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대의원대회 무산 유감

지난 7월12일 구로구민회관에서 열린 제18차 대의원대회가 시각 2시간만에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었다. 올해 1월18일 대의원대회에 이어 연속되는 일상사가 되고 있다.

이번 대의원대회는 남북 양김의 고위급회담 이후 조성된 노동운동 탄압이라는 공안정국에 맞서 민주노총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에서 당면투쟁을 결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특히 파업중인 롯데호텔노조와 사회보험노조에 공권력이 투입되어 무자비한 폭력이 자행된 시점에서 개최된 대회였기에 무산에 따른 투쟁 당사자들의 실망과 일선 조합원들의 분노가 드높았다.

민주노총 창립 이후 여러 차례 대의원대회가 있었지만 성원이 안돼 개회가 늦어지거나 회의 도중 정족수가 미달돼 무산되기가 일쑤였다. 다만 임원 선거 때는 예외였다. 2대 집행부 때 대의원 수를 늘린 탓으로 정족수 채우기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이번 대의원대회는 처음엔 정족수를 40여명이나 넘겨 회의 성립과 진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현안사업장 투쟁보고와 각종 보고에 이어 제1호 의안을 처리하기까지 2시간여만에 60여명이 빠져나가 회의가 무산되었던 것이다. 제3, 4, 5호 안건인 5월총파업투쟁 평가건, 하반기 정세전망 및 투쟁방침 건, 정치사업 관련 건은 다시 중앙위로 위임받기로 상정된 안건이고 보면, 실제로는 제2호 ‘당면투쟁 계획 건’이 주요내용이었다.

그렇다면 대의원대회 무산의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 대의원대회의 권위가 심각하게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와 같이 입법기능을 갖는 대의원대회가 오후 2시 시작되어 당일 시간을 다퉈 끝내는 문제하며, 하급단위 회의기구에서 논의되지 않고 직상정되거나, 골치 아픈 문제는 다시 하급기구로 위임하는 관행의 문제이다. 따라서 별로 중요하기 않은 문제로 왈가왈부하거나 심도 있는 결정이 취약하다.

둘째, 대의원대회 조직화가 취약하다. 규약에 따른 자료 사전배포와 안건설명회, 그리고 대의원 참여 파악 및 독려 등이 부족하다.

셋째, 대의원대회 회의준비와 진행에 긴장감이 부족하다. 대의원대회에서 다룰 안건의 무게, 회의자료 작성(명확한 내용, 충실한 자료 등), 사전배포와 보완은 물론이고 회의 진행시 설명, 토의 등에서 긴장감이 떨어지고 핵심에서 벗어나기 일쑤다.

넷째, 대의원 개개인의 책임의식이 약하다. 대의원 자신이 입법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단위노조나 연맹의 입장과 결정에 따르거나 책임을 방기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회의참여에 소홀하다.

조직의 핵심은 회의기구에서의 사업결정과 집행이다. 대의원대회의 잦은 무산은 민주노총의 불안한 장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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