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여성노동자들 ‘절반의 승리’
“눈물을 버금고 원상회복이라는 명분 대신 실리를 택했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올해 임단투를 끝낸 현대자동차노조 최종희씨(노조식당 운영위원장)가 털어놓은 심정은 그랬다. 지난 98년 정리해고 ‘광풍’의 아픈 상처로 남아 있던 현대자동차 식당 여성노동자 1백44명. 이들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리해고돼 이전 임금의 절반을 받아왔다.
그 속에서 지난 1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원칙복직’을 촉구하는 출근투쟁을 계속했다. 지노위와 중노위에 제소했지만 여전히 가진 자들의 편이자 정부의 수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몸으로 부딪혀 깨나가지 않으면 도저히 안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최종희씨는 “같은 처지의 노동자를 생각하며,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부당한 일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이정표를 세우기 위해 투쟁해왔다”고 밝혔다.
단체교섭이 한창이던 지난 6월2일부터는 80여명이 자신의 알몸에 칼과 가위를 들이대고 교섭이 열리고 있던 본관 입구에서 죽기를 각오한 투쟁을 벌였다. 그 가운데 19명은 집단삭발과 단식농성 등 참혹하고 처절한 투쟁을 이어오던 터였다.
마침내 6월8일, 노조(위원장 정갑득)는 △노조식당(자율경영)에 근무하되 임금과 근로조건은 현대차와 같이 적용. 직계가족 1명 대체입사 △현장부서로 복직 △갤로퍼식당(직영) 재입사 등 세 가지 안에 회사쪽과 잠정합의했다. 그것은 눈물과 투쟁으로 범벅된 지난 3년 세월에 한줄기 빛이었다.
이와 관련해 노조 한인수 홍보부장은 “식당 여성조합원들의 복직은 90% 이상 스스로가 쟁취한 것”이라며 “이들의 심정을 이해하면서 훌륭한 분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쪽의 거부로 ‘원직복직’의 염원을 풀지 못했지만 오는 6월19일 정리해고자 전원복직과 더불어 98년 정리해고의 상처를 치유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 식당 여성조합원들의 ‘속앓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많은 사람이 ‘이것은 아니다’고 얘기하고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 아니냐’는 고통스런 고민이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와 현장활동가들에 대한 감정도 다 삭이지 못한 것 같다. 최종희씨는 “노조도 활동가도 98년 구조조정과정에서 말도 안되는 정리해고에 대해 묵시적 동의를 표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번에 노조가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가도 의문”이라며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재철 leecc@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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