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6일 노벨재단은 남극의 아이스큐브(IceCube) 관측소 건설과 천체에서 발생한 고에너지 중성미자 발견에 기여한 공로로 프랜시스 핼젠(Francis Halzen)에게 노벨상을 수여했다.

이 입자 가운데 일부는 가장 강력한 입자 가속기에서 만들어 내는 입자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를 지닌다. 아이스큐브 덕분에 우리는 이런 입자가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는지 이해할 창을 얻었다.

중성미자 천문학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중해와 중국에서 검출기를 건설하고 있으며, 중력파 천문학 등 다른 천문학 분야의 관측 결과와 결합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남극점의 중성미자 관측소 아이스큐브는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얼음 아래를 들여다본다. 벤저민 에버하트(Benjamin Eberhardt)/IceCube/NSF, CC BY-NC-SA

중성미자는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특성을 가진 기본 입자다. 볼프강 파울리(Wolfgang Pauli)가 1930년대에 그 존재를 예측했고, 프레더릭 라이너스(Frederick Reines)와 클라이드 코언(Clyde Cowan)이 1956년 원자로를 연구하면서 처음 관측했다.

그렇다면 중성미자가 이미 알려져 있고 관측까지 마친 입자라면, 2026년 노벨 물리학상은 어떤 업적을 인정한 것일까?

현재 우리는 중성미자를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여러 발생원을 알고 있다. ‘태양 중성미자’는 태양 중심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때 나온다. ‘대기 중성미자’는 우주선이 지구 상층 대기의 분자와 상호작용을 할 때 나온다. 이는 오로라를 만들어 내는 상호작용과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천체 기원 중성미자’는 우주에서 격렬하고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여러 현상이 일어날 때 나온다.

2013년 아이스큐브 관측소가 검출한 바로 이 천체 기원 중성미자가 프랜시스 핼젠에게 노벨상을 안겼다.

아이스큐브는 어떻게 중성미자를 검출하나

프랜시스 핼젠은 천체에서 발생한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관측하기 위해 1980년대에 훗날 아이스큐브 검출기로 발전할 구상을 내놓은 공로로 상을 받았다.

남극점에서 진행한 아이스큐브 건설은 2005년에 시작해 2010년 말에 끝났다.

검출기는 남극 얼음 깊숙이 내려가는 수직 케이블 86개로 이루어진다. 가장 아래쪽은 깊이 2,450m에 자리하며, 아이스큐브가 차지하는 얼음의 부피는 거의 1㎦에 이른다.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검출하려면 이처럼 거대한 규모가 필요하다. 중성미자는 물질과 워낙 드물게 상호작용을 하므로 대부분 지구 전체를 마치 투명한 공간처럼 통과할 수 있다. 따라서 검출기의 부피를 크게 늘리면 중성미자가 얼음과 상호작용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그만큼 검출 확률도 높아진다.

실제로 아이스큐브는 중성미자를 직접 관측하지 않는다. 중성미자가 얼음 속 분자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만들어 내는 입자를 관측하며, 이 입자는 대개 ‘뮤온’이다. 중성미자가 만들어 낸 뮤온은 에너지가 매우 높아 특유의 푸른빛, 즉 체렌코프 복사를 방출한다. 원자력발전소의 핵연료 저장 수조에서도 같은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아이스큐브의 수직 케이블에 매달린 센서들은 바로 이 체렌코프 복사를 검출한다.

현재 아이스큐브 검출기의 구조도다. 각 케이블은 극지방의 얼음 아래 약 2㎞ 깊이까지 내려가며 지표면의 연구실과 연결된다.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 관측 장비와 온라인 시스템》, 아이스큐브 공동연구단, 2016, CC BY-NC-SA

아이스큐브의 관측으로 무엇을 밝혔나

이 거대 관측소를 건설한 데에는 여러 과학적 목표가 있었다. 주된 목표는 고에너지 우주선과,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그 생성 과정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우주선은 빛에 가까운 속도로 우주를 가로지르는 입자다. 이 가운데 일부는 가장 강력한 입자 가속기에서 만들어 내는 입자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를 지닌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이런 입자가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아이스큐브 연구진은 2013년에 첫 번째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 관측소 가동 초기 2년 동안의 자료에서 우주 기원 중성미자 28개를 확인했다. 다만 이 중성미자를 만들어 낸 발생원은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 28건의 관측은 우주 기원 중성미자의 존재를 입증하는 초기 증거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는 입자천체물리학 연구의 중요한 이정표였으며,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창인 ‘중성미자 천문학’을 열었다. 지난 10월 6일 노벨상이 인정한 업적이 바로 이것이다. 현재 중성미자 천문학은 입자천체물리학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풍성한 성과를 거두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이후 아이스큐브의 또 다른 관측은 우주 기원 중성미자의 발생원을 밝히기 시작했다. 2017년 아이스큐브는 날아온 방향이 블레이자와 일치하는 중성미자를 검출했다. 블레이자는 좁은 방향으로 모인 물질 제트를 방출하는 매우 독특한 유형의 은하핵이다. 이 제트는 수많은 전하 입자를 가속한다. 이 입자들이 은하 사이의 물질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중성미자를 만들고, 아이스큐브가 마침내 이를 관측했다. 더욱이 TXS 0506+056은 전자기파 영역에서 오래전부터 알려진 천체다. 따라서 전자기파와 중성미자로 같은 천체를 함께 관측한 이번 성과는 중대한 발견이자, 이른바 다중신호 관측의 한 사례다.

블레이자와 그 제트가 수많은 입자를 방출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다. 이 입자에는 지구의 아이스큐브로 검출할 수 있는 중성미자도 포함된다. IceCube/NASA, CC BY-NC-SA
TXS 0506+056이 방출하고 2017년 아이스큐브가 검출한 중성미자를 시각화한 그림이다. 중성미자가 만들어 낸 뮤온은 검출 모듈을 녹색으로 표시한 왼쪽에서 들어와 빨간색으로 표시한 모듈 쪽으로 이동했다. 아이스큐브 공동연구단, CC BY-NC-SA

중성미자 천문학의 현재와 미래

이 관측소가 열어 준 가능성은 여러 연구 주제로 이어진다. 암흑물질의 간접 탐색이나 감마선 폭발과 관련된 중성미자 탐색이 대표적이다. 감마선 폭발은 무거운 별이 죽거나 두 별의 잔해가 합쳐질 때 방출하는 물질 제트에서 발생한다.

2020년대 초부터는 새로 건설 중인 검출기 KM3NeT도 중성미자 천문학에 합류했다.

아이스큐브와 달리 KM3NeT는 지중해 수심 2,500m에 자리한다. 1년 전 KM3NeT 연구진은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지금까지 관측한 것 가운데 가장 높은 에너지의 중성미자를 관측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대한 발견은 큰 기대와 함께 수많은 질문을 낳았다. 특히 이처럼 높은 에너지의 입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발생원이 무엇인지가 핵심 질문이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중성미자 천문학은 계속 영역을 넓히며 발전할 것이다. 우선 아이스큐브는 검출기에 새로운 케이블을 추가해 부피를 약 8㎦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를 통해 검출 감도와 중성미자 검출 빈도를 모두 높인다.

KM3NeT는 최종 설계에 따른 구성과 목표 감도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설치 작업을 이어 갈 예정이다. 그러면 중성미자의 특성을 연구하는 동시에 우주에 관한 연구도 계속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여러 검출기를 계획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에서는 TRIDENT, NEON, HUNT 관측소를 추진하고 있다. 이 검출기들 역시 거대한 부피를 바탕으로 새로운 발견을 이끌 것이다.

또한 앞으로 몇 년 동안 아이스큐브와 KM3NeT가 열어 갈 또 다른 가능성은 다중신호 천문학에 있다. 2016년 TXS 0506+056의 사례처럼 중성미자 자료를 다른 관측 장비의 자료와 결합하는 것이다. 특히 중력파를 관측하는 레이저 간섭계 라이고(LIGO)와 비르고(Virgo)를 생각할 수 있다. 이들이 아이스큐브 및 KM3NeT와 공동 관측에 성공한다면 우주 연구의 근간이 될 풍성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점점 더 민감해지는 검출기와 함께 중성미자 천문학의 앞날은 여전히 밝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프랜시스 핼젠이 다진 토대 위에서 앞으로도 흥미로운 발견을 이어 갈 것이다.

[출처] Bienvenue dans une nouvelle astronomie : comment marchent les détecteurs géants de neutrinos, et ce qui vient après le Nobel

[번역] 하주영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