설펐지만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대사를 풀어가자, 장내는 시름을 날려보내는 듯한 웃음소리와 “맞다, 맞다” 하는 추임새로 가득찼다.
청각장애인 5명과 수화봉사단 5명, 시각장애인 3명은 함께 수화를 곁들인 율동을 펼치며 창작곡 <세상 속으로> 등을 들려줘 감동을 자아냈다.
사회를 맡은 김재원 한국방송공사 아나운서가 수화로 <사랑으로>를 들려주고 예술집단 `오름’이 노래극을, 용인대 특수체육학과 학생 12명은 `휠체어 에어로빅’을 각각 선보여 열기를 돋궜다.
특히 휠체어를 탄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어우러지며 역동적인 동작으로 멋진 대형을 펼치자 놀랍다는 표정을 짓는 이들도 많았다.
이튿날 오전 참가자들은 예술창작집단 `모두 아름다운 사람들’의 신리씨 등이 이끄는 `춤과 연극 치료요법’에 다시 모였다. 휠체어나 목발에 기댄 채, 안들리는 이는 북소리의 울림에 맞춰가며 몸을 자연스레 흔들며 춤을 췄다. 장애를 “걸림돌이나 아픔”으로만 여겨 스스로를 얽어맸던 모습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인 내 몸”을 긍정하자는 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어 열린 폐막식에서 “스스로 삶의 주역으로 나서겠다”는 권리 선언을 외치는 여성장애인들의 목소리는 더욱 우렁차게 들렸다.
“장애를 가진 여성은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고 완전한 사회 참여를 이루는 평등권을 가진다…가족, 친족, 성생활, 건강, 자기 표현 등 모든 결정에서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자신도 소아마비를 알아 왼쪽다리를 절고 있는 이예자 상임대표는 “여성장애인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할 때”라며 “사회가 `남성’과 `비장애인’ 중심으로 굴러가는 데 대해 우리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수범 기자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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