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 딸린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등이 도메인 주소 분쟁과 관련해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판정을 잇달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기구는 최근 “유명한 기업이나 사람의 이름을 이용한 도메인 주소를 선점해 이득을 얻으려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정을 거듭하고 있고, 네티즌 단체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지적재산권기구의 분쟁조정기구는 지난달 야후가 캠프야후닷컴(campyahoo.com)이라는 도메인 주소를 가진 웹사이트를 제소한 사건과 관련해 캠프야후쪽에 도메인을 야후에 넘겨주라고 판정했다. 이 기구는 또 미국 AT&T가 `attmexico.com’ `att-latinamerica.com’ 등의 도메인을 갖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월드클래스미디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비슷한 사유를 들어 AT&T의 손을 들어줬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일본담배공사(Japan Tobacco Inc) 역시 각각 `microsoftnetwork.com’, `jt.com’ 등의 도메인 등록자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겼다.
지적재산권기구는 “캠프야후 등이 유명 기업의 명성을 이용해 비슷한 상호의 도메인 주소를 등록한 뒤 이를 되팔아 부당 이득을 얻으려 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 등을 들어 원고 승소결정을 내렸다.
이 기구의 이런 논리는 연예계 스타 등 유명 인사가 관련된 도메인 분쟁에서도 거의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다. 이 기구는 지난 6월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 줄리아 로버츠의 이름을 딴 도메인 주소(juliaroberts.com)를 선점한 러셀 보이드에게 “문제의 도메인 사용권이 없으니 로버츠에 넘기라”고 판시했다. 영국의 유명 소설가 지네트 윈터슨도 이른바 `도메인 무단점거자’와의 분쟁에서 승리했다.
올들어 지금까지 이 기구에 접수된 도메인 분쟁 900여건 가운데 평결이 내려진 350여건의 80%가 원고의 승리로 끝났다. 이들 원고의 대다수는 대기업이나 유명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와 별도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도메인 선점자 보다 상표권자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내용의 `도메인 선점금지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도메인등록연대'(DNRC) 등 네티즌 단체들은 “기득권층의 이익 보호를 위한 사이버 공간의 자유 침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적재산권기구 출신의 한 전문가는 “다른 사람들에 앞서 보호를 받는 특수계층의 존재를 인정하는 사고방식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하석 기자hgrh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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