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유령사냥 나왔다”

(주)새한노조 상경농성 한달째…회사-관-경찰 결탁 의혹

“우리는 간다. 유령 잡으러 간다.”

새한노조(위원장 박명섭) 조합원 1백28명의 상경투쟁이 한달에 이르고 있었지만 새한그룹 본사앞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회사쪽은 노조간부를 비롯해 조합원 12명에 대해 1억2백만원의 채권가압류 신청을 낸 상태다. 구미공장의 경우 50%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지만 불량품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연일 새한본사 앞 집회와 선전전, 한나라당 앞 집회와 면담, 삼성플라자 앞 사진·몸벽보 선전전 등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노조는 또 ‘본사직원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기득권유지를 위해 노조탄압에 앞장서는 자들이 있다”며 원만한 사태해결과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 24일 이루어진 첫 교섭에서 회사쪽은 이 만남을 애써 직원대표면담이라고 이름 붙이는 등 뚜렷한 사태해결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노조는 △용역깡패 폭력탄압 책임자 처벌 △노조 즉각 인정과 노조활동 보장 △부당내부거래, 족벌경영을 일삼은 이재관 처벌 △노조에 대한 고소고발, 징계자 원상회복 등을 요구한 뒤 자리를 박찼다.

이에 앞서 노조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유령노조에 가입했던 박철홍의 진술서, 유령노조의 노동단체카드, 섬유노련 확인서 등 (주)새한이 저지른 자주적 단결권 침해경위와 증거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노조에 따르면 95년 10월4일 새한(당시 제일합섬) 구미공장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회사쪽은 20분 먼저 서울시 강남구에 유령노조(위원장 김성훈)를 만들어 신고했다. 회사는 당시 구미공장 노동자 중 3명을 서울로 불러 유필상 현 이사의 지시 아래 유령노조에 가입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유령노조는 6월29일 노동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노동부 편람에도 빠져있었고, 7월14일 상급단체로 명기돼 있는 한국노총 섬유노련에 확인한 결과 가입한 사실도, 조합비를 납부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다. 마포구청은 6월27일 유령노조에 가입한 박철홍씨가 휴면노조해산을 요구한 것에 대해 본사의 유령노조가 휴면노조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마포구청의 실사내용은 엉터리이며 공개한 노동단체카드는 완전히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15일 광란의 질주를 벌인 회사차량에 매달린 바 있는 박용수 조합원은 “와이퍼를 붙잡고 겨우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차량에서 내려왔을 때는 팔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였다”며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박씨는 “경찰들이 관할권 운운하며 오후3시부터 밤12시까지 끌고 다니며 조사했지만 지금 본관 안에서 범죄자는 버젓이 근무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상경 10일차를 맞은 이날 구미가족대책위 소속 40여명의 가족들이 상경했다. 잠든 딸을 가슴에 안고 집회 사회를 맡은 현일식 노조쟁의부장의 눈에 물기가 보이기도 했다. 가족대책위 대표들은 유필상 이사, 박병찬 인사팀장 등 회사간부들을 만나 노조인정과 폭력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여의도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가족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이재철 leecc@kctu.org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