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문제는 없나
“권리에 따른 책임 분명히 해야”
선출·배정·운영방식 등 전반적 재검토 필요
18차 대의원대회 유회와 관련해 전조직적인 ‘대오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의원대회 구조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되고 있다.
총연맹의 한 간부는 “지금같은 구조에서는 민주노총 대의원에게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다”고 말한다. 즉 의사결정권은 갖고 있지만 얼마나 책임 있게 회의에 참석하고, 또 결정사항을 현장에서 집행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대의원대회 참가자 ‘명단 공개’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대회가 끝난 뒤에도 서명을 받아 도중에 빠져나간 대의원까지 점검함은 물론 각급단위 선거 때 회의참석현황을 공개해 유권자가 이를 참고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의원이 대의원으로서의 ‘의무’를 다 하도록 현장에서 철저히 강제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의원의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선출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엄밀히 대의원이라는 것은 ‘선거구’가 있고, 해당 선거구 조합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는 동시에 책임성을 부여받는 직책이다. 그러나 현재 민주노총 파견대의원 선출은 해당조직에 일임하고 있어 선거구 개념도 불분명할뿐더러 집행부가 임의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책임’도 불분명해지는 셈이다. 따라서 민주노총 파견대의원도 현장에서 누구나 출마할 수 있도록 하고, 직접선거 또는 대의원대회 등을 통해 ‘선출’하도록 해야 한다 의견이다.
대의원 배정의 문제도 제기된다. 조합원이 많은 사업장에 대의원이 편중돼 있어 실제 대의원이 많은 사업장에서 얼마나 참가하는지가 회의 성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조철 민주관광연맹 위원장은 “작은 사업장이라도 최소 1명은 대의원으로 배정해 소속노조의 목소리도 낼 수 있고, 의사결정 구조에도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의원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사무금융노련의 한 대의원은 “7백명이라는 숫자는 민주적인 의사결정에는 적절할 지 몰라도 토론하기에는 너무 많은 숫자”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14차 대의원대회에서 규약개정을 통해 대의원 숫자는 2배 가까이 늘었으나, 대의원이 늘어난 만큼 그에 적합한 회의 조직방안이나 운영방안은 없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회의 운영방식이 같이 지적된다. 많을 때는 7∼8개 안건을 상정해 놓고 반나절만에 토의하고 결정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건을 미리 충분히 숙지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예컨데 지도부가 대의원대회 전에 전국을 순회하며 안건을 설명하고 참가를 독려해야 한다거나, 2박3일정도로 충분한 일정을 잡아 집중적인 토론을 하자는 것 등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안건이 회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중요한 안건 몇 개만 뽑아 집중적으로 심의하고 책임 있게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중앙위에서 다루어도 될 안건이 상정되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안건은 제대로 심의하지 못한다거나 너무 자주 열린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대의원대회는 힘을 모을 필요가 있는 시기 결의대회 형식으로 진행하고, 깊이 있게 사업을 고민하는 논의단위는 따로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황미 leehm@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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