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남긴 것>
분단극복 향한 획기적 진전 이뤄
‘정치적 악용’ 우려도…향후 ‘미국문제’ 큰 변수될 듯
말그대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정상회담 달궈낸 평화와 통일에 대한 겨레의 염원은 당사자인 남북사회는 물론 미·중·러·일 등 국제사회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이산가족상봉을 논의할 남북적십자회담이 눈앞에 다가왔는가 하면 여당은 국가보안법을 개정하겠다는 운을 띄운 상태다. 19일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조치 완화를 확정했고 북한은 미사일 발사유예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겨냥했던 미국의 미사일방위체제(NMD)는 다시 자국내 찬반논쟁에 휩싸였고 헬름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주한미군 철수 검토’ 의견을 조건부로 내놓았다.
그러나 눈을 돌려보면 이와는 전혀 딴판이 현실도 있다. 50년간 제 땅을 폭격해온 주한미군 기지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한국의 공권력은 오늘도 매향리에서 노동자·민중을 개 패듯 짓밟고 있다. 정부는 ‘주한미군 유지’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고 여당만큼이나 정략적인 국회 ‘제1당’은 국가보안법 폐지 불가, 상호주의 등을 내세우며 ‘신냉전’을 펌프질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북정상회담 결과와 계속될 여진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늦긴 했지만 50년만에 남북정상이 만나 한반도 문제를 당사자들이 해결하자는데 합의한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며 “5개항 합의는 평화정착문제가 빠져 아쉽지만 애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교수는 “미국은 미사일방위체제를 추진하고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키기 위해 북한을 불량국가로 몰아부칠 것”이라며 “김대중정부는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 주한미군 현상유지정책을 취하고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문제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이 어쨌든 당사자 해결원칙을 세움에 따라 주한미군철수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현정부와 미국·남한 우익사이에 마찰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김영제 통일국장 역시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국장은 “평화통일에서 자주의 원칙과 연합·연방제를 확인한 합의는 획기적인 진전”이라며 “문제는 김대중정부가 이를 실행할 힘과 의지를 갖고 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끊임없이 이적시비를 낳았던 연방제 통일방안을 인정함에 따라 자유롭게 통일논의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국장은 “매향리 투쟁에서 알 수 있듯이 주한미군철수문제는 주요현안”이라며 “현정부의 역사적 선택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민중의 첨예한 대립 사이에서 매향리 문제는 정부의지를 확인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추상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정치적 의도를 경계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5개항의 합의는 추상적 원칙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쳐 기대에 못 미친다”며 “통일문제가 현정부의 정치적 어려움을 벗어나거나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에 근시안적으로 이용돼선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장교수는 또 “통일과정에서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데 군축, 통일채권 발행 등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위한 정부의 자세가 불분명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정부가 통일비용 마련에 필요한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한나라당과의 정쟁에 휩싸이기 십상이라는 전망이다.
이재철 leecc@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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