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과의 관계는?
“생각처럼 그리 간단치가 않네요”
한통노조, 연구·조사 거쳐 종합방침 마련 계획
한국통신계약직노조는 아직 합법성을 얻지 못했다.
지난 3월31일 노조를 만든 뒤 4월2일 곧바로 설립신고를 했으나 반려됐다. 정규직들이 주로 가입해 있는 한국통신노조(위원장 이동걸) 규약에 “한국통신에 근무하는 전 직원과 일용직도 가입하고자 하면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조직대상이 중복되기 때문이다. 설립신고가 반려된 뒤 노조는 서울시에 행정심판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역시 ‘복수노조 금지조항’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6월16일 기각됐다.
계약직원들은 당초 한국통신노조 조합원으로 가입하려 했다. 그러나 한국통신노조쪽에서는 “정규직과 정서차이가 너무 크다”며 난색을 표했다. 계약직노조를 만든 뒤에는 다시 “규약을 개정해 조직대상에서 계약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통신노조의 한 간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 5월말 외부에 용역을 맡겨 한국통신 내 비정규직의 노조가입, 노조결성, 근로조건, 복지조건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며 “6월말이나 7월초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9월 이후 열릴 대의원대회에서 계약직에 대한 방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뜻이다.
이 간부는 이와 함께 계약직원의 노조가입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나름의 사정을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그는 우선 노조활동에서 비롯된 신분상 불이익에 대한 ‘희생자구제 규정’을 들었다. “계약직원이 조합원이 될 경우 계약이 만료된 뒤 회사는 재계약을 하지 않고, 당사자들은 재계약을 원하면 ‘해고자’가 되는 것이고, 노조는 당연히 ‘희생자구제 규정’에 따라 이들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하는데, 계약해지가 예상되는 계약직이 많아서 그에 대한 책임을 노조가 다 지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설명이다. 또 “정규직과 계약직간에 임금·복지조건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계약직원들이 조합원이 되면 당연히 동등한 대우를 받도록 노조가 나서야 하나, 한국통신이 공기업이다 보니 그 점 역시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고, 현장 조합원이 계약직에 대해 느끼는 정서 차이도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 계약직까지 노조에 가입할 경우 구조조정이나 성과급 지급에 정규직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하는 한국통신노조 조합원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구강회 위원장은 “법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계약직에게 계속 그렇게 살라는 것은 인간답게 사는 기회를 막는 것”이라며 절박하게 호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한국통신 노조원 가운데는 계약직노조를 지지하며 돕고 있는 정규직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5월13일 계약직노조가 마련한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투쟁기금 마련을 위한 하루주점’에는 정규직원들이 대거 나와서 일을 도왔다. 술을 나르며 틈틈이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의 표정에서 정규직과 계약직의 차이는 찾을 수 없었다.
“계약직원들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한국통신노조의 한 조합원은 “그분들은 몇 십년 동안 일했는데도, 입사한 지 몇 년 안된 내가 1백만원을 넘게 받을 때 고작 80만원 받으며 일하신 분들”이라며 “그들을 해고하는 것은 ‘노동운동’ 이전에 ‘인간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들에 대한 재계약이 이루어져야 할 뿐 아니라 하루 빨리 정규직화해야 되고, 이 문제에 한국통신노조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황미 leehm@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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