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모두가 있는 가족만을 정상으로 보는 사회의 편견을 깨자는 의미에서 한국여성민우회가 마련한 `열린가족축제-이제 닫힌 가족의 빗장을 열자’가 지난 3일 장충동 경동교회내 여해문화공간서 열렸다.

처음엔 조금 어색했다. 아이들 손을 잡고 객석에 앉는 어머니들, 아버지들은 무대만 응시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날 사회를 맡은 코미디언 김미화씨와 신경혜 가족과성상담소 부소장이 등장해 긴장을 풀어나가고, 한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물이 상영되며 200석 남짓한 공연장 안은 점차 온기가 돌았다.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영상물은 한부모가 된 이들의 인터뷰로 시작했다. “남편에게 맞으면서 이게 아닌데 싶으면서도 말한마디 꺼내지 못했었다”는 여성, 민우회에서 주최한 한부모캠프에 가기로 약속하고도 시댁에서 `쳐들어와’ 가재도구를 다 들어내버릴 것 같아 참가 못한 친구의 이야기로 눈시울을 적시는 이…. 마지막에 이웃과 정부와 학교에 바라는 바를 담은 한부모들의 `인권선언’이 자막으로 올라갈 땐 자연스레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축제에는 독신인 비디오칼럼니스트 옥선희씨, 한부모인 조재구 양천케이블TV 대표와 김명준씨, 엄마와 함께 살며 대안학교에 다니는 이미애양, 공동체가족(그룹홈) `들꽃피는 학교’의 조순실씨가 나와 이른 바 `정상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겪었던 어려운 점에 대해 털어놓았다. 김명준씨는 “두딸의 유치원에 갔을 때 큰 애는 밝고 둘째는 얌전하다던 선생님이 이혼이야기를 털어놓자 `어쩐지 산만하고 성격이 어둡더라’고 말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분위기는 가수 신형원씨와 박진영씨의 등장으로 더욱 뜨거워졌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한부모들은 손을 잡고 `개똥벌레’를 목이 터져라 불렀다. 박진영씨는 “이런 모임이 많아져 더 이상 한부모가 이상한 존재가 아닌, 평범한 가족임이 인식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의 절정은 한부모들이 주축이 돼 선보인 공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다. 예술창작집단 신리와 모두 아름다운 사람들 및 공연예술가 박선영씨가 한부모들이 모여 퍼포먼스를 준비한 것이다. 한부모들의 그룹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에 참여한 신아무개(35)씨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위축감 등 자신을 억압했던 감정들로부터 해방됨을 느꼈다”고 말했다. 신씨는 또 “이전엔 이사가도 알리고 싶지 않아 스스로 숨어지냈다”며 “이젠 수군거리는 건 일시적이고 내가 열어야 남도 연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사회를 본 김미화씨는 “주위에 한부모가 된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혼 뒤 여자만 `몹쓸 여자’로 몰리는 게 안타까웠다”며 “사회인식을 바꿀 수 있는 이런 행사라면 언제든지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밖에는 동성애가족 등 다양한 가족을 상징하는 그림과 내용 및 한부모와 아이들이 그린 `내가 바라는 가족’이 전시됐다. 갑작스레 뿌린 소나기 앞에서도 공연장을 나서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고 당당했다.김영희 기자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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