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노동권, ‘개방 앞에 등불’
무경험·현실문제 둔감이 문제해결 어렵게
북한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 베이징의 외국기업인들에게 ‘경협’이란 단어는 의미가 없다. 이들의 관심은 온통 개방 이후 국유에서 풀릴 북한의 돈을 어떻게 하면 경쟁사보다 많이 챙겨내느냐에 집중돼 있다. 다른 한편으론 남한에서 들여온 원진레이온 설비와 호르몬 교란기인 마스시타, 페니클론 같은 ‘살인기계들’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건너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개방 이후 새롭게 떠오를 노동문제에 대한 북한의 준비상황은 어떨까.
노동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첫작품으로 내놓은 나진선봉지구에 적용되는 노동법을 들여다보자. 이 곳의 노동법은 투자법, 합영법, 합작법 따위의 ‘법률’이 아니라 ‘외국인투자기업 노동규정’이라는 ‘규정’으로 끄트머리에 아주 작게 취급되고 있다. 이를 살펴보면 북한의 준비상태가 조금 심각함을 느낄 수 있다.
임금은 중국노동자의 절반 수준에 맞춰 놨고, 작업시간도 개괄적으로 명시해 놓긴 했다. 그러나 작업시간 준수 등 북한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은 빈약한 정도를 넘어 아예 찾아볼 수조차 없는 실정이다. 또한 개방특구에 대한 환경보호법은 있으나 작업환경과 유해환경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룬 내용은 없다.
하기야 중국도 개방된지 14년이 지난 1996년에 가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본주의 형태의 노동법을 처음으로 제정했다. 문제는 북한 또한 원진레이온을 들여온 중국처럼, 경험이 전혀 없는 그들로서는 앞선 나라의 ‘신산업’이 일으킬 노동문제와 대응방법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방안은 없는 것인가.
우선은 실질적 힘을 가진 노동당이나 최고인민회의에서 전담기구를 새로 꾸리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무경험’의 한계로 그리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설사 대책기구를 꾸린다해도 처음 접하는 신산업체계를 어떻게 단속하고, 어떤 법적 기준을 세울지도 문제가 된다.
우리의 노총에 해당하는 직업총동맹(직총)은 문제를 해결할 ‘법적 힘’을 가진 조직이 아니다. 정부 관할 아래 지원을 받는 직총에 문제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처럼 노동당도, 인민회의도, 직총도 노동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면 남한에서처럼 북한노동자들이 직접 연대해 사회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노동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처럼 북한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사상사회’ 구성원들의 경우 현실문제에 너무나 둔감하다. 사회주의 국가는 이데올로기나 사상으로 뭉치다보니 체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상당히 높다. 그래서 국가와 사회의 나쁜 문제나 개혁해야 할 현실에 대해 국민들은 서로 이해해 버리고, 긍정적으로 처리하는 게 습관화돼 있다.
정신적으로 이해한다고 해서 현실문제가 잘 해결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런데도 체제의 문제점에 대해 버릇처럼 너무 쉽게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처리해버리는 ‘정신적 승리법’이 사회주의 노동문제 해결의 가로막는 주요인 것이다.
최호진/ 중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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