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7월 27일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정통부의 ‘정보통신질서확립법’ 추진을 반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마이뉴스/박수원기자)

어느 날 온라인 무대에 당신의 글을 감시하는 검열관이 나타난다면?

만약 당신이 운영하는 사이트 게시판에 ‘김대중 대통령 나쁜×’이라는 글이 올려져 있다고 합시다. 청와대에서 ‘명예훼손과 허위 정보’라는 명목으로 그 사이트 관리자에게 해당 글 삭제를 요구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론 개인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글에 대해 개별적으로 사이트 운영자에게 요구해 글을 삭제할 수도 있겠죠. 운영자는 삭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구요.

그러나 현재 정보통신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 및 건전한 정보통신질서 확립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질서확립법)이 시행된다면 위의 글에 대한 삭제는 법률로 강제될 수 있습니다.

만약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삭제 요구한 글을 지우지 않는다면 그 사이트 운영자는 그 글이 사이트 게시판에 실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벌금을 물어야 할 지도 모릅니다. 그 정보를 올렸던 사람은 불량이용자로 낙인찍혀 개인 정보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통보해야 하는 일이 생길 지도 모르구요.

물론 최근 사이버 상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에 가까운 범죄나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대한 대응이 너무 미흡하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에서 제기되고도 있습니다.

통신망의 음란, 폭력물로부터 미성년자와 청소년을 보호하는 장치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이번 정보통신질서확립법에서는 ‘정보내용등급표시제’라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제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부 정보이용보호과의 실무자는 ‘정보통신질서확립법’ 개정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최근 사이버 상에서 개인정보 침해나 익명성으로 인한 폐해가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이와 같은 법 제정을 추진하게끔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사생활 침해라는 의견이 제기되는 등 논란의 소지도 있습니다. 그런 논란의 소지는 공청회 등을 거쳐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아 낼 생각입니다. 법 제정에 대한 배경이나 목적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정보통신질서확립법’을 바라보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를 비롯해 YMCA,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27개의 단체들은 이 법안에 대한 개정 공청회가 열리던 날,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법률개정안이 정보사회의 핵심적인 표현수단인 통신망을 통제하고 국민의 입과 귀를 막으려는 규제 내용이며, 정보통신부와 산하기구가 통신망에 적극 개입할 근거를 만들고 있어 자의적인 권력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단체들은 이러한 법률 개정은 철회돼야 하고 정부가 우선적으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입법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보통신부는 8월 입법예고, 9월 국회 통과, 2001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시민사회단체는 7월 27일 내부 토론회를 통해 다시 한번 ‘법률 개정’ 철회라는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이 날 내부 토론회 참석자들은 ‘정보통신질서확립법’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부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하고, 등급 표시라는 것이 불법정보 차단이라는 목적보다는 규제시스템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대해 등급제를 담당하고 있는 정보통신부 홍성완 사무관은 이렇게 반론을 폅니다.

“매일 매일 민원이 정보통신부로 빗발치고 있습니다. 등급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등급기준을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만드는 것으로 시민단체에서는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것이 절대 아닙니다. 등급은 정보제공자와 이용자가 만들도록 돼 있기 때문에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절대적으로 권력을 행사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사이버 상에서 벌어지는 윤리문제에 대해 ‘꼭’ 정보통신부에 맡겨 ‘법으로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정보통신부와 시민단체의 입장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말이 있듯이, 온라인 상의 폭력 등 부작용을 없앴다는 취지의 이 법률이, 인터넷이 열어놓은 표현의 자유 등 순기능을 통제하는 도구로 쓰여질 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또한, 과거 군사정권 아래서 국가안보와 사회질서라는 미명아래 입과 귀를 봉쇄한 ‘국가보안법’이 통신질서를 확립한다는 목적으로 2000년 한국에서 ‘정보통신질서확립법’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참고자료]

<‘개인정보보호및건전한정보통신질서확립등에관한법률’중 문제의 소지가 있는 조항>

제3장 건전한 정보통신질서의 확립

제1절 불건전정보의 유통방지

제26조(불법정보의 제작·유통 금지) 누구든지 불법정보를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일반에게 공개할 것을 목적으로 제작·유통 또는 매개하여서는 아니된다.

제27조(불법정보에 대한 신고) ①누구든지 제26조의 규정에 의한 불법정보의 유통 및 매개행위를 인지한 경우에는 제42조에 의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라 한다)에 신고할 수 있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의 절차, 방법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2절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및 이용자의 책임

제40조(이용자의 금지행위) 이용자는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하여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2. 자기 또는 타인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주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허위의 정보를 유통시키는 행위

3. 재물을 걸고 도박하거나 사행행위를 하는 행위

4. 음란한 부호ㆍ문언ㆍ음향 또는 영상을 배포ㆍ판매ㆍ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하는 행위

5. 윤락행위를 알선하거나 음행을 매개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시키는 행위

6. 수치심이나 혐오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말이나 음향, 글이나 화상 또는 영상을 계속하여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여 상대방의 일상적 생활을 방해하는 행위

7. 타인의 정보통신서비스 이용명의를 도용하여 사용하는 행위

8. 정보통신서비스 이용계약 체결 시 타인의 명의를 사용하는 행위

제7장 보 칙

제76조(벌칙 등) ①사실을 적시하여 제40조제1호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제40조제1호를 위반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5백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제40조제2호를 위반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④제40조제3호를 상습적으로 위반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⑤정보통신부장관은 외화유출을 막기 위하여 제40조제3호를 위반한 자의 당해 정보이용에 관련한 금전결제계좌를 통한 지출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한 제한을 관계기관에 요청할 수 있다.

⑥제40조제4호를 위반한 자는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⑦제40조제6호를 위반한 자는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단,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⑧제40조제7호를 위반한 자는 5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그 명의를 도용당한 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⑨제40조제8호를 위반하여 타인의 명의를 사용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을 위반한 자는 해당 형벌 또는 과태료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박수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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