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00.07.06
“이거 장난이 아니네요.” “군대가 이렇게 힘든 곳인 줄 몰랐어요.”
지난 7일 오전 모 방송사의 아침 프로그램에서는 난데없는 여대생들의 군대식 복창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장면은 다름 아닌 이화여대와 육군사관학교가 자매결연을 맺고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여성상을 정립한다는 차원에서 3박4일 동안 실시한 병영체험의 모습이었다.
이 소식은 매일경제가 4일자에서 입소 첫날의 풍경을 중심으로 보도한데 이어 중앙일보도 6일자 사회면에서 병영 3일째의 유격장 훈련 모습을 사진기사로 보도했다. 각 일간지들은 이외에도 여고생들의 병영체험도 잊지 않고 보도하는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여고생·여대생들의 병영체험을 기사화하는 이유는 뭘까. 난데없는 질문에 각 일간지의 사회부장들은 “이색적이지 않은가” “사진 한장으로 효과를 내기 좋다” “재미있지 않은가”라고 답변했다. 모 일간지의 사회부장은 질문이 끝나기도 무섭게 “무슨 의도냐” “단순히 소개차원일 뿐 성차별적인 보도는 아니다”라며 앞서가는 모습까지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이 사회부장이 부정했던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여성민우회 윤정숙 사무처장은 “심지어 힘이 들어 우는 모습까지 보여줄 필요가 있느냐”며 “각 일간지의 사회부장 전체가 남성이라는 점이 은연중에 남성우월적인 보도를 가능케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처장은 또 이러한 보도에 대해 나름대로 두 가지 측면의 해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나는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군가산점제 논란의 연장선상이라는 점. 윤처장은 “최근에도 여성민우회 인터넷 사이트는 군가산점제를 옹호하는 남성들의 무차별 공격을 받고 있다”며 “병영체험과 같은 보도는 남성이 군대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강조하며 세련되게 군가산점제를 주장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고 주장했다.
윤처장은 또 “남북정상회담 이후 군축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보여지는 가운데 군을 의식한 보도가 아니겠냐”며 국방부나 육군사관학교, 해병대 등이 이러한 행사를 적극 지원하는 것이 그 반증이라고 밝혔다.
그러한 이유에서인지 단순히 “이색적이다” “재미있다”고 말하는 사회부장들의 답변에 비해 윤처장의 주장은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