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Unsplash+, Aakash Dhage

2026년 9월 9일, 중국산 배터리와 에너지 저장 장비를 실은 컨테이너선 두바이 타워호가 영국 북동부의 티스포트항에 도착했다. 이 선박은 25일 전 중국 닝보-저우산항을 출발해 북극항로(Northern Sea Route, NSR)를 거쳐 유럽에 도착했다. 앞서 2025년 10월에는 이스탄불 브리지호가 같은 항로를 이용해 중국에서 영국까지 약 21일 만에 화물을 직접 운송했다. 올해도 북극항로의 운항 시즌이 끝나기 전에 추가 운항이 예정되어 있다.

북극항로의 가장 큰 매력은 운송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항로를 이용한 통과 화물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고위도 북극 물류센터(Centre for High North Logistics)는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Rosatom)의 통계를 인용해 2025년 북극항로의 통과 화물량이 320만 톤이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동쪽으로 운송한 원유였다.

나는 이 글에서 북극항로의 중요성이 화물 운송 자체보다 러시아와 중국에 가져다주는 지정학적 효과에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두 강대국은 북극항로 개발에 협력하고 있지만, 협력하는 이유도 다르고 동원할 수 있는 역량에도 차이가 있다. 러시아에 북극항로는 제재를 받는 에너지 경제의 수출 동맥이자 강대국의 위상을 과시하는 무대이다. 반면 중국에는 남쪽 해상 교통로를 더 이상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될 경우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하는 예비 항로이다. 북극항로의 미래는 러시아와 중국이 북극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어느 정도까지 공동의 이해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한편 서방 국가들은 북극항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방은 이미 제재라는 수단을 통해 북극항로의 미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제재가 북극항로에 미치는 영향은 복잡하다. 제재에 따른 위험 때문에 중국은 북극항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거나 관여하기를 주저하는 반면, 러시아는 중국에 더욱 의존하게 되었다.

해상 교통의 요충지와 대체 항로 확보의 비용

북극항로는 완전히 새로운 항로가 아니다. 소련은 국내 물자 공급을 위한 수송로로 이 항로를 개발했다. 최근 북극항로가 국제 해상 운송로로 부상한 것은 홍해 위기를 비롯해 기존 무역 항로와 해상 교통의 요충지에서 잇따라 운송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의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해상 운송의 안전에 대해 오랫동안 품어 온 우려가 타당했음을 확인했다. 중국의 전략가들은 지난 20년 동안 말라카 해협의 안보 문제를 우려해 왔다. 그런데 최근 홍해 사태를 통해 같은 해상 교통로의 반대편 끝자락 역시 그에 못지않게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핵심은 위기가 발생했다고 해서 대체 항로를 곧바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북극항로를 운항하려면 혹독한 환경에 적합한 선박과 숙련된 승무원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운항 허가를 발급하고 쇄빙선을 지원하는 러시아 기관들과 원활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북극항로의 상업적 매력이 아직 크지 않더라도, 반복적인 운항을 통해 이러한 경험을 축적하는 일이 중요하다.

러시아에는 대체 항로와 시장을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북극항로 전체 화물의 80% 이상은 야말반도와 오비만에서 생산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원유, 콘덴세이트(초경질유)이다. 그러나 EU 시장은 곧 닫힐 예정이다. 2026년 1월 EU는 러시아산 LNG 수입을 단계적으로 금지해 2027년 초부터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채택했다. 따라서 러시아는 새로운 구매자를 찾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더 먼 거리를 항해해야 한다.

더 중요한 점은 북극항로가 러시아의 아시아 중심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연결고리로 떠올랐다는 사실이다. 북극은 러시아가 여전히 일류 강대국의 위상을 과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러시아는 북극해를 따라 광대한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핵추진 쇄빙선 함대뿐 아니라 콜라반도에 주둔하는 북방함대의 탄도미사일 잠수함도 운용하고 있다. 북극항로는 러시아가 이러한 자산을 활용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2024년 러시아와 중국 정부는 북극항로 협력 분과위원회를 설립했다. 북극에서 공동 안보 활동을 추진하는 움직임에서도 양국의 지역적 협력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9월 중국과 러시아 해안경비대 함정들은 베링해에서 합동 순찰을 실시했다. 당시 미국 해안경비대가 중국 해안경비대 함정과 마주친 사례 가운데 가장 북쪽에서 이루어진 접촉이었다. 그보다 두 달 앞선 2024년 7월에는 러시아와 중국 폭격기들이 사상 처음으로 알래스카(Alaska) 인근에서 합동 순찰 비행을 실시했다.

그럼에도 양국 사이에는 여전히 상당한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러시아는 북극항로를 자국의 국가 운송로로 관리하며, 상업용 선박이 운항하려면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2022년 12월에 제정한 법률에 따라 외국 군함이 러시아가 내수로 주장하는 해역에 진입하려면 90일 전에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이처럼 북극항로의 출입을 통제하는 러시아는 항행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이 항로를 통과하는 화물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 한다. 현재로서는 러시아가 이러한 통제권을 중국이나 다른 국가와 공유할 이유가 거의 없다. 반면 중국은 스스로를 ‘근북극 국가(near-Arctic state)’라고 규정하면서도 러시아의 해양 관할권 주장에 얽혀드는 일은 신중하게 피해 왔다. 따라서 북극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은 여전히 실질적인 이익을 주고받는 거래적 관계에 가깝다.

서방이 쥐고 있는 지렛대

중국과 러시아가 북극항로를 통해 관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서방은 제재를 수단으로 두 나라 모두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 해운기업들은 북극항로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데 뚜렷하게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중국의 국영 해운 대기업 코스코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북극항로에서 총 42차례 선박을 운항했다. 그러나 2022년에는 단 한 차례도 운항하지 않았으며, 이후 북극항로를 통한 컨테이너 운송은 뉴뉴 시핑과 시 레전드 같은 소규모 민간기업들이 담당해 왔다.

에너지 부문에서도 이와 비슷한 신중한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워싱턴 정부가 2023년 11월 북극 LNG 2 사업에 제재를 부과하자, 각각 10%의 지분을 보유한 중국의 양대 국영 석유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과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같은 해 12월까지 불가항력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의 신중한 태도에도 한계는 있다. 2025년 8월부터 중국은 국영 기업 파이프차이나가 운영하는 베이하이항에서 북극 LNG 2 사업의 LNG 화물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또한 2026년 9월에는 이 사업의 두 번째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에 사용할 중국산 발전 모듈 2기를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량화물 운반선에 실어 러시아 북극 지역으로 보냈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는 북극항로에 두 가지 상반된 영향을 미친다. 한편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2차 제재를 우려해 북극항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2026년 6월 기준으로 중국이 북극 LNG 2에서 생산한 LNG의 유일하게 확인된 구매국이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러시아와 협상할 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러시아가 고객과 투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은 중국이 북극 지역의 기반시설을 더 폭넓게 이용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양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덴마크 국방정보국은 2024년 어려운 상황에 몰린 러시아가 중국에 러시아 북극 지역에 대한 접근권을 더욱 확대해 줄 수밖에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미국, 캐나다, 유럽의 향후 대응

미국에 북극항로는 무엇보다 해양력의 문제이다. 북극항로가 부상하면서 미국의 지정학적 관심도 일부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북극항로의 동쪽 관문은 폭이 약 82km인 베링 해협이며, 해협의 한쪽 해안에는 알래스카가 자리 잡고 있다. 이른바 ‘말라카 딜레마’를 오랫동안 우려해 온 중국은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남쪽 해상 교통로의 주요 병목 지점을 우회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신 중국 선박들은 미국 영토와 가까운 해역을 통과해야 한다. 미국이 북극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고 동맹국들과 협력해야 한다. 이러한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2025년 10월 핀란드에서 건조할 경비·쇄빙선 최대 4척과 미국에서 건조할 선박 최대 7척을 확보하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

캐나다에는 북극항로의 부상이 자국 북부 지역의 전략적 의미를 변화시키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함정들이 베링해에서 합동 작전을 벌이고, 최근 몇 년 동안 여름철마다 중국 조사선들이 알래스카 인근 해역에서 활동하는 상황은 캐나다의 해양 안보에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경제적 이해관계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25년 LNG 캐나다가 첫 번째 액화천연가스 화물을 수출하면서 캐나다는 태평양을 통해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국가가 되었으며, 앞으로 아시아 시장을 놓고 러시아와 경쟁할 가능성도 있다. 캐나다 오타와 정부와 미국 워싱턴 정부가 감시 활동, 쇄빙선 운용, 중국 관공선에 대한 대응 등을 포함한 북부 지역 방위 문제에서 명확한 합의에 도달한다면, 캐나다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더욱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에는 북극항로를 통해 어떤 화물이 어떤 조건으로 자국 항구에 들어오는지가 중요한 문제이다. 두바이 타워호는 중국산 배터리와 에너지 저장 장비를 영국 티스포트항으로 운송했다. 따라서 북극항로는 유럽이 특정 공급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바로 그 상품들을 공급하는 새로운 통로가 되고 있다. 더욱이 이 항로를 이용하려면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의 지원에 의존해야 한다. 북극항로의 서쪽 진입로는 노르웨이와 콜라반도를 지나며, 핀란드와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면서 나토는 러시아 북방함대에 맞서는 북부 전선을 끊김 없이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 유럽연합 회원국 정부들과 영국 정부는 러시아의 허가를 받고 러시아의 항행 지원에 의존해 자국 항구로 들어오는 화물을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한지 판단해야 한다.

북극항로의 진정한 중요성에 주목해야 한다

북극항로를 통한 국제 통과 운송은 여전히 특정 계절에만 가능하고 비용도 많이 들며, 러시아 당국의 관리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 때문에 북극항로의 경제·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극항로의 중요성은 러시아가 제재를 받으면서도 수출을 지속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고, 중국은 러시아의 협력에 따라 확장할 수 있는 유럽행 제2의 해상 운송로를 얻으며, 두 강대국 모두 북아메리카에 인접한 해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데 있다. 서방의 제재는 지금까지 북극항로의 확장을 억제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북극항로의 확장을 제한하려면 제재만으로는 부족하다. 베링 해협에 선박을 배치하고, 캐나다와 미국의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과의 교역에 대해 유럽이 더욱 확고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출처] China-Russia Cooperation in the Arctic: The Northern Sea Route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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