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개악, 제정신인가
경찰, 집회·시위 통제강화 추진 ‘시대착오’ 비난
‘허가제’ 금지한 헌법정신 따라 되레 완화해야
현행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이 가뜩이나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판에, 경찰이 되레 법개악을 꾀하고 나서 비난이 일고 있다.
지난 5월1일 노동절 집회 때 고려대학교에서 화염병이 등장한 것을 빌미로 경찰은 집회와 시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집시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검토중인 개정의 주요내용은 △폭력과격시위 전력 있는 단체의 집회참가 배제 의무화 및 위반시 처벌 △질서유지선 침범시 처벌 강화 △주말·공휴일 도심지 대규모 집회·시위 제한 △집회신고시 질서유지각서 제출 의무화 등이다.
지난 6월8일 열린 ‘경찰청의 집시법 개정방안에 대한 반대와 집회·시위의 자유 긴급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김도형 변호사는 이같은 개정 움직임과 관련 “집회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은 안중에도 없이,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라는 명분만 앞세워 경찰편의주의에 치우친 잘못된 발상”이라며 “모든 것을 사전적인 통제 방식으로만 해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변호사는 “집회나 시위를 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라는 말 그대로 원칙적인 자유며, 다만 그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해 공공질서가 침해되거나 타인의 권리에 대해 피해를 입히게 되면 그때 가서 사후 책임을 물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집회와 시위와 요건을 완화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헌법 제21조 제2항은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데도, 집시법(6조1항)은 사실상 허가제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집회의 목적은 물론 질서유지인과 연사의 주소, 성명, 직업, 구호제창 여부, 출발지-경유지-중간행사지-도착지에 이르기까지 신고사항이 20개가 넘는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또 집시법(5조1항)은 집단적인 폭력·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나 시위를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집회’로 못박고 있다. 집회의 가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객관적이고 명백하지 않은 만큼 경찰당국에 모든 재량권이 주어진 셈이다.
특히 집시법(11조)은 집회를 금하는 장소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설정하고 있다.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같은 법규정을 악용해 서울도심의 건물주들이 외국 대사관을 유치해 집회를 원천봉쇄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7월 광화문 동화빌딩에 브루나이대사관이, 올해 5월26일 종로 현대상선건물에 파나마대사관이 입주해 단골 집회장소였던 광화문 네거리와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더 이상 집회를 할 수 없게 됐다. 이어 6월초에는 종로1가 삼성 국세청건물에 온두라스 대사관이 입주했다. 삼성은 이미 98년 10월 본사 별관에 싱가포르 대사관을 유치하고 올 3월 태평로 삼성생명에 엘살바도르 대사관을 유치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5월25일 현행 집시법의 집회장소 규제조항이 헌법이 보장한 집회결사의 자유와 국민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제청신청을 낸 상태다.
이밖에도 질서유지선을 설정해 놓거나, 관할 경찰서장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도시의 주요도로에 대해 집회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모두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이황미 leehm@kctu.org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