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통일행사’ 어떻게 성사됐나
급변하는 정세속 의견조율 급진전
“노동자 탄압하는 DJ와 함께 못해” 민주노총 문제제기 수용
6월15일 남북공동선언 이후 펼쳐진 한반도 통일정세는 실로 변화무쌍한 것이었다. 그 동안 한반도 전체를 짓눌러온 냉전체제가 해체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하나의 8·15행사를 향한 통일운동진영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졌다. 모든 정치세력과 각 계급계층은 통일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밝히거나 종전의 태도를 바꾸기도 했는데 이는 올해 8월 통일행사 결정과정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 6월25일 ‘2천년 통일대축전 11차 범민족대회 남측준비위’가 결성되고, 7월4일 기자회견을 열면서 하나의 통일행사를 위한 노력은 본궤도에 올랐다. 남측준비위는 회견에서 “6·15남북공동선언은 민족자주의 원칙과 남북간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연방제 통일방안을 합의함으로써 조국통일에 중대한 전진을 가져온 역사적인 합의”라고 평가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은 이에 앞선 올해 2월 공동의장단 회의를 통해 3자 연대운동을 확대·발전시키기로 함에 따라 6월중 남북해외 공동준비위원회 구성, 8월초 남북해외 3자 공동토론회 진행 등이 예견되고 있었다.
8·15통일행사의 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일기 시작한 것은 범민련 북측본부가 6월30일 8·15행사와 관련한 새로운 의견을 보내오면서부터. 범민련 북측본부는 이 전문에서 “남북공동선언을 지지하고 그 이행에 보다 유리한 환경을 마련하는 방향에서 남, 북, 해외가 각기 지역단위로 조직하되 여러 통일운동단체들과 광범히 연합하여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알려왔다. 범민련 북측본부는 공동준비위를 따로 꾸리지 않아도 무방하고, 범민족회의 역시 범민련 결성 10돌을 맞는 11월에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7월12일 남측준비위는 2차 운영위를 열어 8·15행사명칭을 ‘6·15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천년 통일대축전 11차 범민족대회’로 결정했다.
7월13일 범민련 남측본부, 북측본부, 해외본부는 특별성명을 통해 “남북공동선언을 지지하며 그 이행에 유리한 환경을 마련하는 방향에서 8·15통일행사를 남, 북, 해외 각기 실정에 맞게 진행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범민련 북측본부는 “남북공동선언을 지지하는 단체, 인사라면 정부, 정당은 물론 경실련, 민화협을 비롯해 광범한 시민운동단체들까지 망라해 하나의 행사로 성대히 개최되기를 기대한다”고 알려왔다.
이같은 범민련 북측본부의 입장이 알려진 뒤 남측준비위는 7월17일 긴급 운영위를 열어 8·15행사명칭을 ‘6·15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천년 통일대축전’으로 변경키로 했다. 그러나 자통협을 통해 남측준비위에 참가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이같은 대회명칭과 기조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6월29일과 7월1일 호텔롯데노조와 사회보험노조에 공권력이 투입된 뒤 계속된 정부의 공안탄압에 대해 민주노총은 맹렬한 투쟁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7월24일 열린 남측준비위에 8·15행사 명칭과 기조에 대한 수정변경을 요청했고, 남측준비위는 이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홍근수 자통협 공동상임의장은 이와 관련해 “민간차원의 영역이 별도로 있음을 생각하면 민민통일운동진영이 정부당국이나 민화협과 함께 행사를 치루는 것은 민족대단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민주노총의 지적은 적절했다”고 말했다.
김영제 민주노총 통일국장은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을 동시에 안고 있는 한반도에서 민주노총이 협소한 계급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 비판할 게 아니라 민족의 주요구성원인 노동자계급을 폭력적으로 탄압하고 있는 김대중정권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동의를 얻은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재철 leecc@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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