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구조조정 최대 걸림돌 민주노총 무력화/노조-민중세력 요구 결집 대정부 총력 투쟁

롯데호텔과 사회보험노조에 대한 경찰특공대의 폭력 진압과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의 두차례에 걸친 폭력과 연행 등 정부의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의 칼날이 아주 예리하다. 정권의 이같은 민주노총에 대한 집중 탄압은 한국노총 소속 금융노조 파업에 대한 대응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12명이 구속되고 13명이 수배된 롯데, 사회보험노조, 의료산별노조에 대한 대응과는 사뭇 다르게 경찰은 금융노조 주요 지도부에게 출두 요구서만 발부한 상태이며 의사 폐업 관련해서도 단 1명만 구속했을 뿐이다. 금융노조는 오히려 경찰쪽에 “민주노총 소속 노조와 차별 대우를 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을 향한 정권의 이같은 집중적 탄압은 현정부의 향후 정국 운용의 기조를 읽게 해준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은 “정부가 의도적으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차별대우하면서 양 노총의 분열을 획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표적 탄압은 하반기 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로 민주노총을 지목하고 본격적인 ‘민주노총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수호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민주노총은 이번 ‘공안탄압분쇄 투쟁’이 정부가 계획

하고 있는 하반기 구조조정 저지의 전초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번 싸움에서 밀릴 경우 하반기 대 정부투쟁은 물론, 노동시간단축 등 이제껏 공들인 노동계의 요구가 물거품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11일 단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단 삭발에 이어 전국에서 6천여명의 조합원이 모인 14일 종묘 집회에서는 각 연맹 위원장들이 삭발식을 거행하며 결의를 다지는 등 투쟁의 수위를 급격하게 높이고 있다. 더불어 민주노총은 롯데호텔 파업 강제진압의 실상을 알리는 공동수업을 진행할 것을 전교조에 지침으로 내려보내고 각 연맹에는 상황에 맞게 투쟁을 전면적으로 전개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롯데제품 불매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해 정권과 결탁해 노동자를 탄압하는 사업주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민주노총은 상반기에 노동시간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을 벌인 뒤에 하반기에는 국회를 통한 노동시간단축 입법운동, 구조조정저지를 위한 투쟁을 배치한 상태였다. 정부와 경총을 비롯한 사용자의 근로기준법 개악 등 노동탄압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제 정부가 선제 공격을 해오고 있는 형국이다. 이근원 민주노총 조직쟁의 실장도 이번 싸움이 하반기로 예정돼 있는 구조조정 싸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20일 집중 집회이후 22∼23일 중앙집행위를 거쳐 상세한 하반기 투쟁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해 지속적인 투쟁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현재 △구조조정저지 △공권력투입 대통령사과 △노동부 장관, 경찰청장 해임 △신격호 롯데그룹회장·박태영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구속 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정부가 들어줄 것이라고는 기대하고 있지 않다. 정부 역시 한번 뽑아든 칼을 쉽게 넣지 않을 것이므로 길고 어려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상반기에 이미 총파업을 했다는 점도 민주노총으로서는 부담이 가는 부분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으로서는 현재 투쟁하고 있는 민중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와 연대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 등은 스스로의 투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조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의 싸움이 빈민을 비롯한 전체 민중생존권에 직결되어 있고 김대중 정부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회 전체의 신자유주의 체제개편 이기 때문에 2000년 한국사회의 위기를 막아야하는 자리에 서 있다. 정부가 스스로를 평범한 시민이라고 일컬었던 롯데호텔의 노동자를 곤봉을 통해 단련된 노동운동가로 변신시킨 것도 민주노총의 투쟁이 쉽게 사그러들 수 없는 이유가 될 것이다.

(정경섭jks@kdlp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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