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세씨의 만화 <천국의 신화>가 미성년자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이 만화계를 넘어 문화계 전반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만화탄압비상대책위원회, 문화개혁시민연대 등 22개 문화단체들은 21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이 판결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의 부당하고 반문화적인 결정에 반대하며 유죄판결이 번복되고 <천국의 신화>가 명예를 회복할 때까지 연대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한국만화가협회, 한국시사만화가회 등 만화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 민족예술인총연합, 영화인회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대중음악작가연대 등 문화 각 영역의 단체들이 두루 포함돼 있다. 또 이현세씨는 물론 김수정, 박재동, 하승남, 황미나씨 등 만화가와 영화감독 정지영씨, 국립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심광현 교수 등이 회견장에 참석했다. 문화계 전체와 사법부의 대립으로 비칠 정도다.

마침 영화 <거짓말>의 음란성 여부에 대해 검찰의 무혐의 결정이 내려진 지 얼마 안된 데다, 미성년자보호법을 이어받은 청소년보호법 자체에 대해 반민주적 위헌법률이라는 주장이 문화계에서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와 정반대되는 판결이 나온 만큼, 문화계의 반발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음란물 여부는 보통사람의 입장에서 보아야 한다”거나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 생각한 결과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재판부의 언급은,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가부장적 권위주의나 가치 획일주의 등 보다 미시적인 문제를 지목하면서 그 수단으로 성표현을 중시해온 최근 수년간 문화계의 흐름과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인다.

이날 회견을 연 단체들은 재판부의 원칙과 기준의 모호성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을 물론, 문제가 된 <천국의 신화> 소년판이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납본필’ 판정까지 받았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작품 전체 맥락과 상징성을 외면한 채 일부 표현을 문제삼아 음란물로 규정한 것은 문화적 표현의 해석력과 수용력이 대단히 편협하고 자의적임을 드러낸 것”이라며 “공동대책위 및 자문변호인단 구성, 대중적 항의 집회 개최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임범 기자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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